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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빛의 여정 83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83화 / 8장 세번째 조각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83화 / 8장 세번째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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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딘 일행이 숲의 공터에서 벌어졌던 전투의 흔적을 돌아보면서 날개달린 인간의 시신, 박쥐시체들을 발견하고 신기 해 하면서도 두려워했다. 비록 발견 당시엔 두 번째로 부여된 목숨조차 날려버린 박쥐시체들이었지만 인간시체의 등에서 뻗어나온 날개와 흉악한 몰골은 처음 보는 이들에게 두려움을 주기엔 충분했기 때문이다. 날개달린 이 시체들이 최후의 발악으로 공중으로 튀어오르다 낙하하면서 함께 죽은 병사들은 그들과 함께 누워있거나, 거미에게 잡혀 돌돌말린 애벌레처럼 날개 안에 갇혀 있었다.


쓰러진 병사들은 대부분 급조하여 임명된 명예 이단추적대원들로 그들 사이 군데 군데 있었던 기존 추적대원들보다 무장의 질이 낮았고 무기도 통일되지 않았다.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르며 최후를 맞이한 자의 표정,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표정등이 죽은 자의 얼굴에서 느껴졌다. 싸늘한 전장의 터에서 시테온이 용감하게 이들 시체 사이로 쏙 들어가더니 유심히 박쥐시체를 주저앉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로이딘이 말했다.

"뭘 보는 거야?"

시테온이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돌아보지 않은 채 답했다.

"박쥐시체들. 봐바 이 저주받은 괴물들을. 테오메자께서 노하면 어떻게 되는 지를 알려주고 계시잖아"

로이딘은 시테온이 자신의 고향 신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별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얼마 전의 마주한 피데라 때문인지 무언가 어색하면서도 불편했다. 루네는 화살통을 정비하면서 시테온과 떨어진 바깥에서 원을 그리며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이 괴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이 아이들을 놀래키거나 다잡으려고 말했던 괴물들을 이렇게 많이 보게 될 줄은 몰랐어"

로이딘도 수도원에서 베일런이 루네에게 무겁고도 겨누기 힘든 특수목적용 화살을 건네면서 언급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편 병사들이 타고왔던 말들도 난잡하게 쓰러져 있었고 온기는 없었다. 안장에 온전히 앉아있는 시체들은 보기 힘들었다. 루네가 이제는 말과 사람없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수레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의 짓일까? 근데 수레는 이들이 운송하던..아니 로이딘이 보았던 피데라?"

로이딘이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것 같아. 여기까지 달려왔던 것 같아. 그런데 이 괴물들은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주저앉았던 시테온이 일어나면서 손을 털었다. 그는 로이딘의 물음에 답했다.

"부정한 것들. 자연의 흐름을 역행하고 저주받은 몸뚱이로 되살아나 산 자의 몸뚱이를 탐하려는 것들은 대부분 부정한 것들이지. 검은 마법과 연관되어 있을거야"

로이딘이 되물었다.

"검은 마법? 죽은 자를 일으키고 저주를 내린다는?"

시테온이 끄덕였다.

"그래, 전에 아나티리캄에서 괴물을 하나라도 소환했다간 아보놈들이 지금 하는 것과 별 반 다르지 않게 잡아다가 극형을 처했을거야. 그런데 떼거지로 불러일으키다니. 우리 땅이 그만큼 힘을 잃은 것일테지"


루네는 멀리 갈 것이 없다며 자기들이 맞이했던 검은 섬광을 떠올려 보라고 말했다. 그들은 검은 섬광과 함께 의식을 잃었고 캠프가 어떻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당시 소리쳤던 루네가 감옥에 있던 사람들이 빨려들어가는 것을 보며 시테온이 쓰러졌던 장면을 다시 로이딘과 시테온에게 일러주었다. 로이딘은 그런 루네를 보고 의식을 잃었고 꿈 속에서 헤매다 동굴에서 눈을 떴다. 루네가 계속 수레를 바라보며 피데라의 행방이 궁금했는지 물었다.

"그렇다면 피데라께선 어디로 간 것일까, 꿈 속에서 나타난 거니 로이딘?"

로이딘은 정확히 피데라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니며 빛나는 글씨와 비슷한 빛 줄기가 자신에게 조각의 모습을 그려주었다고 말했다.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전투의 흔적만 있었을 뿐. 수레 주인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캠프가 목적지였으므로 돌아가야 했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둘러보는 것을 마친 로이딘 일행은 숲 속 전장을 떠났다. 파리가 예전처럼 끼지는 않았지만 황량한 숲 속의 진눈깨비들이 서서히 쌓이며 하얀 무덤을 만들어 냈다.


걸어가다가 마침내 캠프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고, 산에서 바라보던 캠프의 전경보다 더욱 처참한 몰골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무 벽은 사면 중 두 면은 심하게 그을려져 있었고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는 채로 틱틱거리며 불티가 튀고 있었다. 로이딘과 싸우다가 전사한 병사들이 캠프 입구에 있었으며 이후 합류한 시테온과 루네에 의해 쓰러졌던 병사들의 시체도 보였다. 4개의 망루 중 하나는 당시에 세워졌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박살이 나 기둥 몇 개만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된 채 서 있었을 뿐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검은 섬광과 함께 강풍에 휘청거렸는지 모습이 휘어져있었다. 나머지 2개는 온전했다. 안 마당으로 들어온 로이딘 일행은 자기들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장소를 다시금 생생히 떠올렸다.


검은 섬광을 직격으로 맞은 두 감옥에 있었던 지점에는 움푹 파여 사방으로 땅이 갈라지는 진원지이자 구덩이가 되었다. 갈라진 땅 틈은 발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정도로 넓고 깊었다. 구덩이는 안 마당으로 막 들어온 로이딘 일행에겐 그 안쪽이 보이지 않았으며 바닥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스레 가까이 다가가면서 근처를 살펴보았다. 불타는 냄새와 그을림의 티끌들이 흩날렸다. 연기들은 그쳤는지 옅게 흩어지고 있었다. 주변에 흩어진 채로 널부러진 병사들의 시체와 감옥이 땅으로 떨어지면서 창살이 부러지며 튀어나오면서 희생된 사람들이 구덩이 근처에 쓰러져 있었다. 로이딘 일행이 가장 안쪽 깊게 파인 구덩이로 시선을 바꾸어 가까이 다가간 순간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고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곳엔 하얀 티끌이 흩날리며 대비되는 검은 몸체의 거대한 뱀이 똬리를 틀고 아가리를 벌리고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84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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