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에 시 암송을 얹으니 금상첨화
“솥발산 산자락에 살면서부터 / 마당에 놓아둔 나무 책상에 앉아 / 시를 쓴다, 공책 펼쳐놓고 / 몽당연필로 시를 쓴다 / (---) / 점심시간,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 바람이 공책을 몰래 넘기고 / 구름이 내 시를 훔쳐 읽고 달아난다 ” <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 정일근 >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정일근이 광주에 왔다. 22일 토요일 오후 전일빌딩245 다목적강당에서 ‘베이비부머의 시쓰기와 시읽기’라는 주제로 문학강좌를 했다. 정일근은 한국에 시인과 시 낭송가가 급증하는 ‘제2 시의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한다. 7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부머(2021년 통계; 한국인구의 14.6%)들이 인생 후반부에 이르러 ‘자기 힐링과 건강한 노후를 시에서 찾기 때문’이라는 논지이다.
꼭 베이비부머 뿐일까. 외롭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시를 찾는다. 시인이 되기는 어렵지만 시 읽기는 신문읽기보다 쉬운 일이다. 그러나 자기를 힐링하려면 읽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를 암송해야 한다. ‘걷기명상의 성자’ 틱낫한 스님(1926~2022)은 삶에 지쳐 외롭고 불안한 사람들에게 걷기명상을 하면서 시를 되풀이 외우라고 권한다. ‘걸을 때, 운전할 때, 밥 먹을 때, 청소할 때, 숨쉴 때마다 시를 기도문처럼 외우라’는 말씀이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나는 왜 살고 있는가를 알고 싶었다 / 왜 이처럼 살고 싶은 가를, / 왜 사랑해야 하며 / 왜 싸워야 하는가를 /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이어령 >” 아파트 앞마당 흙길을 맨발로 걸으며 좋아하는 시구절을 암송한다. 요즘 K-맨발걷기가 대세라는데 맨발걷기에 시암송을 얹으니 금상첨화다. 영국과 프랑스 사람들은 고교졸업 때까지 최소 100편의 시를 암송한다고 들었다. 난 몇 편이나 암송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