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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Jul 02. 2024

시 읽는 노년, 즐길 수 있나요?

마음이 병든 데는 시만큼 명약이 없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 마음속에서 시 하나 싹텄습니다 /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 ”   

                                           < / 나태주 >                     


고령사회가 되면서 시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시 낭송가와 시인 수가 늘고 시집이 잘 팔린단다. 나이 들수록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외로워지기 때문이다. 마음이 병든 데는 시만큼 명약이 없다. 아니, ‘명침’이다. “시는 침술과 같다. 문제 되는 부위를 정확히 찔러 통증을 진정시키고 투약이나 수술 없이도, 약간의 아픔만으로 고통을 제거할 수 있다.” 이성복 시인은 시론 <무한화서>에서 시를 침술에 비유한다.      


‘명침’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병자가 의사가 될 수 있듯 시를 쓰면 된다. 그러나 글쓰기로 40년 밥벌이를 해온 글쟁이인데도 시 쓰기는 어렵다. 시 쓰기는 모든 글쓰기의 다이아몬드 경지이다. 글쓰기가 900도 질그릇을 굽는 과정이라면 시 쓰기는 1,300도 도자기를 굽는 고난도 과정이다. 스스로 못 쓰면 남이 만든 ‘명침’을 찾아야 한다. 시를 읽는 것이다.     


외로울 때만이 아니다. 집 안을 청소하면서,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흙길을 산책하면서 시를 외우면 마음 한구석이 밝아진다. 시는 외우는 사람이 진짜 주인이다. 길도 만든 사람이 주인이 아니다. 걷는 사람이 주인이다. 집 앞 흙길을 맨발로 걷는다. 짙푸른 느티나무 잎새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것은 생존의 의미를 향해 흔드는 푸른 행커치프 / 태양과 구름과 소나기와 바람의 증인 // 잎이 흔들릴 때 / 이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 생의 욕망에 눈을 떴다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이어령 > ” 싯구를 외우자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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