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잡종

미라글모닝 글감

by 다씽 Apr 02. 2025
아래로

잡종 하면 떠오르는 것들.

해리포터에서 헤르미온느를 비하하는 단어,

리나라 시골에서 보이는 시고르자브종  생각난다.


나의 얄팍한 지식에서 떠오르는 건 이 두 가지뿐이다.


헤르미온느의 잡종은 비난, 부정이 가득하다.

순수 혈통인 말포이가 헤르미온느를 보며 잡종이라고 하는 장면을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잡종이 뭐가 어때서? 순수혈통인 말포이 너보다 더 마법도 잘하고 뛰어난데?' 본인의 능력이 아닌 집안의 배경 등에 따라 타인을 평가하는 그 모습이 어린 나이에도 화가 났었다. 또 잡종이라는 단어를 듣고 울고 있는 헤르미온느도 답답했다.



공부도 잘하고 비상한 두뇌를 가진 소녀가 잡종이라는 단어에 흔들리고 울고 하는 모습에서 실망도 했었다.  잡종이라는 말을 내뱉는 말포이도 미웠고 잡종이라는 말을 듣고 약한 모습의 헤르미온느를 보니 잡종이라는 단어가 당시의 나에게는 그리 유쾌한 단어는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시고르자브종! 잡종강아지! 똥개는 또 다르다.  잠시 키웠던 강아지가 있다. 아빠가 어디서 얻어왔다며 갑자기 우리 집 식구가 됐던 그 강아지. 이름은 토토. 담요에 둘러 쌓여  오들오들 떨며 여긴 어디? 난 누구? 하는 귀여운 표정 반 두려운 표정 반을 하고 있던 녀석. 우리 집 거실에 작은 상자 안에 들어있던 그 강아지의 이름이  토토가 된 건 그 아이를 감싸고 있던 담요에 박혀있던 자수 때문이었다.

'스포츠 토토' 그렇게 토토라는 이름을 가진 그 강아지는 잡종이었다. 말포이가 말하는 순수 혈통이 없는 잡종 강아지. 어떤 종이 섞였는지도 모를 정도도 그거 작고 귀여운 강아지였다. 잡종 강아지인 토토는 우리 가족이 되어 사랑을 듬뿍 받았고 지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면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었다. 잡종 강아지 토토는 나에게 힐링이었다. 도심 아파트에서 살던 우리에게 토토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었고 시골에 있는 할머니 댁 마당이 새로운 토토의 집이 될 때까지 잡종 토토는 귀여움을 우리 집 곳곳에 뿌려놓았다. 시골로 간 토토는 레알 시고르자브종으로 변신하며 더 많은 멍청 미, 귀여움을 발산했고 종종 찾아가도 첫 번째 주인은 곧잘 알아봤다. 똑똑하고 영리했던 그리고 귀여움 한도 초과였던 토토.


내가 느낀 잡종의 단어가 이렇게 상반될 줄이야.

내 기억 속 잡종은 공통점이 있었다.  영리했다. 는 거다.

잡종이라는 어감이 부정적으로 다가온 것은 시기질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순수한 게 뭐가 그리 대수라고. 영리하고 똑똑했던 잡종들이 순수혈통을 이겨 먹을 까바 걱정이 됐을 테지... 하지만 잡종들은 또 순진했다. 놀리면 놀리는 대로 울었고 사랑을 주면 주는 대로 나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악의는 없는 하지만 똑똑하고 영리했던 내 기억 속 잡종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잡종이 아닐까? 이것저것 하고 픈 게 많은 나는 기억력은 썩 좋진 않지만 가끔 나도 오! 할 정도로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어며, 착한 사람이 고픈 마음이 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 노력하니 말이다. 그렇네?  나 잡종이었네? 하지만 이 워딩이 썩 좋지는 않은 건 사실이다. 잡종이라는 말을 대체할 수 있는 괜찮은  말은 없는 걸까?


잡종을 대체할 말을 글쓰기 모임에 물어보았다. 믹스, 하이브리드, 퓨전, 콜라보, 비빔밥 등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아주 공감이 갔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하며 호다닥 잊혀지지 않기 위해 기록했다.


잡종을 앞으로는 하이브리드, 퓨전 으로 생각하며 긍정의 의미로 받아드리려고 해야지.


작가의 이전글 벨소리 하나가 바꾼 시선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