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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루 Mar 15. 2023

핸드폰

나의 일부가 된 손전화


“왜? 무슨 일 있어?”

“핸드폰을 잃어버렸어. 코스트코 갔다가 잃어버린 거 같아”


목공을 배우느라 바쁜 나 대신 장을 보러 가주었던 남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남편에게 핸드폰은 거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아이폰을 사용하는데 아이패드와 연동시켜 아주 잘 사용하는 파워유저다. 아이폰 7을 사용한 지 5년쯤 되어가는 것 같다. 배터리가 자꾸 빨리 닳아서 바꿀 때가 되었나 생각했다. 그래도 쓸만하다고, 신형이 좋은 점이 별로 없는 거 같다며 사용했다.


장을 보고 장바구니를 깜박해서 박스에 물건을 담을 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떨어진 것 같다 했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건 큰일은 아니다. 돈이 좀 들지만 새로 장만하면 된다. 문제는 그 안에 있는 정보들이다. 다행히 남편은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타인이 아이폰을 켤 때 스스로 폭파되도록 설정했다.


중국학센터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아이디와 비번이 암호화되어 저장되어 있는 것이 가장 염려되었다. 요즘 웹사이트 접속이 잘 안 되어 백업을 해두어야 하는데 그에 필요한 암호가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백방으로 핸드폰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닷새 후 아이폰 12를 구입했다. 홈페이지 관련 문제도 미국 본사에 부지런히 메일을 보내 해결했다고 했다. 고액의 물건이라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만에 하나 불량품을 받았을 때 뒤처리가 골치 아프다는 경험자의 조언을 보고 공식 사이트에서 구입했다. 새 핸드폰을 받아 든 남편은 새 장난감을 받은 어린이 마냥 좋아했다. 이것저것 새로운 기능을 찾아보았다. 기존 것보다 카메라 화질이 아주 좋아졌다. 확대해도 깨지지 않고 선명했다. 그밖에 핸드폰 디스플레이도 신경을 써서 정리했다. 명함을 바코드로 바꾸어 메모하지 않아도 연락처를 알려줄 수 있다. 카드 대신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게 만들어 화면에 띄웠다. 자주 사용하는 위젯을 보기 좋게 배열해 두었다.


난 예전에 삼성폰을 사용했다. 아들도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어 나도 바꾸고 싶었다. 아들이 새 핸드폰을 사면 구형은 내가 쓴다 미리 말해두었다. 아들은 아이폰을 5년째 사용해서 버벅거린다 했다. 시험 준비 중이라 새 폰은 나중에 살 거라며 여자 친구가 쓰던 아이폰6s를 내게 주었다. 액정 화면이 깨진 것을 고쳐서. 내가 쓰기에 딱 좋았다. 크기도 한 손안에 들어오고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 남편이 알려준 새로운 디스플레이 방식을 적용했더니 산뜻했다.


핸드폰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모든 것이 작은 기기 안에 들어있다. 폰뱅킹이 보편화되면서 더더욱 중요해졌다. 단순히 전화로만 사용하던 옛날이 아니다. 편리해진 만큼 잃어버렸을 때 감수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 조심해야 한다.


아이폰은 구형이라도 돼팔 때 돈이 좀 되기 때문에 찾기 더 어려운 것 같다. 새 핸드폰 구입에 돈을 좀 보태주기로 했다. 부채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다. 나 대신 장 보러 가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몇 년 동안 열심히 중국 요리를 만들어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비상금을 탈탈 털어야 하지만 그래도 기꺼이 하고 싶다.


한 달 후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았다. 어디서? 남편 자동차 뒷좌석 아래에서


"등잔 밑이 어둡다" 옛 말이 틀리지 않았다. 분명히 제일 먼저 차 안을 구석구석 살펴보았다고 했는데... 학교 동료 선생님과 점심을 먹으러 나갔는데 그분이 차 안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잃어버린 당사자는 정신이 없어서 잘 못 찾을 수도 있으니 나라도 다시 한번 차 안을 살펴볼 걸 그랬다.


덕분에 남편에게 산 아이폰을 내가 잘 사용한다. 대리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남편이 바로 데이터를 옮겨주고 개통해 주었다. 쓸만한 어플도 깔아주고 보기 좋게 정리해 주었다. 저장공간이 엄청나서 이제는 사진을 일일이 지우지 않아도 된다. 마음껏 찍고 촬영하고 할 수 있다.


며칠 전에 <핸드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라는 영화를 보았다. 한 사이코패스가 주운 핸드폰을 통해 한 사람을 철저하게 고립시키고 급기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내용이다. 섬뜩하다. 나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는 핸드폰이 악의를 품은 타인에게 넘어가버린다면... 이제는 핸드폰 간수를 좀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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