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대와 두려움 사이의 출발선

불안 위를 건너는 발걸음

by 김마음


복직을 결심했다. 1년 3개월 만이다. 해낼 거라는 기대는 없었는데 어느새 용기가 생겼고, 욕심을 냈다.




8월 11일, 진료실에 들어섰다. 지난 진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며 결정한 거라, 선생님은 아직 모르고 계셨다. 복직 결정 후 이미 부서에도 다 말씀드렸다고 했더니 선생님은 조금 놀라신 눈치였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정할 수 있었냐고 물으셨다.


- "선생님이 어느 정도 강제성을 주는 게 좋을 수도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걸 생각하면서 결정했어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저질러버렸고, 그리고는 주말 내내 심란했어요. 잘못한 것 같은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선생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어떡하면 될까요?"


부서에 연락했던 날 기억을 되새겨봤다. 나는 그날 기분이 좋았다. 왜였을까.


- "부서에 연락드린 날 엄청 떨렸거든요? 일단 파트장님께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리니까 되게 기뻐하셨어요. 아직 제가 쓰임이 있는지 여쭤봤더니 무슨 소리냐고, 본인과 함께 일 해줄 거냐고 역으로 물으셨어요. 그다음 그룹장님께 전화드렸더니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기다리고 있다고, 웰컴이라고. 환영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설레고 기분이 좋았어요."


"회사에서는 나를 꽤나 반겨주는 것 같네요? 이전에 반응들도 그렇고."


- "'나를 필요로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쓰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게 뿌듯했다. 그래서 기대감도 조금 자라난 것 같았다. 물론 기대만큼 두려움도 함께 치고 올라오지만.


...


복직을 하기 위해서는 '정상 근무 가능' 또는 '일상생활 가능' 문구가 포함된 진단서가 필요했다. 선생님은 '일상생활 가능'이 더 적절하겠다며 그 내용을 포함해서 적어주겠다고 하셨다. 정상 근무 가능은 가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현재 상태에서 완전하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내용의 진단서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다. 이제 괜찮아졌다고 확인 도장을 꾹 받는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로웠다. 나는 이제 '일상생활 가능'한 직장인이다.




8월 14일, 오늘 진료에서 나는 또다시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냥 가야 해서 가는 것 같다고, 그저 할 일을 하러 가는 것뿐이라고. 선생님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다시 말씀하셨다.


"뭘 해야 해서 한다는 건 두려움을 피하는 선택인 것 같아요. 실망시켰을 때의 미안함, 사람들의 애정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그런 것들로부터 물러나는 선택인데, 그 선택은 나를 계속 위축시킬 거예요. 내가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요. 두려워도 내가 원하는 게 있다면, 그걸 향해 나아가는 선택을 했을 때 우리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요."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는 돌아간다, 나의 자리로. 마음은 여전히 흔들린다. 망설여진다. 정말 왜 가는 건지, 얻을 것이 있는지, 가고 싶은 이유가 있는지, 가야만 해서 가는 건지, 가라고 해서 가는 건지, 아직도 알 수 없다. 앞으로도 모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닥쳐올 고난의 크기를 몰라도, 어떻게 헤쳐나갈지 자신이 없어도, 분명 나는 전과 다르게 대처하고 새롭게 행동할 것이다. '변하기 위해' 나아가려고 한다. 이 이유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틀림없이 또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나를 믿고, 나를 지켜주는 많은 이들을 믿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