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하면 과호흡이 왔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손이 떨렸다.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는데, 그게 딱히 어디가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드는 확신이 있었다. 눈만 감으면, 잠시라도 숨을 멈추면, 그대로 죽는다는 확신. 확신이라는 단어가 맞나 싶지만 그게 맞다. 무섭다거나 불안하다거나 그런 게 아니었다. 나에게 있어선 그냥 사실이었다.
근데 신기한 건, 옆에서 보는 사람 눈엔 내가 그냥 좀 힘들어 보이는 사람일 뿐이었다. 몸도 멀쩡했다. 쓰러지거나 피를 흘리거나 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나만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같다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랬다. 그 감각이 내 안에서만, 아무도 모르게 꽉 차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데, 왜 나는 이런 공포를 느끼는 건지
내 몸은 분명히 신호를 받고 있었다. 근데 그 신호가 잘못된 것이었다. 나에게 악의적인 말투나 눈빛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내 정신은 혼자서 딴 세상 얘기를 하고 있었나 보다. 그러니까 내 이성과 내 정신은 어느 순간부터 다른 회의실에서 따로 회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성은 멀쩡하게 "아무 문제없음"이라고 보고서를 올리는데, 정신은 그 보고서를 읽지도 않고 혼자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피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진지하게.
'야, 너 지금 괜찮다는 거 착각이야. 진짜로 죽을 수도 있어.'
억울했다. 진짜로.
부모님은 이미 퇴직하셨고, 나는 혼자 자취하는 사회초년생이고, 결혼은 아직이고, 나가야 할 돈은 산더미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 회사에 열심히 다녀서 근로소득을 차곡차곡 모으는 것뿐이었다. 그래야 남들처럼 평범하게 섞여서 살 수 있으니까. 근데 이게 뭐라고. 이게 뭐라고 날 이렇게 방해를 하는 건지.
갑작스럽게 나에게 찾아온 공황은, 하필 그 유일한 근로소득의 원천지에서 버티는 난이도를 몇 배, 몇십 배로 올려버렸다. 가만히 앉아서 일만 하면 되는 곳에서, 나는 숨을 고르고 손을 꼬집고 표정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일까지 해야 했다. 남들은 그냥 출근하면 되는 걸, 나는 매일 아침 전투 준비를 하고 출근했다. 어느새 이게 내 일상이 되었다.
'내가 괜찮다는데, 왜 네가 난리야.'
증상이 찾아올 때마다 속으로 내 정신한테 화를 냈다. 생각해 보면 꽤 웃긴 장면이다. 나 자신한테 화를 내고 있으니. 근데 그때는 진짜로 그 둘이 별개처럼 느껴졌다. 나는 나고, 증상은 증상이고. 내가 원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이 공황이라는 병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다.
인문대를 나와서, 오직 취업 하나만을 목적으로 타지에서 혼자 고시원에 살며 공부를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였다. 근데 이 멍청한, 병 같지도 않은 병 때문에 내가 누울 자리를 내가 열심히 파고 있었다.
몸이 엉망이 된 이후로 — 나는 아직도 몸이라고 믿고 싶었다 — 회사에서 사람들과 마주치면 그 자리를 피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냥 갑작스러운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 손이 심하게 떨리고 가슴이 쿵쿵거리는 게 나한테 고스란히 느껴졌다. 들킬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고 싶었는데, 까딱 잘못했다가 누군가 한 명이라도 어, 쟤 좀 이상한데? 왜 저래?라는 눈빛을 보내는 순간, 그게 끝이었다.
우리 회사는 대단히 큰 회사가 아니었다. 소문은 빠르게 번졌고, 한번 어떤 사람이라고 찍히면 그게 나라는 사람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한 것 같은데, 벌써 그 회사 이상한 애로 등록되고 싶지 않았다.
스몰토크나 짧은 업무 대화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상대가 필요로 하는 대답만 빠르게 하고, 평소처럼 웃고, 급한 일이 있는 척 자리를 뜨면 됐다. 마트 계산대 직원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바코드를 빠르게 찍어 넘기듯. 나도 그렇게 사람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넘겼다.
다음 사람, 다음 사람.
문제는 회의였다.
소수가 모이는 작은 회의조차 들어가는 순간 숨이 답답하고 목이 조여왔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줄어드는 것 같았다. 특히 한 명씩 의견을 내야 하는 순서가 돌아오고 시선이 나에게 몰릴 때면, 손떨림을 숨기기 위해 책상 밑에서 양손을 손톱자국이 꽉 날 만큼 꼬집었다.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마스크를 꼭 쓰고 회의실에 들어갔다. 누가 감기냐고 물으면 그렇다는 대답도 아니고 아니라는 대답도 아닌, 애매하게 멋쩍은 웃음만 지으며 겨우 넘어갔다.
친구를 만나도, 연인을 만나도 마찬가지였다. 웃다가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면, 슬그머니 자리를 벗어났다. 조용한 곳을 찾아서 숨어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척 돌아오는 데 필요한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 몰래 정신과를 검색했다.
'빠르게 고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것뿐이었다. 예약 버튼을 눌렀다. 홀가분하기도 했고, 믿기지 않기도 했다. 내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건 여전히 내키지 않았다. 나는 멀쩡한 사람이었으니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내가 그 정도로 힘든가,라는 질문에 내 대답은 여전히 아니오였다.
그런데 손은 이미 예약을 완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