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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Apr 22. 2024

당신을 다시 뜨겁게 사랑할 거예요

당신 곁에 살고 싶어요

당신을 다시 뜨겁게 사랑할 거예요



사랑하는 浩兄!   

   

찬바람, 냉기가 방(房) 위를 감돌고 두 눈의 뜨거운 눈물은 사랑을 얘기하고 있어요. 조용하고 인적이 그친 그곳은 浩兄이가 살기에 외로운 곳일까?

          


조용하고 아름다운 浩兄!     


오늘은 무척이나 해줄 말이 많을 것 같아요. 예비고사를 두 달 남짓 남겨놓고 우리는 만날 수 없었지. 생각이 많은 浩兄이가 참고 견디면서 나의 공부에 크게 협조하느라고 말이에요. 고마운 생각 속에 남은 온갖 힘을 다해서 공부하면서, 당신을 위한 길이라고 다짐하면서 고통을 한결같이 보내게 되었어요.      


시험을 마치고 결과가 어찌 되던지 난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을 보면 권하는 학교를 다닐지도 모르죠.  

    

그동안 나는 많이 변했음을 오늘은 느꼈다오. 온갖 슬픈 자화상을 쳐다보면서 난 울고 있어요. 당신을 쳐다보는 나의 눈은 사랑의 눈이요, 소망의 빛이었다오. 당신을 위해 살고 싶다고 하나님을 가까이 대했다오. 그랬는데 당신은 시험의 결과에 우리의 만남을 생각하게 했지만, 나는 짐짓 알면서도 무언가 와르르 왕창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오. 당신을 갖고 싶어서 난 많은 모험을 무릅썼지만 나 혼자만의 생각인 것 같았지요.

     

나 자신을 느낄 수도 없이 난 방황을 시작한 거예요. 당신을 바라보는 눈은 의심의 실낱같은 꼬투리가 끼어있었어요. 하지만 너무너무 사랑한 탓으로 괜스레 그랬는지도 모르죠. 그러한 나 자신을 당신은 느꼈을 줄 믿어요. 그때 이별을 하자고 소리친 것도 나 때문일 것이라고 이제야 느낀 것이에요.

      

浩兄아!
내가 정말 미웁지, 많이. 미운 정도 있어야지. 좋을 수만은 없어. 浩兄이를 위해 살고 싶은데, 이렇게 마음씨 나쁜 나를 영원토록 사랑하겠어? 온통 이해하면서 말이야. 난 자신이 없어. 워낙 무용지물이라서. 집에서도 난 게으름뱅이거든.

浩兄아!
포근하고 따뜻한 이름이구나. 따뜻한 네 품에 안기고 싶은데, 너무 멀리 있구나. 항상 마음은 내 가슴에 있지만, 오늘따라 장흥이라는 곳이 멀구나. 광주라면 내일 날이 새면 만나고 싶은데 말이야. 浩兄이를 믿고 난 살아갈 거야. 그러고 싶어. 그렇게 되도록 허락하겠지. 무섭게 냉대하지 않겠지. 나에게. 浩兄이가 화내면 겁나. 난 보고 싶어. 주일마다 광주에 와. 교회도 못 가도록 하지 않을게. 응.     


추운 겨울 당신의 언 손을 호호 불어주고 싶군요. 그리하여 당신은 나를 의지하는 착한 아이가 되는 거예요. 이리저리 남자를 요리할 줄 모르는 멍청이 내가 浩兄이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 리가 있겠어요. 마음만은 한결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지만 浩兄이가 원하지 않는 여자가 되고 만 것 같아요.


그래서 예비고사가 끝난 후면 열심히 사랑하겠다고 돌 상자에 썼지만, 나의 가슴은 스스로 받지 못할 딱딱한 기초를 두었던 것 같아요.  

    

이번 편지를 받고 영적인 교제냐? 육적인 교제냐? 갈등한다는 浩兄이를 생각하니 정말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죽을 지경이라오. 꼭 당신을 내가 몹쓸 곳으로 인도하는 것 같아서요. 처음에는 한없이 깨끗하고 순수했던 당신이 마녀 같은 나를 만나 그렇게 되어 버려서 말이외다. 손이 발 되도록 빌고 싶군요.



浩兄이는 나를 용서해 주길 바라요. 


온통 사랑으로 나를 본다면 쉽게 녹아버릴 거예요. 그럼 나는 당신을 다시 뜨겁게 사랑할 거예요. 당신 곁에 살고 싶어요. 그렇게 되도록 나를 이끌어 주세요. 당신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사람이 안 되도록 말이에요.           


내일은 토요일인데 집에 가고 싶어요.


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올지도 모르고 동생을 돌봐주고 싶어요. 속으로는 사랑하지만, 행동은 浩兄이를 괴롭히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나를 이해해 주세요. 내가 다시 노력해 볼 테니까 빨리 보고 싶군요.

     

그럼 오늘은 안녕.

잘 자요. 주님과 같이. 사랑하는 주님을 위해 열심히 살아갑시다.           



당신을 죽도록 사랑하는 承弟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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