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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Apr 29. 2024

너의 피부는 내 사랑을 느끼고 있는지?

너를 사랑한다. 미치도록

너의 피부는 내 사랑을 느끼고 있는지?




영원 속의 내 친구야! 

    

펜을 잡으려 하니, 네가 준 껌이 두 개 남았구나. 얼른 입에 넣고 심심한 내 마음을 메꾸고 있어. 아침 8시인데, 잠과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침울한 머리는 복잡한 세계로 나를 보내고 있구나. 웬걸 생각지도 못했던 봄비는 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는구나.


      

학년말 방학!


1주일이 너무 멋있는 시간인데, 집에 있어야 하니 몹시 자신이 밉기만 하구나. 나 스스로 너와 즐거운 시간을 만들고, 너를 그리로 이끌어 맘껏 쉬게 하면서 즐겁게 보내도록 주선해야 할 텐데, 피동형인 내가 저주스럽기만 하구나.   

  

하지만 핑계는 많지.

집에는 엄마가 출타 중이시고, 내 몸에는 밖에 나갈 차비(車費)가 없어. 은행도 못 가게 되고. 그렇다고 아빠에게 돈 달라고는 하고 싶지 않아서 시간을 죽이고 만다. 차비가 없다는 것은 나를 참을성 있게 만든다.


너는 엄마와 잘 보내면 좋겠다. 내가 있으면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서 더욱 갈 수 없구나.   

   

꿈속에서 너를 계속 만났지. 그러니 깊은 잠에 빠지질 못해. 머리는 계속 내리치고 있어.      


너는 나 자신이구나.
내 영혼 속에 두 영혼이 자리하고 있구나.
내 가슴 뜨겁게 사모하는 사람이구나.



날 찾아오지 않을래? 


보고 싶단 말이야. 나는 너에게 뭘 주었니? 몸과 환경이 빈한(貧寒)한 것을 … 몸과 마음이라도 송두리째 주었는지?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주고 있는지? 너의 피부는 내 사랑을 느끼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 비 오는 날에 따뜻한 커피숍에 앉아서 얘기할까? 걸어 다닐까? 감기 걸려도. 따뜻한 아랫목이 그래도 더 좋니? 넌 빈방에 혼자 배 깔고 누워 이리저리 고개를 뒤집고 있는 너의 나를 생각해 보렴. 5분이라도 좋으니 데려가다오. 너를 사랑한다. 미치도록.

     

하나님이여!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浩兄이를 몹시 사랑합니다. 당신의 뜻이기를 원하옵니다. 우리들의 영혼과 육신을 구하소서. 아멘.

         

안녕.  


   

198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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