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시간만큼 누적된 데이터들이 모여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게 된다. 여러 경험과 정보들로 이전엔 깨닫지 못했던 ‘나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을 때 놀랍기도, 신기하기도, 호들갑이 떨어지기도 한다.
간단하게는 팥을 먹으면 속이 안 좋았던 몇 번의 경험이 쌓여 본능적으로 팥죽이나 팥붕은 적게 먹는다던지,
매 해 겨울초입에 들어서면 몸도 마음도 무기력해져 겨울잠을 자듯 수면 아래의 시기를 보내도 그러려니 한다던지 그런 것들.
사십 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로 나는 대체적으로 이런 사람이더라 하는 것들이 있다.
사람이 막상 큰 일 앞에서는 의연해져도 작은 일에 마음 상한다는 게 체감되다 보니 되도록 말을 조심한다. 그래도 어느 때엔 나도 모르는 새 실수할 때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듣게 하고 싶은, 적어도 내 말에 상처받지 않게 하고 싶은 나의 조용한 사랑표현 방식이다. 나는 이런 세심한 배려가 좋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볼 때나 안 볼 때나 내 행동은 비슷하다.
당연히 나답지 않은 사회화된 모습이 자주 나올 때도 있다. 그러나 여러 페르소나가 있을지언정 내가 나를 속이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정직하고 조심하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을 지키는 나름의 소신이다.
마치 가지런하고 단정한 내면상태가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 같다.
여럿이 식사를 할 때 이상하리만큼 내 음식에만 이물질이 자주 나오는 경험은 그만하고 싶긴 하지만, 오늘은 먹는 걸 조심해야 하는 날이구나 하고 만다.
예전엔 한다면 한다! 아니면 아니다! 대쪽 같고 의지의 한국인(?!)이었는데 이제는 포기와 실패도 받아들이고, 평가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유연함이 추가된 듯하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적해 본 나와 앞으로 데이터를 쌓아가며 발견해 가거나 또는 진화해갈 나의 모습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