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왜 이러지 하고 돌아보니 무기력이었다.
무기력이 밀물처럼 덮쳐오면 저항할 새도 없이 의식을 잃듯 한없이 가라앉는다.
겨울이 오는 것을 뇌보다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잘 안 나던 미운 뾰루지가 생긴다.
저녁을 안 먹고 자도 아픈 사람처럼 눈이 붓는다.
빨리 퇴근하고 이불속으로 풍덩,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누이고 싶다.
밥 먹는 것도 귀찮아 대충 씹고 삼켜 버린다.
마음이 앙상해진다.
끈 떨어진 연이 된다.
나는 또 무엇을 기대했을까.
무엇에 그렇게 애를 썼기에, 어떤 높은 벽이기에
절실히도 무력함을 느낄까.
받아들인다.
무심한 말에 쉽게 바스러진 연약한 마음도.
바꿀 수 있다던 오만함도.
내가 그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것도.
마음을 싸여 맨다.
그런데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 시간도, 이 무기력도
예고 없이 온 것처럼 인사 없이 가줄 것을 안다.
긴긴 겨울도 어느 새에는 지나가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