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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아 May 25. 2024

생각은 가지치고

현실에선 그냥 하기

 이미 땄던 중국어 자격증이 만료되어서 이번에 다시 보고 왔다. 무사히 시험을 마치고 나오면서 속이 후련했다. 괜한 걱정을 한 듯 싶었다. 그런데 단순히 자격증을 따는 게 아닌 가르치려는 입장에서 보게 된 시험이었어서 또 느껴지는 게 달랐다. 어떠한 상황에서는 어떤 식으로 가르쳐야 할지 머리와 몸으로 체득하는 기분이었달까. 그렇게 홀가분하면서도 신선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탔다. 덜컹덜컹.


 시험이 끝나 조금 여유롭게 있다가 짐을 다시 바리바리 쌌다. 반찬과 햇반 등 먹을 것들을 위주로 캐리어에 넣고, 옷가지들을 챙겨서 나갈 준비를 했다. 다시 학교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인사하고, 현관을 나섰다. 날이 너무나도 더웠다. 뻘뻘 땀을 흘리며 캐리어를 끌고 버스를 탔다. 시원하면 좀 걸어가려고 했는데, 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네이버의 소식에 자연스럽게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학교 셔틀버스가 도착하려면 1시간은 더 남았는데, 너무 일찍 나와버렸다. 사실 시간을 맞춰서 나온 거기는 하지만, 버스를 탄다던가 지하철이 제시간에 온다던가 하는 이유로 여차저차 일찍 와버린 것이다. 허허. 좋군. 더운데 바로 버스를 타고 오래 이동하면 멀미할까 봐 좀 걱정하고 있었다. 쉬었다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마침 너무 더웠어서 아아가 먹고 싶었는데, 역의 파란 간판을 달고 있는 간이 카페가 보였다. 캐리어를 드륵드륵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1800원인가 꽤 저렴했다. 양도 많았고. 홀도 있고,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어서 앉아서 마시고 갈 수 있었다. 살짝 행복해졌다.


 그런데 기숙사로 돌아오고 나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커피를 좀 빨리 마셔서 그런가, 버스 때문인가 이유를 잘 모르겠었다. 두 가지 모두인가. 짐을 정리하고 씻고 나서 아무것도 못한 채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이럴 때 속상해진다. 아무래도 버스에서 잠을 잘 못 자고 폰을 붙잡고 서칭을 오래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푹 자고 일어나니 상쾌해져서 좋은 컨디션으로 수업을 들었다. 시험도 끝났겠다 놀고 싶은 날이어서 혼자서 성심당이 있는 중앙로로 향했다. 캐리커쳐도 하고, 영화를 보고 오려고 했다. 캐리커쳐를 하면서, 문화생활의 묘미를 다시 한번 느꼈다. 1분 내로 아주 귀엽게 그려주셨다. 캐리커쳐 스토어를 나오고 나니, 영화 볼 생각이 사라져서 잠시 거리를 배회했다. 덥긴 하지만, 바람이 솔솔 불었다. 그러다가 길거리 닭강정 가게를 발견하고, 컵 닭강정을 사 먹었다. 점심시간이라 배고픈데, 헤비 하게 먹고 싶지는 않았다. 양이 딱 적당했다.


 성심당은 와 봤어도 중앙로 근처에서 논 적은 없었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데 즐거웠다. 그러다가 대전 여행자들도 꽤 온다는 한 소품샵을 찾아 들어갔다. 예쁜 그릇들, 소품들, 스티커들이 많았다. 고양이 캐릭터들이 엄청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켰지만, 잘 참았다. 아직은 아니다. 집을 구하고 방이 생기면 예쁜 그릇을 사야지하고 마음먹으면서 말이다. 하하.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이제 학교로 돌아갈까 하는데 슈펜 스토어가 보였다. 오. 신발이랑 가방을 사야 했는데, 인터넷으로 사기엔 잘 모르겠고 직접 착용해 보고 사고 싶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들어가서 요리조리 보다가 백팩 위주로 몇 개를 추려보았다. 그중에서도 나일론 질감의 카키와 베이지를 혼합한 것 같은 부드러운 느낌의 가방이 너무 예뻤다. 무난하게 블랙으로 갈까 생각했지만, 착용했을 때 베이지가 더 예뻤다. 바로 겟. 신발은 아쉽게도 마땅히 살만한 게 없었다. 다음 기회에. 그리고 더워서 이제는 신 게 당기기 시작했다. 백다방에서 깔라만시 에이드를 사 마시니 살 것 같았다. 휴. 이제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중앙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흐에. 퇴근 시간이 다가와서인지 사람이 북적북적했다. 그래도 수도권보다는 낫지. 위로하고선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오고 끼여서 어찌어찌 타고선 꽤 이동했다. 더운데 서서 가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올 때는 평화로웠는데 말이다. 기숙사에 돌아와서 동기들이랑 뮤지컬 연습을 조금 하고, 다른 동기들하고 스벅에서 만나서 수다를 떨었다. 오늘 할 일도 가져갔는데, 과외 프로필을 다른 앱에도 올리면 좋을 것 같아서 꼼꼼히 작성해 올렸다. 그리고 배가 고파져서 같이 치킨을 먹으러 갔다. 그날은 유독 바람이 솔솔 불고 시원해서 노상 하기 딱이었다. 술은 거의 안 마셨다. 시험 끝난 다음 날이니 기분이 좋아서 그랬는지, 혼자서 놀러 다니고 동기들과도 수다를 오래간만에 떨어서 그런 건지 상쾌하고 행복하다고 느낀 하루였다. 호호.


 그리고 이어진 수업의 행렬들을 잘 소화하고, 과외 프로필을 더 꼼꼼하게 수정하고, 전단지 형태의 프로필을 만들어서 학교 근처 아파트 우편함에도 넣고 왔다. 저번 주에 못한 러닝도 뛰었다. 요즘은 갔다 하면 속도 상관없이 5km씩 꼭 뛰고 오는데, 측정해 보면 아직 속도가 7:00까지는 안 나오는 듯싶다. 러닝크루에서 7:00 나오는 줄 알고 달렸다가 이번에도 낙오를 했기 때문이다. 기대했다가 안 될 때 제일 속상해지는 듯싶다. 7:30이나 8:00 정도로 조금 더 느리게 뛰면 5km를 뛰는데, 7:00으로 시작한 페이스는 3km 즈음되면 지치는 듯하다. 혼자서 뛸 때 7:00으로 뛰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속상한 것과는 별개로 이번에 러닝크루 갔다 온 것 자체는 너무 좋았다. 달리면서 힘들었어도 바람도 불고, 저녁의 강변이 참 예뻤어서 많이 행복했다. 집도 다녀오고 바쁘고 했어서 거의 3주 만에 간 거였는데, 반가운 얼굴들도 만나고 인사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얼른 대전에 잘 정착해서 꾸준히 나가고 싶다.


 이번 주는 편하게 놀 수 있어서 즐거웠지만, 과제나 수업이나 일정이 군데군데 빡빡하게 있어서 정신없기도 했다. 과외 준비도 신경을 써야 했고 말이다. 과외로는 처음 자리를 잡으려다 보니 막막한 부분도 있었지만, 하나씩 해서 꼭 자리를 잡아야겠다. 러닝도 꾸준히 거리는 나와서 좋지만, 아직 너무 멀었다고 느꼈다. 좀 더 빨리 달리고 싶고, 더 늘었으면 좋겠다.


 나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그 사실이 나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면서 나도 내 방향대로 포기만 하지 말고 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지쳐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예전에는 열심히 한다고는 해도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 그게 막막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적어도 나만의 기준이 생기니 열심히 살면서도 다음을 그리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정말 정말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가끔 느껴지는 행복감을 소중해하며 좋은 감정은 좋은 감정대로, 때때로 드는 우울한 감정은 힘든 느낌 그대로 잘 느끼고 지나가면 되는 것 같다. 오히려 그러고 나면, 감정적인 표현을 명확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숨길 필요 없이. 그게 참 편하고, 마음을 비우게 만든다. 그냥 요즘의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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