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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아 Jun 08. 2024

감사한 호의

뜻밖의 감동

 하루는 오랜만에 열린 스터디 모임에 참석했는데, 카페 장소가 깔끔하고 조용해서 공부하기 좋았다. 화이트 조명이라 눈도 나쁘지 않고 홀도 적당히 넓었는데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해부학 파일을 열고 강의 녹음본을 들으며 외워야 할 부분을 정리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맞은편에 앉은 S와 Y는 수다를 떨고 있었다. 헤드셋을 끼고 있어서 뭐라는지 들리지 않았지만, 둘 다 즐거워 보이니 그걸로 됐다.  

  

 몇 시간 집중하고 나니 배가 고파져서, 핫도그를 시켜보았다. 얼음이 녹아 미지근하게 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었다. 배고프니 뭔들. 너무 맛있다. 먹으면서 멍을 때리다가 다시금 공부를 마저 했다. 스터디 모임도 오랜만에 참석했고, 밖에 나와 공부하려니 시원한 기분도 들어서 좋은 컨디션으로 열심히 진도를 뺐다.


 공부를 다하고 기숙사로 돌아왔는데, 카톡이 하나 왔다. 동기 D였다. 요지는 방학 때 알바를 같이 하자는 거였는데, 아쉽게도 과외를 해야 해서 어려울 것 같다고 완곡히 거절했다. D는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는데, 왜 갑자기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오늘 소위 '억까'를 당했다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억까란 명분 없이 불합리한 일을 당했다는 건데, 한 두 번이 아닌 듯했다. 이런 아르바이트 자리가 아직도 있다니 너무 슬픈 현실이다. D는 당장 그만둘 생각이라며 그래서 방학 때 아르바이트가 고민인 거라고 했다. 2개를 하려는데 하나를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해서 크몽을 추천해 줬다.


 잠깐 소개하자면, 동기 D는 미대 입시도 고민했을 정도로 그림을 좋아하고, 실제로 잘 그리며 그림에 뜻도 있는 친구이다. 물리치료사로 취업하고 나서, 웹툰 어시 등을 제대로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내가 봤을 때 D의 재능은 그냥 두기 너무 아까운 재능이라 항상 인스타툰이라도 그리라고 옆에서 말했었는데, 어차피 돈도 벌어야겠다 크몽에 등록해서 외주를 받으면 되는 아닌가 생각했다. 하라고 했다. 나는 크몽 하고 싶어도 했는 걸. 얘기해 주니, 좋은 생각이라며 알아보고 해보고 싶다고 한다. 기분이 괜찮아진 듯하다. 조금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잘 풀리면 좋겠다.


 다음 날은 현충일이었어서, 오전부터 자리에 앉아 해부학을 공부했다. 풀로 집중할 수 있는 날이어서 좋았다. 공부는 참 시작은 어려운데, 또 시간이 지나면 집중이 되고 괜찮아진다. 시작이 쉬웠으면 좋겠는걸. 쭉 하다가 오후 즈음에는 스터디에 합류해서 같이 공부했다. 저녁이 되자 다들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게 보였다. 같이 텐동을 먹으러 나갔다가, 공휴일이라 닫혀있는 걸 보고 소바 집으로 방향을 바꿨다. 저녁만 먹고 나는 일찍 기숙사로 돌아왔다. 좀 쉬고 싶었기 때문. 


 이번 주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 되었고, 기획안 발표를 하는 날이라 괜히 긴장됐다. 발표야 어렵지 않지만, 발표 점수가 팀원 전체의 점수가 된다니. 그게 제일 무서운 점이었다. 원래는 발표 대본을 만들지는 않는데, 이번에는 꼼꼼히 작성해서 수업 중요한 파트는 외워갔다. 발표를 하려는데, 갑자기 교수님께서 발표 전에 팀원들의 협력사항에 대해서도 발표를 해야 한다고 하셔서 당황했다. 


 즉석에서 대략 할 말을 빠르게 생각한 뒤, 내뱉기 시작했다. 동안 어쩌고 저쩌고. 휴. 그렇게 넘기고 발표에 들어갔다. 외워둬서 그런지 나름 수월하게 진행할 있었다. 다른 조와 달리 우리 조가 경쟁사 분석이라는 포인트까지도 조사했어서 실현성 면에서 점수를 받은 듯하다. 후후. 뿌듯했다. 팀원들과 고생했다고 인사한 뒤, 다른 발표까지 듣고 수업이 드디어 끝났다! 동안 나름 고생한 있는데, 팀원 분이 발표 수고했다고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주셨다. 매우 감동했다. 하하. 감사히 마실게요. 


 오늘도 오전부터 해부학을 붙잡고 있다가 오후가 돼서야 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주말 공부도 잘 마치고 나면, 이제는 뮤지컬 공연만 남았다. 이후에는 시험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사히 지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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