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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Dec 05. 2024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쳐 맡기 전까지는

애들은 내가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일하는 동안 애를 맡길 곳이 없었다. 우선 이혼을 하고 그사이 친정부모님을 설득해 같이 살자고 할 계획이었다.

그러는 동안 남편과 시어머니는 지칠 테고  육신이 피곤해지는 걸 끔찍이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 그 정도면 지쳐 나가떨어져 애들을 순순히 내어줄 거라 생각했다.


2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만나기로 했고, 만나는 주말에는 신나게 여행도 다니고 즐겁게 보냈다.

아이들도 갈때 울음으로 엄마라는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울고 보채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웃으며 손 흔들고 가지만 정작 들어가야 할 집 앞에 도착하면 한참을 서성이며 맴도는 그 모습이 더욱 마음 아팠다.


그러는 동안 남편은 걸핏하면 전화가 왔다.

애들 어린이집 행사인데 본인은 못 가니 네가 좀 가라. 시어머니와 싸웠다. 등등 더럽게 귀찮게 굴었다. 그때마다 나의 답은 네가 가라 하와이였다.


그리 자신 있게 키운다고 큰소리칠 때는 언제고 어디 이만한 일로 전화해. 더한 일도 혼자다 했는데 싶었다.

뜨거운 맛을 봐야 다시는 자기가 키우겠다는 말을 안하겠지 했다.





퇴근길 어느 날 전화가 울린다. 딸이다.

딸: "엄마 며칠뒤에 아빠 만나기로 했다면서요. 이야기 잘해보세요. 아빠랑 이야기 봤는데 엄마가 오해하고 있는 점이 있을 거예요." 평소 차분한 성향과 맞지 않게  불안함과 다급함이 뒤섞인 목소리다. 아빠라는 사람이 애 붙들고 무슨 이야기를 한 건지 답답하고 화가 났다.


엄마: "아빠랑 이야기해 볼게 그런데 엄마가 오해한 건 없는 것 같아"

딸: "꼭 이요. 잘 이야기해 보세요. "

엄마: "그래 이야기는 해볼게"

끊으려는 순간 "엄마가 이렇게 하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야기해보세요"


이제 초등 2학년 이다. 밉고 원망스러울 텐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다니 기가 막혔다. 아이 눈에 어떻게 사는 걸로 비쳤을까. 아이들 안위를 위해 모든 걸 다 하고 잘 숨기고 산다 생각했는데 들켰다. 아무것도 못 지켰다고 생각하니 지나온 삶이 물거품 같았다.


어쩌다 들통나버렸을까.

엄마가 다 커버해 줄게 그러니 너희는 걱정 말고 살아도 돼.라고 온몸으로 말했으면서 정작 가려진 커튼뒤로 비친 모습은 아이들이 걱정하게 만든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왜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을까 시간, 돈, 나의 모든 노력다 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쳐 맡기 전까지는" 핵주먹 타이슨은 말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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