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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으로 향하는 길

by 강다희

여성이 서두르는 기척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여성이 들어가자마자, 피곤한 한숨을 내셔 침대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았다.

“자세한 설명 해봐.”

“하찮은 인큐버스 주제에 이 나라 왕에게 빙의를 했어.”

“.......”

또다시 놀라움 연속을 맛봐야 했다.

“나도 못하는 빙의를 어떤 재주로 인간에게 빙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인큐버스는 지금 인간의 몸으로 여자들과 관계를 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쌓아올리고 있어. 만약 그 인큐버스가 힘이 점차 강해져 이쪽을 눈치 챈다면 서로에게 적의가 강한 악마들 중에서 핍박을 가장 많이 받던 인큐버스가 나에게 악의를 품고 악마를 소환한 죄로 널 화형 시킬지도 몰라. 당연히 사람들은 왕을 믿겠지. 그리고 너의 손목에는 빙의한 인큐버스와는 달리 악마와 계약했다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골치가 아픈데 또 아픈 일이 생겨버렸다.

왠지 모르게 당기는 눈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게다가 그 인큐버스 옆에는 주군이 계신다.

“죽이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

“세상에서 여러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푸는 답도 여러 개가 있기야 있겠지. 단지 여기서 추가되는 문제가 그 답을 모르고 있다는 게 더 크나큰 문제아냐? 수 백 년을 산 나도 못 들어 봤다고? 악마가 인간의 몸에 빙의를 했다는 것을 말이야. 게다가 지금 그 방법을 찾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말이야. 물론 너라는 예외가 내 앞에 있긴 하지.”

악마를 소환한자는 업화의 불에 사형 당하게 된다.

주신이 내린 그 불은 절대 꺼지지 않으며 오로지 악마를 소환한 자에게 커다란 벌만이 줄 수 있다.

아무리 고위 악마라고 우기고 있는 그림자가 여러 번 살리려 한다 해도 주신이 내린 그 불에 당해낼 수가 없다.

그러다가 서서히 고통 속에서 그 불은 악마의 영혼과 계약한 영혼까지 소멸시킨다.

이대로 있을 바에야 죽는 것도 영혼이 소멸되는 것도 상관없다.

허나 그 어떤 이유들이 있기에 카야산은 왕을 죽여야 했다.

첫 번째로 우선 그림자는 왕을 시해하지 않으면 ‘시해’라는 죄를 짓지 않았다고 ‘계약위반’이라는 명분으로 주변인들로 자신을 협박해 올 것이다.

다른 죄들과는 달리 이건 그림자 목숨과 연관이 되어있으니까.

그리고 다른 이유 중 하나.

악마가 다른 이도 아닌 ‘왕’에게 빙의 되었다.

이 나라가 위험하다.

그리고 주군 또한 위험하다.

“욕실에 있는 여성은 누구지?”

사야와 사야의 주변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대로 살려 두면 그녀 또한 위험하다.

그리 판단되어 내린 질문에 그림자가 서두를 꺼냈다.

“기사라는 밝은 쪽에 세상에 살았던 너는 모르겠지만 어둠 쪽에서는 아주 유명해. 왜냐하면 어쌔신의 여왕이거든 즉 밤의 여왕이라고 불린다지?”

“들어봤어. 그런데 어째서 그녀가 에티븐 곁에 있는 거지?”

“내가 알고 있는 거라곤 에티븐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 여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것과 저 여자는 에티븐의 육체에 무척이나 환장한다는 거지. 자세한건 나도 몰라.”

그림자가 모르는 일도 있다.

그렇다는 것은 그림자와 계약하기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러 개 의문들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 당장 풀 수는 없었다.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여성이 뜨거운 김을 일으키며 욕실에서 나왔다.

은은한 달에 비친 여성은 나체였다.

외모로 보아 대충 20대 후반 정도 해보였다.

여성이 축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나른하게도 웃었다.

“에티븐은 자기 전 분명 씻었을 테니 안 씻어도 되지?”

카야산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여성이 기분 좋다는 듯 ‘후후’ 웃으며 걸어가 침대로 다이빙했다.

침대가 잠시 출렁이고 여성의 손아귀가 카야산 앞머리를 잡아채었다.

이게 무슨 기분 나쁜 짓인가 싶어 눈썹을 휘고 있자 그림자의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깜빡했네. 그 여자 엄청난 사디스트야.”

“이런 뭣.......”

황당함에 욕을 하려던 참에 혀가 입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

비교적 후끈한 밤이 지나 아침이 되었다.

부스스한 얼굴로 침대에 일어나 눈을 그저 게슴츠레 떠서 모르겠지만,

그의 심리는 무척이나 불쾌한 상태였다.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물고 긁고 때리고 뭐 이런 황당한 성관계가 다 있나 싶었다.

어제의 성관계는 상대방을 배려해가며 사랑을 나누는 그런 것이 존재 하지 않았다.

오직 불쾌한 쾌락만이 존재했다.

아픈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밤의 여왕을 무감각하게 보고서는 욕실로 들어섰다.

몸에 묻은 무언가가 찝찝하기 그지없었다.

거품을 내고 물로 씻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깨문 자국과 키스마크를 누군가가 본다면 상당히 곤란할 것이다.

에티븐이 이 상처들을 어렸을 때부터 냈다고 한다면 안 들킨 게 용했다.

그리고 빙의 할 때부터 지워지지 않는 쇄골 쪽 키스마크와, 발목에 쇠고랑 자국.

이것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머리가 아파온다.

첫 빙의부터 수수께끼였던 놈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남들에게 보여줘선 안 된다는 것만은 충분히 알겠다.

숨길게 많은데 저 밤 여왕 때문에 배로 늘어났다.

할 수 없이 어떤 설득을 해서라도 오늘 연회장에 입고 갈 옷은 자신 혼자 입도록 해야겠다.

뜨거운 김을 일으키며 욕실에 나오자 밤의 여왕이 침대에서 턱을 괴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깨났는지 눈이 초롱초롱했다.

“좀 씻겨줄래 에티븐?”

헛소리로 치부 하며 수건으로 머리를 마저 말렸다.

그런 행동에 밤의 여왕이 나체인 몸으로 카야산에게 다가갔다.

손을 벌려 껴안으려는 모습에 뒷걸음치며 피했다.

씻었는데 다시 더러워지고 싶지가 않았다.

밤의 여왕이 섭섭하다는 듯이 입을 부르터 올랐다.

“왜 피해?”

무표정으로 대응했다.

밤의 여왕 등을 밀러 욕실로 끝까지 들어서게 했다.

투덜거리며 안으로 들어가자 피곤한 눈가를 눌렀다.

한 시간 밖에 자지를 못했다.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지?

카야산 몸이 비틀거렸다.

지끈 또 다시 그게 왔다.

[덧없이. 아직 아직 아직 여전히 여전히 봄날이야. 그리고 그리고 겨울이지. 그녀 매력에 잘 죽은 내가 있어. 꼬락서니 좀 봐. 헛된 망상은 무얼 탓해? 그녈 탓해? 아니. 날 탓해. 앞은 알 수 없고 포기만 하는 죽은 짐승. 그게 나잖아. 한여름 모래사장보다 따스한 봄날 기적은 내게 머물고 있지 않아. 내게 더럽히고 싶은 흰 눈이라고 말하던 그녀보다 덧없어. 그리고 여전히 여전히 넌 봄날이고 난 겨울날이야. 심장 쥐가 파먹은 거처럼 좀 먹어. 난 그게 즐거우면서도 괴로워. 그래. 이상하다. 온 세상이 잿빛이야. 내 머리카락처럼 말이야. 충족한 나날을 차곡차곡 쌓다가도 무너지면 어떤 느낌인줄 알아? 모를 거야. 지겨울 정도로 난 알지만 넌 몰라도 돼 아직 여전히 봄날이야. 그리고 겨울이지. 그녀 매력에 잘 죽은 내가 있어. 마치 도마 위 생선이지. 그녀는 먹긴 만하면 돼. 꼬락서니 좀 봐. 헛된 망상은 무얼 탓해. 그녈 탓해? 아니. 날 탓해. 앞은 알 수 없고 포기만 하는 죽은 짐승. 그게 나잖아. 세상이 뜨거워지고 차가워지기만 하면 따뜻함은 어떻게 알까. 봄날이 좋은데 겨울날이 싫으면 사라질까? 덧없을까. 생각으로 끝나는 덧없음의 허무함. 뻗어본다. 닿지 않는다. 절망한다. 뻗어보는 봉오리의 희미한 향기는 닿지 않아 절망했어. 봉오리 희미한 향기가 난다. 차가운 숨을 내뱉으며 말하는 그녀는 차가운 겨울날. 흰 눈과 같아서. 봄 살 내음은 알맞지 않았어. 그런데도 봄이고 난 겨울이라 얘기해. 그녀는 여러 가지 매력이 있어. 바람 따라 문득 보이는 큰 바구니안 이상할 만큼 담은 꽃일까? 더러워질 것을 예상하던 흰 눈 가득 담은 바닥일까? 그래 덧없어. 소름 끼친 대문소리처럼 항상 굳게 닫힐 말듯 했던 녹슨 빨간 쇠문이 열렸다는 의미. 봄날. 겨울날. 봉오리의 희미한 향기가 나 차가운 숨을 내뱉으며 말하는 그녀는 차가운 겨울날. 흰 눈과 같아서. 봄 살 내음은 알맞지 않았어. 그 매력 공식은 어려워. 맞추려고 애쓰던 내가 우습지. 바람 따라 문득 보이는 큰 바구니 이상할 만큼 담은 꽃일까? 녹을 것을 예상하는 흰 눈을 가득 담은 바닥일까? 덧없이. 아직 아직 아직 여전히 여전히 봄날이야.그리고 그리고 겨울이지. 그녀의 매력에 잘 죽은 내가 있어. 꼬락서니 좀 봐. 헛된 망상은 무얼 탓해? 그녈 탓해? 아니. 날 탓해. 앞은 알 수 없고 포기만 하는 죽은 짐승. 그게 나잖아. 한여름의 모래사장보다 따스한 봄날의 기적은 내게 머물고 있지 않아. 더럽히고 싶은 흰 눈이라고 말하는 그녀보다 덧없어. 그리고 여전히 여전히 넌 봄날이고 겨울날이야. 심장을 쥐가 파먹은 거처럼 좀 먹어. 난 그게 즐거우면서도 괴로워. 그래. 이상하다. 온 세상이 잿빛이야. 충족한 나날을 차곡차곡 쌓다가도 무너지면 어떤 느낌인줄 알아? 모를 거야. 지겨울 정도로 난 알지만 넌 몰라도 돼. 세상이 뜨거워지고 차가워지기만 하면 따뜻함은 어떻게 알까. 봄날이 좋은데 겨울날이 싫으면 사라질까? 덧없을까. 생각으로 끝나는 덧없음의 허무함. 뻗어본다. 닿지 않는다. 절망한다. 뻗어보는 봉오리의 희미한 향기는 닿지 않아 절망했어. 봉오리의 희미한 향기가 난다. 차가운 숨을 내뱉으며 말하는 그녀는. 차가운 겨울날. 흰 눈과 같아서. 봄살의 내 음은 알맞지 않았어. 그녀는 여러 가지의 매력이 있어. 바람 따라 문득 보이는 큰 바구니의 이상할 만큼 담은 꽃일까? 더러워질 것을 예상하는 흰 눈을 가득 담은 바닥일까? 그래 덧없어.]

잿빛소년의 목소리다.

광기가 깃들었다. 집착이 소름끼쳤으나 허무함으로 담긴 공허함 또한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애타게 찾는다.

기절했다.

이상한 소리들이 생각들이

파도처럼 몰려왔기 때문이다.

대체 뭘까?

허나 조금 익숙한 일이었다.

다행히도 남들 앞에서 그러지 않아 다행이다.

연회장으로 가기 전 찬 새벽공기를 마시며 빠른 걸음으로 크리스탈 공주가 준 선물을 확인하기 위해 개인 창고로 들어섰다.

각 이름들이 적혀있는 선물들을 지나쳐 크리스탈 공주 이름이 적혀 있는 선물을 발견했다.

다른 선물들과 비교 하지 않아도 확연히 커다란 철 상자였다.

구멍이 작게 나있는 것이 무슨 의도인지 잘 모르겠다.

이것을 나름대로 포장이라고 한 것은 아닐 테고.

설마, 살아있는 생물은 아닐 테지.

상자 옆에 걸려있는 열쇠로 그 상자를 열었다.

철이라 무겁게 열렸다.

카야산은 안을 들여다봤다.

그리고선 조용히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엘프?”

보라색 단발.

그 머리카락 사이에 보이는 기다랗게 뻗어 있는 귀.

엘프였다.

엘프는 무릎을 감싸 안은 채 수면을 취하고 있는 거 같아 보였다.

떨떠름한 얼굴로 엘프를 안아 올려 상자 밖으로 내보냈다.

그러자 엘프가 움찔했다.

깨난 듯 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서서히 그 아름다운 황금색 눈동자가 보였다.

엘프는 멍한 초점으로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이더니 우두커니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아름다웠던 엘프의 얼굴이 구겨졌다.

썩은 무언가를 보는듯한 사나운 눈초리였다.

한숨을 내뱉으며 엘프의 목줄에 손을 뻗었다.

엘프가 기겁하며 그 손에서 물러났다.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카야산은 허공에서 멈칫한 손을 내렸다.

“더러운 인간. 날 어쩔 셈이지?”

“아무것도.”

“웃기는군. 날 납치한 주제에. 게다가 자아가 없는 몬스터 보다 발정이 심한 인간이 내게 아무 짓도 안한다?”

이 엘프는 겁이 없는 게 분명해보였다.

그걸 알면서 저리도 사납게 말한다니.......

아니. 겁이 많기 때문에 일부로 강한 척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난 네게 아무 짓도 안한다. 그리고 널 납치한 것은 내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내가 여기 있다는 거지? 설명을 요구한다.”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어떤 분이 내게 선물을 주셨는데 그게 너였지.”

엘프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빠른 수긍이었다.

“그렇군. 왠지 너의 눈에서는 어떤 욕정도 안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한 번 나대보았다. 왠지 위험한 느낌은 안 느껴졌거든.”

엘프는 눈을 보면 감정과 그 본질을 알게 된다는데 그 사실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자신의 입으로 나대다고 말하다니.

“하지만 널 풀려줄 수는 없어.”

“왜지?”

“나보다 높으신 분 선물의 성의를 무시해선 안 되기 때문이지. 그러니 무슨 짓은 안하되. 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조치는 해두지.”

“인간세계에서는 그런 게 있다더니. 하지만 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난 평생 못 들어가는 것인가? 내 친구들과 내 가족들은 볼 수 없는 것인가?”

엘프의 무표정한 얼굴에 그늘이 졌다.

“미안하군. 하지만 그 분의 기억에서 네가 없어질 때쯤 너를 보내도록 하마.”

엘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안하도록하지. 네들 인간이 죄를 지었으니. 네들 인간들 중 한명이 그 업을 푸는 것이니 말이야.”

“그럼 난 사과를 하도록 하지. 미안하다. 너를 납치해서.”

“아무리 인간들이 한 짓이라 한들 네가 한 게 아닌데 사과를 하다니. 눈이 맑더니 마음도 맑구나. 다행이야. 난 나름 운이 좋았어. 널 만나서 말이야.”

“별말씀을.”

카야산이 피식 웃었다.

그런 그에게 엘프가 손을 뻗었다.

악수를 청하는 모습에 자신도 손을 뻗어 맞잡았다.

“내 이름은 하레니아. 넌?”

“에티븐 디릭스.”

“어느 것이 이름이고 어느 것이 성이지?”

“에티븐이 이름이다.”

“그렇군. 에티븐이라 불러도 되는가?”

“좋을 대로.”

무표정한 엘프.

하레나아 얼굴에서 미소가 번졌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미소였다.

만약 그녀가 카야산을 만나지 않았고 어느 욕정이 가득한 인간을 만나,

저 미소가 자신과 같은 인간 때문에 부셔지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리고 지금은 안도와 미안함뿐이었다.

복잡한 생각을 가득 담은 채,

그 미소를 빤히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목줄을 벗겼다.

하레니아가 허전한 목을 쓰다듬었다.

“편하군.”

그런 하레니아를 카야산의 방으로 데려왔다.

고용인 시선들이 모여졌지만 카야산과 하레니아는,

무표정으로 무시를 일관했다.

어찌 보면 그 무표정이 둘을 닮아보이도록 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너의 방을 구하도록하마.”

하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보고선 방을 나섰다.

새로 고용한 집사를 시켜 카야산 방에서 그나마 가까운 빈방을 구했다.

내일 까지 가구를 배치하라 시킨 후 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아마 내일까지는 어찌 되리라.

“오늘은 여기서 쉬도록 해.”

하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도련님. 오늘 연회장에서 입을 의상을 가지고 왔습니다.”

방밖에 들리는 가녀린 여성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어 의상을 받았다.

“오늘은 내가 알아서 갈아입을 테니 가도 좋다.”

“허나.......”

하녀가 망설이며 주춤하자, 문을 닫았다.

방문 너머에서 당황한 음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걸음소리가 들리더니 인기척이 사라졌다.

후우 하고 숨을 내뱉어 넥타이를 풀어 와이셔츠를 벗었다.

그리고 준비된 상의를 걸치고 벨트 벌크에 손이 가다가 아차 했다.

“아.”

빤히 느껴지는 시선에 고갤 들었다.

무표정한 얼굴, 하레니아가 턱 괸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맞다. 저 엘프가 있었지.

아주 순간 깜빡해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예의 있게 고개를 돌리는 게 어떤지?”

“인간의 몸은 우리 엘프 남자들과는 달리 근육이라는 게 붙여있어 참 보기 좋은 거 같아. 근데 너는 요상한 상처들이 많구나.”

“거 칭찬 고맙군.”

황당히 한마디 내뱉었다.

“그 상처는 왜 있는 거지?”

무시로 일관, 바지를 손에 쥔 채 욕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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