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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다희 Oct 24. 2024

왜 우리는 물건을 버리지 못할까

왜 우리는 물건을 버리지 못할까: 집착의 철학


옷장 구석에 입지 않는 옷, 서랍 속 어딘가에 쌓여 있는 사용하지 않는 케이블들…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왜 우리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할까? 혹시 “언젠가는 쓸 일이 있을지도 몰라”라며 무의미하게 붙잡고 있는 물건이 있는가? 이 미련에는 단순한 소유 욕구 이상의 불안, 기억, 그리고 정체성이 얽혀 있다.


1. 물건을 버리는 건 나의 일부를 버리는 일이다


사르트르는 “존재는 소유를 통해 확장된다”고 했다. 물건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나의 경험과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첫 월급으로 산 물건, 여행지에서 산 기념품 등은 물리적인 가치 이상의 기억과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물건을 버릴 때 단순한 소유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의 나 자신을 버리는 것처럼 느낀다.


2.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언젠가 필요할지도 몰라.” 이 말은 우리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다. 이는 단순한 합리화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통제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물건을 버리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수단을 하나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대부분 언젠가 필요할 거라던 물건을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


3. 미루기의 기술: 결정을 회피하는 방식


물건을 버리는 것은 결정을 내리는 행위를 요구한다. “이 물건이 내게 여전히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건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버리지 않고 쌓아두며 결정을 미루는 편을 택한다. 프로크라스티네이션처럼 물건을 쌓아두는 건 결정을 회피함으로써 느끼는 일시적인 위안이다.


4. 소유의 허무함: 더 많이 가져도 더 행복하지 않다


쇼펜하우어는 “욕망은 충족될 때 더 큰 공허를 남긴다”고 말했다. 새로운 물건을 손에 넣으면 잠시 행복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물건을 모으지만, 결국 소유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건을 쌓아두는 것은 행복을 찾는 헛된 시도일 뿐이다.


5. 결론: 비워야 채울 수 있다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건 단순한 정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과거와의 결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수용, 그리고 진정한 자신을 찾는 과정이다. 물건이 아니라 경험과 감정이 나를 정의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소유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러니 다음번에 물건을 버릴지 말지 고민된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 물건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가?”

“비워야 진짜로 필요한 것이 내 삶에 들어온다.”


“삶은 축적이 아니라 정리의 예술이다. 소유를 줄이는 순간, 나 자신을 더 크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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