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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 사람 가탁이 Jul 23. 2023

합리적 의심

# 28 올레길 14-1 코스 230621 비 온 뒤 개운함으로

문도지오름은 사유지라고 했다. 처음 가이드가 얘기했을 때 다들 이번 오름은 그리 크지 않은가 보다 예상했었다. 어느 정도 크기이기에 그 넓은 땅을 개인이(개인이라고 얘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유한다는 말인가, 오름을 소유할 수 있는 개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꼭 만나서 얘기를 어봐야겠다고 했다. 첫 번째 합리적 의심!

얼마면 되느냐고, 얼마나 있으면 오름을 통째로 사유하고 말이나 돼지를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느냐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던 일행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방목된 말들은 막힘없는 '자유' 덕인지 털은 윤기가 반지르르했고(말총머리의 근원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호사를 누렸다) 근육은 매끈한 게 말에 대해 1도 모르는 내가 봐도 멋있었다.

안개 자욱한 오름의 정상(그리 높지는 않았으나 정상이라고 적힌 표식이 있다)에서 함께 손을 들어 '우리도 오름하나 갖고 싶다'를 외치며 깔깔 거리기도 했다. 미스트 같이 내리는 비로 인해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볼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카메라 앞에서 꽤 편해진 우리는 1~4번까지의 자세를 만들어 일사불란하게 찍기도 했다.

정상까지 한 발 한 발 걸어 오른 우리는,

비록 오름을 가질 경제적 능력은 되지 않는다 해도,  좋은 공기를 한아름씩 품고 싱싱한 풍경을 두 눈 가득히 담아갈 능력은 충분했으므로 오름을 내려오는 발걸음은 터질 듯 행복했다.


또 하나의 합리적 의심은 오름이 끝나기 무섭게 시작되는 곶자왈이었다. 아니다. 끝인지도 모를 만큼 빽빽한 곶자왈 사이로 보이는 출구와 출구인지 출입구인지 모를 녹차밭이었다.

이름도 없이 펼쳐진 이번 곶자왈은 다른 곶자왈보다 훨씬 환경이 좋은지 양치식물들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반짝이고 있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곶자왈 속에서 하마터면 길을 잃을 뻔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걸었지만 혼자 낙오된 몇 몇도 있었다. 일행 중 몇은 무리 지어 오면서도 오싹거릴 만큼 숲이 빽빽하고 숲이 뿜어내는 음기에 기운이 빼앗긴다고 했다.

한참을 헤매듯 걸어 나온 곶자왈 출구는 ○설록 입구와 맞붙어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가까이에 있었다. 우리 모두는 겨우 빠져나온 곶자왈의 출구를 바라보며 외쳤다.

그렇다면 이 곶자왈도 누군가의 소유라는? 그 누군가는 바로~~~


#오설록#의심#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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