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서열 1위

by 사선에서


나는 합동참모본부(합참)에서 두 차례 근무했다. 2016년부터 3년간 근무한 뒤 야전에서 2년을 보낸 후, 다시 합참의 부름을 받아 3년을 더 근무했고, 이후 전직지원 교육과정에 입과했다.


합참이라는 조직에서 연합연습은 매우 중요한 사업이었기에 매년 3월과 8월에 실시되는 연합연습 준비와 수행에 막대한 노력이 집중되었다. 그 연습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업은, 대한민국 전쟁지도부의 총사령관인 합참의장께 실시간 상황을 적시에 보고하고 결심을 보좌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예하 부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종합하고 분석하여, 향후 한반도 전구의 작전 양상을 판단해야 했다.


연습 중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우리 작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판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성껏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의장님께서 즉각적인 결심을 내려야만, 예하 부대는 작전 및 전술적 차원에서 전쟁에 승리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2주간 연합연습 기간 동안 단 한순간도 흐트러짐 없이 몰입해야 했다.


나는 합참에서 총 6년을 근무하며 연합연습을 12차례 경험했다. 그동안 여섯 분의 합참의장님을 모셨고, 이 중 다섯 분과 연합연습을 함께 수행했다. 자연스레 각 의장님들의 지휘 스타일과 성향을 비교할 수 있었다. 모두 대한민국 군 서열 1위로서 탁월한 지휘력과 전략적 사고를 갖추신 분들이었지만, 유독 한 분이 내게는 가장 인상 깊고 존경스러운 지휘관으로 남았다. 바로 A 의장님이다.


A 의장님은 전군에서 엄격하고 날카로운 분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꼼꼼하고 빠른 업무 스타일, 철저한 분석력, 높은 예측력을 요구하셨으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보고되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합참의 장군들조차 몸을 낮추고 눈치를 볼 정도였고, 과장인 대령들 역시 조심스레 보고를 올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A 의장님은 단호함 속에서도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계셨다. 군인의 본분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며, 그 목표를 위해선 어떤 타협도 없었다. 연합연습 기간에는 벙커에서 밤낮없이 토의와 보고, 워게임이 이어졌고, 잠시도 느슨해질 틈이 없었다. 피로가 극에 달했지만, 보고가 미흡하면 재차, 삼차 반복되었다. 당연히 휴식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A 의장님은 누구보다 솔선수범하셨다. 야간 전술토의에도 함께 참여하시며, 부하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셨다. 그래서 누구도 감히 불평을 할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다른 의장님들과는 분명히 다른 A 의장님의 지휘방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군은 합동성이 핵심이다. 육·해·공군, 해병대 등 모든 전력이 통합되어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합참 내 각 기능실 간 협업은 필수적이다. 평시에는 협업이 원활하지만, 연합연습이나 실제 전시 상황에 몰입하면 기능실 간 소통이 단절되거나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과거에는 이런 상황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A 의장님은 달랐다.


연습 중 어느 날, 의장님께서는 C 기능실의 보고를 받으시던 중,관련된 Z 기능실의 보고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셨다.


“Z 기능실에선 이렇게 보고하던데, 왜 여기 보고에는 그 내용이 빠졌지?”


“죄송합니다. 저희가 미처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너흰 너희고, 우린 우리다? 그런 거야?”


“아닙니다. 곧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4시간 안에 Z 기능실 보고 내용을 반영한 수정안을 분석해서 재보고 하게.”


그 후 C 기능실은 큰 혼란에 빠졌고, 모든 실무자들이 뛰어다니며 다른 기능실과 협조하고 분석 자료를 재작성했다. 정확히 4시간 뒤, 의장님은 다시 C 기능실을 방문하여 보고를 받으셨다.


“좋다. 그럼 C 기능실과 Z 기능실 보고를 기반으로, 주무부서인 Q기능실에서 전구 작전의 종합 판단을 내리고 내일 보고하도록!”


이러한 기능실 간의 협업 점검은 이후에도 반복되었고, 연습 기간 동안 합참 전체가 기능실 간 ‘전투협조’를 유기적으로 구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갔다. 나는 그 현장을 보며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그래, 이게 바로 교범에서 말하던 진정한 전투협조다.’



A 의장님은 재임 기간 동안 총 3회의 연합연습을 주관하셨다. 그 2년간, 합참의 기능실 간 전투협조 능력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중령 실무자인 나조차 그 변화의 체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연습 종료 후,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감히 의장님께 메일을 올렸다.




합참의장님께


충성! 합참의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00과에 근무하는 김00 중령입니다. 먼저 이번 연합연습간 정말 고생많으셨다고 말씀 올립니다.


저는 합참에서 총 6년간 근무했습니다. 그래서 연합연습의 경험이 남들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항상 연합연습이 종료되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과연 이렇게 해서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매번 훈련 때마다 기능실간 협조가 부족한 상태에서 명령이 하달되면 예하부대에서는 많은 혼란이 있을것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런것을 통제하거나 컨트롤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냥 연습이니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라고 의심을 갖었었습니다.


그런데 의장님께서 그 문제를 해결해 주셨습니다. 의장님께서도 힘드셨겠지만 항상 저희들과 함께 하시면서 기능실간 전투협조가 유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합참을 바꿔놓으신 것입니다.


연습간 합참 기능실의 구성원들은 의장님의 지휘의도를 구현하고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상호간 기능실 방문해서 합동성이 발휘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런 모습을 그동안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감히 의장님께 한가지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는 A 의장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입니다.


저는 A 의장님과 함께라면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2주간 연합연습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에게 이런 자부심과 기쁨을 선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충성!




이렇게 메일을 보내고 평상시 처럼 근무를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무실 전화벨이 울렸다.


"김 중령님 이시죠? 저는 합참의장 보좌관 00대령입니다. 의장님이 잠깐 시간되시면 집무실로 올라오라고 하셨습니다. "


'의장님이 나를 오라고?' 나는 전화를 끊고 지난번에 보낸 메일을 확인했다. 의장님께서 읽어보시고 답장을 보내신 상태였다.



김 중령의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네.


중령 실무자까지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하고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네.


앞으로 나 역시 합참의장으로서 존재의 이유를 늘 마음에 새기고, 합참의 모든 구성원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노력하겠네.


김 중령도 지난 2주간의 고된 연합연습을 훌륭히 수행해줘서 고맙네.


-합참의장 씀-





놀란 마음으로 집무실에 올라갔고, 그 자리에서 의장님은 내게 직접 코인과 작은 기념품을 건네주시며 말씀하셨다.


“김 중령, 수고했어. 칭찬 고맙다.”


나는 아직도 그 코인과 기념품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대한민국을 위한 참된 리더십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신 A 의장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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