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Jane. 여군 부사관

by 사선에서

예전에 본 영화 중 데미 무어 주연의 『G.I. Jane(지.아이.제인)』이 있었다. 네이비 씰 교육과정에서 데미 무어가 혹독한 테스트를 극복하고 여전사로 다시 탄생하는 영화다.


함께 근무했던 A 중사는 내가 본 여군 중 가장 성실했고, 또 데미 무어보다 강인했다. A 중사는 유치원에 다니는 남자아이를 키우는 부부 군인이었다. (남편도 같은 사단에서 중사로 근무했다.)


대대장 시절, 나는 육아를 하는 여군에 대해서는 많은 배려를 하려 노력했었다. (당시에는 탄력근무제도가 도입되지 않아서, 육아를 병행하는 여군들이 많이 힘들어했었다.) 출근 시간도 조정해 줬고, 퇴근도 일찍 하도록 보장했었다. 하지만 A 중사는 항상 그 점을 동료들에게 미안해했었다. 그래서 업무가 많으면 오히려 남편에게 퇴근해서 아이를 보라고 하고, 본인은 남아서 동료들과 야근을 하다가 내가 강제로 퇴근시킨 경우가 많이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일을 하셔서 혼자 지내는 일이 많았고, 그게 싫었다. 그래서 부하들 중 아이가 있는 여군은 아이가 엄마와 함께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A중사를 배려해서 전술훈련이나 유격훈련을 출동하면 부대에 잔류를 시키고, 일과 이후 퇴근을 시켰었다. 하루는 출동 전 A 중사가 찾아왔다.


"대대장님, 훈련 출동하고 싶습니다."


"안 된다. 아들은 어쩌려고?"


"시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동료들과 출동하게 해주십시오."


"2주간 출동을 해야 하는데 기간이 너무 길다. 그냥 잔류해라."


"그러면 1주는 출동하고 1주는 잔류하게 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너무도 간절했기에 건의를 받아줬다. A 중사는 출동해서 병력들과 먼지를 뒤집어쓰고 텐트 설치와 통신망 구성, 지휘소 경계 등 직책에 부여된 임무 외에 다른 동료들과 용사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작전과장도 그 모습을 보고 "웬만한 남군보다 훨씬 더 잘한다"고 칭찬했다.


특급전사를 선발할 때였다. 당시 대대의 특성을 고려해서 종목에 턱걸이를 추가해서 평가를 했었다. 그런데 여군에게 턱걸이는 무리라고 판단해서 턱걸이 종목은 제외했다. 그러자 A 중사가 찾아와서 턱걸이 종목 대신에 매달리기 종목을 대체해서 평가해 달라고 요청을 하는 게 아닌 가?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동료들과 유사한 환경에서 평가받고 떳떳하게 특급전사가 되고 싶습니다."


본인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굳이 말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턱걸이 대신 매달리기를 여군들에게 적용해서 특급전사 선발계획을 공시했다. 300명이 넘는 간부와 용사들이 체력측정과 전투기술 숙달을 위해서 달리고, 매달리고, 공부했다. A 중사도 일과 이후 퇴근하지 않고 체력단련과 공부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아마도 남편이 아들을 돌보고 있었을 것이다.


특급전사 평가를 하는 날, 체력 측정부터 많은 인원이 기준에 미충족돼서 불합격했다. 하지만 A 중사는 거뜬하게 합격했다. 이어서 평가한 전투기술에서도 상당히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결국 해당 기수 특급전사 평가에서 A 중사를 포함한 여군 1명, 남군 9명이 특급전사에 선발되었다. 나는 A 중사와 같이 강한 여군을 처음 봤다. 그리고 부여받은 임무 외에 다른 동료의 업무도 도와주려는 전우애가 넘치는 군인과 오랜만에 근무했봤다.


나는 대대장 임무수행 간 A 중사의 장기 선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A 중사는 장기에 선발되었다.

A 중사가 장기에 선발되자 당연한 결과라고 동료들이 축하해 줬다. 역시 사람 보는 눈은 동일한 것 같다.


A 중사는 몇해전 상사로 진급했다. 지금은 둘째 아들까지 아주 예쁘게 잘 키우고 있다.


대한민국의 여군은, 그리고 엄마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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