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29화 - 추격

by 팬터피


**챠샤오빠오**


식당 앞에 도착해 인력거에서 내린 츠즈키와 타케루는 식당이 잠겨 있는 것을 보고 허무해했다.


“혹시 날 농락하신 겁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럴 리가요. 제가 아까 왔을 때만 해도 분명 식당이 열려 있었는데···”


중위는 문에 붙은 종이에 적힌 중국어를 찬찬히 읽었다.


“개인 사정상 25일까지 쉽니다. 죄송합니다.”


25일이라는 날짜를 듣고 츠즈키는 의문이 생겼다.


‘왜 하필이면 25일까지 쉬는 거지? 김좌진이 오는 날까지 일부러 맞춘 건가? 여기 사장은 독립군 놈들과 연결고리가 있는 게 확실하구나···’


츠즈키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대답이 없자 타케루가 다시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정말 문 닫은 걸 모르셨다는 거죠?”


“아··· 네. 저도 지금 봤습니다. 그나저나 어쩌죠? 이렇게 허탕을 치게 해서.”


“저희 일이 그렇죠, 뭐. 허탕 치기를 반복하다 결국은 찾아내는 게 이 일 아닙니까.”


츠즈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행히 며칠은 이놈이 그 테러범들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네, 그럼 일단 서로 돌아가시죠.”


“무슨 말인가요? 이제 용의자가 사는 곳을 가봐야죠.”


“네? 사는 곳은···.”


“왜 그러시죠? 뭐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거주지를 묻자 츠즈키는 아차 싶었다. 일하는 곳이 확실하고, 달수 놈이 지켜보고 있기에 딱히 어디 사는지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숙소명을 이전에 한 번 들었던 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실은 한 곳에 계속 있지 않고 여관 같은 곳을 돌아다니며 묵고 있어서 거처가 일정치 않습니다. 어차피 일하는 곳이 확실하니 굳이 거처에 대해서는 따로 파악해 두지 않았습니다.”


“뭐라고요? 이런 병신 같은.”


헌병 중위가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츠즈키를 쏘아봤고, 그는 움찔했다. 그는 이 중대한 사항에 대해 어중이떠중이 일을 처리하고 있는 츠즈키가 같은 관동군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방금 나온 말은 당신에게 한 말이 아니라, 이 상황에 대한 답답함에서 나온 말이니 오해는 마시기 바라오. 그런데 여기는 다시 열려면 일주일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그놈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거면 지금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경찰로서 지금 이 상황이 맞다고 생각하시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저한테 죄송한 게 문제입니까? 총독님을 시해하려 했던 놈들입니다. 이 사안의 심각성이 잘 파악이 안 되시나 본데, 김좌진인지 뭔지 그놈 체포도 분명 중요하겠지만, 이놈들도 만만치 않게 꼭 잡아야 하는 놈들이란 말이오. 아시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순사 하나를 시켜 거처를 파악하게 하고 밀착 미행을 지시해 놓겠습니다.”


“빨리 들어가서 조치를 취해 놓으시오. 난 좀 시내를 둘러보다 들어가겠소.”


이렇게 말하고 타케루는 시내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츠즈키는 그가 혼자 시내를 다니는 것이 불안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를 쫓아갈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선 경찰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내 골목**


인력거에 진을 태운 형원은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아까 달수의 집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분명 그 사람 목소리였어. 아까 내가 태웠던 독립군. 경찰과 군인들이 그를 찾으려고 호텔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니까.”


“사장과 달수, 둘 중 하나는 밀정이란 건데··· 네 말대로라면 사장이 배신자란 거잖아?”


“그렇지.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되긴 하지. 생각해 봐 봐. 독립군이 아니라면 기동대가 그렇게 난리를 치진 않았을 테니까.”


복잡한 상황 속에서 진은 고민이 많아졌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발생하는 이런 일들이 너무나 혼란스러웠고, 두통이 오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지금 너무 위험한 상황에 놓인 듯해. 아직까지 그래 왔지만, 어디 물어볼 곳도 없고, 덩그러니 오롯이 우리 둘뿐인데, 지금 이곳에 있는 게 맞나 싶어.”


그 말을 듣자 형원은 인력거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 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우리 김 선생님께서 갑자기 왜 약한 모습이실까?”


“우리는 지금 수배범이잖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런데 자꾸 의도치 않게 이런저런 일에 얽히는 것 같아서 불안해.”


“그래도 너의 신중함 덕에 이렇게 별 탈 없이 잘 버티고 있잖아.”


인력거를 다시 끌며 형원이 말을 이었다.


“이런 부분, 진심으로 너에게 감사하고 있어.”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나도 고마워. 그런데 우리 진지하게 이 도시를 떠나는 것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


“지금, 백야 장군님의 신민부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리자는 거야?”


“그러다가 신민부가 아닌 뤼순 감옥으로 들어갈 수도 있단 점 명심해. 지금 너는 수배자 신세라는 것도 잊지 말고.”


“네네~ 그래서 조심하고 있잖아요. 그 총독 놈을 죽였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라도 않을 텐데··· 어이가 없다, 진짜.”


“야, 그냥 아무 말 말고 인력거만 끌어.”


“어? 왜? 엇! 저거··· 응, 알았어.”


앞에 관동군 정복을 입은 사내가 멀리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는 형원은 하던 말을 멈췄다. 그리고 조용히 긴장하며 인력거만 끌었다. 몇 초간의 침묵이 흘렀고, 그 사내는 진과 형원 옆으로 지나갔다.


멀리서 얼핏 봤을 때도 느꼈지만, 태어나서 본 사람 중 제일 큰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의 키와 덩치는 압도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고 지낸 형원이지만, 그 장교의 아우라는 그냥 옆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기가 눌릴 정도였다.


“봤어? 누구지?”


덩치 큰 그 남자가 지나가자 형원이 말을 꺼냈다.


“쉿! 그 사람이 멈췄어.”


진은 발걸음 소리가 안 들리는 것과 뭔지 모를 싸늘함에 형원을 조심시키며 속삭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옆을 지나쳤던 사람은 타케루였다. 그는 그 둘의 옆을 지나는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얼굴을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분위기가··· 어딘가 낯익었다. 직감적으로 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걸음을 멈췄다.


“여기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


진은 혹시나 하는 불안함에 형원에게 방향을 바꾸라 요청했다. 형원도 어떤 상황인지 대략 눈치챘기에 군말 없이 그의 지시에 따랐다.


그리고 골목을 꺾어 들어가 시야에서 그 장교가 사라지자마자 진이 인력거에서 내리며 말했다.


“이쪽으로 뛰어가서 바로 왼쪽으로 꺾고, 그다음 오른쪽, 그렇게 한 번씩 번갈아 가며 뛰어가. ‘기역자’를 그리며 뛴다고 생각해. 그래야 놈의 시선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어. 난 근처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갈게. 여기서 헤어지고 숙소에서 보자.”


“그래.”


형원은 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잽싸게 뛰어갔다. 진도 그가 가는 것을 보고 다른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


타케루는 형원과 진이 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재빨리 그 골목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그 골목에서 보이지 않았고, 그는 바로 골목 사이사이를 바라보며 그 골목을 직진 방향으로 뛰었다.


그러다가 아까 인력거가 저 멀리 골목에서 뛰어가는 것을 보고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뛰었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했을 땐 당연히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장교는 포기하지 않고 아까와 같은 방향으로 다시 뛰었다. 다리가 길어서 몇 번 뛰지 않아도 엄청난 속도로 추격이 가능했다.


**************


그에 반해 형원은 인력거를 끌고 뛰는 거라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아 둘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인력거를 버려야 하나? 이러다 금방 잡히겠어.’


인력거를 버리고 그냥 뛴다면 따라 잡히지는 않겠지만, 그럼 자신이 경찰을 피해 도망치는 신세라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래서 기를 쓰고 이 번거로운 걸 달고 달리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나 거리가 좁혀질수록 형원은 조바심이 났다. 이걸 끌고 계속 방향을 바꿔가며 뛰느라 힘은 더 들어서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그때, 오른쪽 골목을 바라보니 그 헌병이 건물 2, 3개 정도 옆으로 바짝 다가와 있었다.


‘이 정도 속도면 20초 후쯤 잡히겠어. 그 안에 큰길로 나가야 해.’


그는 다리에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지만 안간힘을 다해 뛰었다. 이제 조금만 가면 큰길이고, 그러면 사람들 무리에 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15, 14, 13, 12’


단 몇 발짝만 더 뛰면 큰길이다. 하지만 타케루의 발소리가 빠르게 다가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한 순간만 방심하면 등 뒤로 그의 손이 닿을 것 같았다.


‘11, 10, 9, 8’


그때 바로 옆 골목에서 그가 뛰어오는 게 보였다. 형원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 장교는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이렇게 되면 빠져나가기 전에 잡히겠어. 그냥 다 포기하고 이제라도 인력거를 버릴까?’


형원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제 몇 초 후면 저 괴물 같은 남자와 맞닥뜨리게 될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7, 6, 5’


바로 앞에 보이는 골목의 끝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바로 등 뒤로 무시무시한 크기의 발자국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있었고, 형원은 이를 꽉 깨물었다.





[독립운동가 평전]


최재형 (崔在亨, 1860~1920)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이자 독립운동 후원자이다. 함경도에서 태어나 연해주로 이주해 사업으로 성공한 뒤, 의병과 독립군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무장 투쟁을 도왔다. 안중근의 하얼빈 의거를 물심양면으로 도운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19년 대한국민의회를 조직해 임시정부 수립을 지원했으며, 1920년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였다.


*출처: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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