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36화 - 결전 III

by 팬터피

**샤오롱빠오**

예상했던 것과 다른 공격에 미리 대비하지 못해 칼침을 당한 진은, 상대방의 다리걸기 공격을 방어하지 못했고 그대로 그 자리에서 넘어졌다.


상대가 쓰러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사장은 그의 위를 점했고, 칼을 들어 목을 노렸다. 진은 이를 바로 막았으나 방금 어깨에 칼을 맞은지라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칼은 점점 그의 목 가까이 왔다.



“다 끝났다. 죽기 전에 가엾게 간 그 애에게 용서라도 빌고 가라.”


“아이씨, 끝까지 뭔 개소리냐. 이 배신자 쥐새끼야!”



칼끝이 목에 얕게 들어갔고, 피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그러나 사장은 방금 전 상대가 말한 ‘배신자’라는 말이 마음에 걸려 의심이 생겼다.


아주 잠깐 집중이 흐트러진 순간, 진은 그의 눈동자에서 흔들림을 보았다. 그래서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두 손으로 버티던 걸 한 손을 빼 두 손가락을 펴 상대의 눈을 노렸다.


눈으로 들어오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튼 순간, 눈을 노렸던 그 손은 바로 칼 쪽으로 날아왔고, 사장은 칼을 놓쳤다.


진은 상대를 끌어당기면서 몸을 비틀었다. 이제 상황은 역전이 됐고, 진은 사장의 위에서 그의 목을 졸랐다.


사장은 힘으로 진의 손을 풀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무릎으로 그의 복부를 노렸으나 누워 있어 힘이 생각만큼 들어가지 않았고, 주먹을 꽉 쥐고 그의 옆구리와 뒤통수 등을 계속 때렸지만 상대는 악착같았다.



‘안 돼···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사장은 온몸에 힘이 쫙 빠지는 것을 느꼈고, 주먹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눈이 점점 감겼고, 결국 고개를 툭 떨궜다.


상대가 힘이 다 빠진 것을 확인하고 진은 그를 조르던 손을 풀었다. 그리고 아까 쳐냈던 칼을 집어 다시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진은 이 싸움이 뭔가 찝찝했고, 이 상황 역시 불편했다. 그는 사장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한숨을 크게 쉬더니 그의 심장에 칼을 꽂기 위해 무기를 높이 들었다.


그러나 진은 갑자기 앞에 보이는 초점이 중복되어 흐려지고 어지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누군가 뒤통수를 퍽 친 것처럼 머리가 띵하고 아팠다.



“어? 뭐지?”



그러다 그는 옆으로 픽 하고 쓰러졌다.



“켁! 켁!”



잠시 후, 막혔던 기도가 뚫린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헉! 헉!”



깨어난 사람은 바로 만두가게 사장이었다. 그는 일어나 수돗물을 급히 들이킨 뒤 난투극으로 난장판이 된 주방을 둘러봤다.



여기저기 음식이 굴러다니고 의자는 깨져 있었으며, 여기저기 피가 범벅인 상태였다. 이를 바라보며 사장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우선 솥으로 다가가 쪄 놓은 만두와 그 옆에 동치미를 다 버렸다. 진이 오기 전, 사장은 동치미와 샤오롱바오 안에 국물을 내는 육수에 약을 타 놓은 것이다.


혹시나 진이 안 먹는다고 할 수도 있으니 두 음식 모두에 약을 타서 만약을 방지했을 정도로 사장은 상대에 대한 증오가 컸었다.


그는 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그의 안중에 손을 가져가 죽었는지 어떤지 상태를 파악했다.


이후, 무릎을 꿇은 채로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사장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옆에 있는 칼을 집어 들었다.




**만두가게 인근 건물**


형원은 옥상 문이 잠겨 난감해하고 있었다. 아무리 문고리를 돌리려 해도 돌아가지 않고, 문도 열리지 않았다. 그 사이 타케루가 몸을 추스른 뒤 뛰어 올라오고 있었다.


어찌할지 고민하다 발로 세게 문고리를 찼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을 줄 때마다 총상으로 인해 피가 나는 옆구리가 욱신거렸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타케루가 바로 근처까지 쫓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반복해서 문고리를 찼다.



쾅!



다행히 문고리가 뜯어졌고, 옥상 문이 열렸다. 그는 밖으로 나가자마자 주위를 둘러봤으나 무기가 될 만한 게 없었다. 그리고 타케루는 네 다섯 계단 아래까지 쫓아와 있었다.


고민할 새도 없이 형원은 다시 뛰었다. 옆구리가 계속 욱신거려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멈출 수가 없었다. 건물 끝쪽쯤 다다랐을 때, 타케루가 손을 뻗으면 잡힐 듯 말 듯한 위치까지 쫓아왔다.



“이제 포기해라. 넌 독 안에 든 쥐다!”



형원은 아무런 고민 없이 다른 건물 쪽으로 뛰었다. 그리고 타케루도 놓칠세라 뒤따라 뛰었다. 공중에 떠 있는 상황에서 형원은 타케루를 슬쩍 바라봤다. 그리고 웅크렸던 몸을 펴서 공기의 저항을 더 받게 했다.


그는 다른 건물 쪽으로 넘어가는 대신, 발을 뻗어 그 건물의 벽에 발을 댔다. 그리고 최대한 멀리 힘줘 뛰기 위해 웅크린 뒤, 날아오는 타케루를 향해 뛰었다.



“죽어라!!”



상대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자신에게 뛰어오자 타케루는 당황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상대에게 주먹을 날렸지만, 형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타케루를 덮쳤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걸린 빨랫줄과 거기 걸린 빨래들에 부딪혀 가며 둘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형원은 재빨리 가까이 있는 이불 하나를 집어 두껍게 뭉쳤다.



쾅!



엄청난 굉음을 내며 둘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곳엔 자전거가 몇 대 세워져 있었는데, 타케루는 떨어지면서 부서진 자전거 바퀴의 살이나 쇠로 된 구조물 등에 찔려 여기저기 출혈이 심했다.


반면 형원은 이불로 몸을 나름 방어하여 다행히 어디가 찔리거나 긁히진 않았다. 그래도 건물에서 떨어진 충격에 그는 순간 잠깐 기절을 했다.



“아··· 악···”



그는 눈을 뜨자마자 최대한 빨리 몸을 일으키려 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정체가 드러나는 것도 문제였지만, 진이 어떤 상태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격렬한 싸움과 좀 전 낙하의 충격으로 몸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겨우 겨우 몸을 이끌고 우선 방금 헌병과 싸웠던 건물로 들어가 아까 상대방이 떨군 총을 집었다.


그는 절뚝이는 발을 끌고 식당으로 갔다. 아까 총에 맞은 곳엔 계속 피가 났고, 걸을 때마다 욱신거려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었다.


겨우 식당에 도착해 문을 열자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는 어두컴컴했다.



‘분명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왜 조용하지··· 설마 벌써 무슨 일이···’



뭔지 모를 기운에 형원은 불안했다. 그는 방금 주운 총을 들고 주위를 살피며 주방 쪽으로 조심조심 한 걸음씩 나아갔다.



[독립운동가 인물 평전]


박희광 (朴熙光, 1901~1981)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의열 독립운동가로, 경남 밀양 출신이다. 1924년 의열단에 가입해 항일 투쟁에 나섰으며, 1932년 상하이에서 일본군 장교를 저격한 뒤 체포되어 10년간 복역했다. 출소 후에도 독립운동을 지속하였으며, 광복 후에는 광복회와 독립유공자 단체에서 활동했다. 1981년 별세하였고,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였다.


*출처 :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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