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37화 - 오리무중

by 팬터피


**챠샤오빠오**


그는 절뚝이는 발을 끌고 식당으로 갔다. 아까 총에 맞은 곳엔 계속 피가 났고, 걸을 때마다 욱신거려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었다.


겨우 식당에 도착해 문을 열자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는 어두컴컴했다.


‘분명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왜 조용하지··· 설마 벌써 무슨 일이···.’


뭔지 모를 기운에 형원은 불안했다. 그는 방금 주운 총을 들고 주위를 살피며 주방 쪽으로 조심조심 한 걸음씩 나아갔다.


마침내 주방에 도달했을 때, 그는 깜짝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음식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곳곳에 혈흔이 낭자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그는 혼자 중얼거린 뒤 바로 정신을 차리고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안돼··· 안돼···. 그러니까 혼자 가지 말라니까···”


난장판인 주방을 둘러보며 누군가는 출혈이 심했던 걸 짐작할 수 있었고, 피자국이 바닥에 길게 늘어진 걸로 보아, 출혈이 심한 누군가를 끌고 간 흔적도 보였다.


그는 직감적으로 진이 당했다는 걸 알았다. 사장이 당했다면 진은 굳이 그를 옮기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만약 그랬다면 사장을 끌지 않고 들어서 옮겼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는 사장의 집으로 가야겠다 생각했다. 그의 뒤를 밟아서 협박이라도 해야 진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켁! 켁!”


그때, 그는 피를 토하며 기침을 했다. 총을 맞은 곳에선 계속 피가 나고 욱신거렸다. 그리고 지금의 꼬락서니로는 어디를 갈 수도 없었다.


식당 여기저기를 뒤져 술, 칼, 여분의 옷 등을 주방 탁자에 올렸다. 우선 아궁이에 불을 지핀 뒤, 독한 고량주를 벌컥벌컥 들이켠 뒤, 총상 입은 곳에 뿌렸다.


술이 살에 닿자 고통이 물밀듯 밀려왔다.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겨우 참고 칼을 불에 달궜다. 그리고 천을 둘둘 말아 입에 문 뒤, 달궈진 칼로 총알 박힌 곳에 넣었다.


“으으으으윽”


총알이 빠져나오자 다시 독주를 붓고 해당 부위를 꿰맸다. 기절할 것만 같았지만 악착같이 참아내고 버텼다. 그 후, 입에 물었던 천 조각으로 상처 부위를 꽁꽁 묶었다.


일하는 사람들이 예비로 입으려 보관하던 옷으로 갈아입은 형원은 바로 사장의 집을 향해 절뚝이며 걸어갔다. 다리가 멀쩡하지 않은 게 그는 너무나 걱정이었다.


직접 싸운 적은 없지만 진은 꽤나 민첩하고, 힘이 좋은 친구였다. 그리고 머리가 좋아 판단력이 빨랐다. 이런 그를 눕혔다는 건, 사장은 꽤나 전투 능력이 뛰어난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형원은 지금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만약 그와 마주친다 해도, 과연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류허현의 작은 마을**


츠즈키의 지시를 받은 뒤 말을 타고 류허현으로 출발한 순사는 근처의 산기슭에 말을 세웠다. 그리고 빠르게 산으로 올랐다.


어느 정도 올라가자 건너편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작게 보였다. 순사는 망원경을 들고 마을을 바라봤다.


안개가 자욱하여 잘 보이진 않았지만, 약 20호쯤의 가구들이 보였고, 가운데 소, 말, 돼지 등을 기르는 농장이 보였다. 사람들이 종종 돌아다니는 게 여느 다른 마을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단, 다른 곳과 다른 게 있다면 여자들이 거의 없었고, 아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뭔가 수상한 마을임엔 틀림없었다.


‘어두워지면 몰래 들어가서 확인해 봐야겠다.’


그는 나무에 기대앉아 가방에서 육포를 꺼내 질겅질겅 씹으며 해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만두가게 사장 집 앞**


아픈 다리를 이끌고 겨우 사장의 집 앞에 도착한 형원은 잠시 머뭇거렸다. 뜬금없이 찾아온 이유를 뭐라고 둘러대야 할지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도 해야 했다. 아까 식당에 흥건한 피의 양으로 봤을 땐, 무작정 무언가를 기다리며 시간만 낭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작정 대문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안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문 틈 사이로 동태를 살피려 했지만 안개가 껴있어 잘 보이지도 않았다.


‘뭐지? 아무도 없는 건가? 아니면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담을 넘어 들어가 봐야 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며 대문을 다시 두드리려던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우리 집엔 어인 일로 오셨나요?”


만두집 사장이 뒤에서 말을 걸었다. 그는 누가 봐도 누구와 심하게 싸운 티가 났다. 얼굴 곳곳에 멍이 들었고 왼손은 붕대를 감고 있었다.


“아··· 별거 아닙니다··· 근데 혹시 무슨 일 있으셨어요? 많이 다치신 것 같은···”


“음··· 뭐··· 계단에서 굴렀어요. 나이가 드니 다리에 힘이 없어서. 그나저나 절 찾아오신 건가요?”


“뭐··· 그게··· 혹시 식당은 이제 안 여시 나요?”


“네?”


“아, 사장님 만두가 너무 그리워서요.”


“갑자기요?”


“네··· 갑자기···”


사장이 갑작스레 나타나자 당황한 형원은 우선 아무 말이나 떠들었다. 그러면서 바로 사장을 무력으로 억압하고 집으로 쳐들어가서 진을 구해야 하나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진이 이 집에 없을 수도 있는데 쳐들어가는 건 좀 무리가 있었다. 또한 지금의 몸 상태로는 사장을 이길 수 있으리란 확신도 솔직히는 없었다.


“이런저런 일로 25일까지는 쉴 예정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우선 집 주변에서 그를 조심히 염탐해야겠다 생각하고 형원은 깍듯이 인사한 뒤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혹시 의심을 더 사지 않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저기요.”


열 발자국 정도 가고 있는데 사장이 뛰어와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는 깜짝 놀라 뒤를 바라봤다.




**챠샤오빠오 근처 골목길**


군인이 길거리에서 살해당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한 츠즈키는 눈엣가시 같았던 놈이 거리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초라하게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만 같았던 괴물이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에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 있는 걸 볼 거라고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대단한 놈이길래 이 무지막지한 자를 이렇게···’


시체로 변한 타케루 중위의 이곳저곳을 살피는 중에 경찰서장도 합류했다.


“쯧쯧···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니까··· 사람이 성급해서는···”


“굳이 뭘 나오셨습니까.”


“같은 관동군 사람이 죽었다는데 안 올 수 있나··· 안면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둘은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헌병대 중위가 죽었으니 본부에 말을 안 할 수도 없고 말이죠.”


“그러게나 말이지. 골치가 아프게 됐어.”


이때, 순사 하나가 뛰어와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응 그래, 뭐 좀 알아냈나?”


“근처 건물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꽤 오랫동안 두 사람이 싸웠다고 합니다. 싸우다가 건물 옥상에서 같이 떨어진 듯 보입니다.”


“단 둘이 싸운 거면, 한 사람이 이 거인을 혼자 쓰러뜨렸단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저도 설마 해서 재차 확인했는데 둘이서만 싸웠고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덩치 차이도 꽤 나서 처음엔 어른이 애랑 싸우는 줄 알았단 사람도 몇 있더라고요.”


“그래. 다른 건 더 없나?”


“지금 용의자 인상착의 확인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놈이 사건 발생 이후에 요 앞 만두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츠즈키와 서장은 이 말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혹시 그곳도 조사를 하였나?”


“네, 들어가서 확인하니, 누군가 출혈이 심했던 흔적이 있었습니다.”


이 말에 눈이 마주친 츠즈키와 서장은 눈빛으로 빠르게 말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서장이 말했다.


“만두집에서 증거는 타케루 중위 사건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니, 둘을 연관 짓지 말고, 이 건은 츠즈키 자네가 직접 처리하게나.”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츠즈키는 바로 식당 안으로 향했다. 주방에 들어섰을 때, 누가 봐도 엄청난 싸움이 있었던 걸 한눈에 알 수 있었고, 피가 흥건하게 여기저기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건 호재인가 악재인가···’


츠즈키는 안을 둘러보며 생각에 빠졌다.




**만두집 사장 집 앞**


“저기요.”


사장은 돌아서 가는 형원에게 뛰어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는 깜짝 놀라 뒤를 바라봤다.


“집에 만두가 있는데, 들어와서 먹고 가시오.”


“네? 아니··· 아닙니다. 뭘 그렇게까지···”


“괜찮아요. 식당에서 팔려고 해 뒀던 거 챙겨 온 게 있거든요. 마침 집에 아무도 없어서 먹을 사람도 없어요.”


“아닙니다. 집까지 어찌···”


“사양 말고 들어오시죠.”


사장은 형원을 툭 치고는 뒤로 돌아 집으로 들어갔다. 문은 열려 있었고, 형원은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그래. 집에 있는지 없는지만 보고 오자. 혹시나 공격을 해 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그렇게 그는 사장을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독립운동가 인물평전]


황학수 (黃學秀, 1879~1953)


대한제국 육군무관학교를 졸업한 군 출신 독립운동가로, 1907년 군대 해산 이후 본격적으로 항일운동에 나섰다. 1919년 3·1운동 직후 상하이로 망명,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임시의정원 의원과 군무부 비서국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만주로 이동해 서로군정서 참모장, 신민부 참모부장, 한국독립당 결성, 한국독립군 부사령관, 한국광복군 총사령 대리 등을 역임하며 무장 항일투쟁을 이끈 참군인이었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출처 :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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