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43화 - 누명

by 팬터피


**달수의 집**


“이제 알겠냐? 배신자는 결국 어찌 끝나는지.”


“사장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죽음에 직면한 달수는 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하였다. 사장은 그의 이런 모습이 꼴도 보기 싫어 바로 쏘려 했다.


그때였다. 형원이 방 안으로 달려들어왔다.


“이 배신자 새끼야!”


탕! 탕!


형원이 사장을 덮침과 동시에 총성이 두 발 울렸고, 방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형원은 쓰러진 사장의 위에서 그에게 계속해서 주먹질을 했다. 사장은 양팔로 얼굴을 방어했다. 그러다 상대가 주먹을 올린 순간을 틈타 형원의 코를 노리고 짧게 잽을 날렸다.


전혀 방어를 준비하지 않고 주먹만 휘두르던 형원은 갑자기 날아온 주먹을 피하지 못했고, 그 결과 코에서 피가 쏟아졌다. 그 틈에 사장은 형원의 옆구리를 다시 가격했고, 이에 고통을 느껴 고개를 숙인 형원의 얼굴에 냅다 박치기를 했다.


형원의 얼굴은 피투성이였고, 순간 힘이 빠진 그를 밀쳐낸 사장은 겨우 몸을 빼냈다.


그리고 곧장 달수를 봤다.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그는 배에 총을 맞았는지 피를 흘리고 있었고, 사장이 형원에게 맞고 있는 동안 바닥에 있던 조끼에서 총알을 찾아 동그란 탄창에 넣고 있었다.


이를 보고 다급해진 사장은 좀 전에 떨어뜨린 총을 재빨리 주워 달수를 겨눴다.


탕!


또다시 방 안에는 총성이 울렸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형원은 놀란 눈으로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컥··· 컥···”


잠시 후, 달수가 총을 든 손을 툭 떨구며 피를 토했다. 그리고 옆으로 서서히 기울더니 툭 하고 쓰러졌다. 사장은 바로 총을 형원 쪽으로 겨누고 방아쇠를 다시 당겼다.


탕!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터진 화약의 불빛에 놀라 눈을 질끈 감은 형원은 조심스레 눈을 떴다. 앞의 상대는 여전히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어디 아픈 곳은 따로 없었지만, 오른쪽 귀가 먹먹하고 ‘삐’ 하는 소리가 났다.


달수는 애초에 상대의 바로 옆을 조준했었다. 그래서 총알은 형원의 귀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고, 그로 인해 형원은 일시적으로 귀에 이상이 생긴 것이었다.


“헛짓거리했다간 바로 쏘겠다. 너도 한패냐?”


“진의 시체는 병원에 있나? 손목까지 꼭 그래야 했냐?”


“어디서 개수작이냐? 헛소리 말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죽여라. 어떻게든 다시 살아서 네 놈을 찾아가 갈기갈기 도륙 내주겠다.”


“그냥 미친놈이로구나. 그래, 소원대로 해주마.”


더 이상의 대화가 안 되겠다 싶은 사장은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틱!


총알이 없는 걸 안 형원은 바로 달수가 든 총으로 손을 뻗었고, 사장은 그런 그의 뒤통수를 총으로 가격했다. 형원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했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그때 총성에 놀란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차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를 듣고 사장은 바로 자리를 떴다.


형원이 눈을 떴을 땐, 경찰들이 달수의 시체를 옮기고 있었고, 자신의 양손엔 수갑이 채워진 상태였다.


“이건 뭐죠?”


“널 김달수 씨 살인사건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전 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사 하나가 형원의 뺨을 쫙하고 갈겼다.


“현장에서 잡혔는데 어딜 발뺌이야, 이 새끼야!”


그는 그렇게 많은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만두가게 사장의 집**


집으로 돌아온 사장은 우선 목욕탕으로 가 몸을 씻었다. 상처들에 물이 닿을 때마다 따끔거리고 쓰라렸다.


그는 씻으면서 예진이 생각나 계속 흐느꼈다. 달수가 아까 했던 말들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왠지 그녀의 죽음이 자기 때문인 것만 같았다.


*************


**달수의 집 (회상)**


“그날 기억하세요? 그날도 사장님이 츠즈키를 만난 날이었죠. 뭐라 이야기 들었는지 불안했거든요. 근데 말을 안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죽였죠.”


“겨우 그게 이유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보죠. 내 자리를 사장님이 채갈 거란 걸요.”


“완전 미친놈이구나.”


“근데요. 죽인 건 저지만 사장님 이야기를 지키려다 죽었으니 책임은 당신 쪽에도 있는 거 아닌가?”


***********



**만두가게 사장의 집 (현재)**


목욕을 마치고 그는 상처 부위를 치료했다. 그러다 갑자기 아까 그 인력거꾼이 뛰어들었던 게 떠올랐다.


‘갑자기 거긴 왜 온 거지? 어제 집에 왔을 때도 수상했는데··· 아까 병원에서부터 그 배신자 집까지··· 도대체 뭐 하는 놈일까?’


생각해 보니 이전에도 꽤 많은 접촉이 있었다. 몰래 따라왔던 날도 있었고, 예진의 장례식에도 왔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진짜 예진이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주방장이 츠즈키에게 폭행당하던 날도 식당 안에 있었다. 그리고 어제와 오늘까지···.


‘하루 종일 쫓아다녔던 건가? 예진이를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건가?’


뭔가 자신을 미행하기 위해 예진이를 이용했단 생각이 들자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러다 옷가지와 조끼, 총 등을 정리하던 중, 갑자기 아까 보따리를 챙길 때 보자기가 열려 있었던 걸 후다닥 챙겨 왔던 게 떠올랐다.


그때, 그 인력거꾼이 했던 한마디가 떠올라 사장은 순간 뭔가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


**(회상)**


“진의 시체는 병원에 있나? 손목까지 꼭 그래야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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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살인 혐의로 잡혀온 형원은 유치장에 앉아 있었다. 진짜 폭탄을 던졌을 땐 안 잡히고 잘 도망쳤는데,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 누명을 쓰고 여기 앉아 있는 꼴이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지 않았다.


거기에 이틀 연속 두 명의 죽음을 겪으면서 그는 정신적으로 너무나 피폐해져 있었다. 그의 머릿속엔 오로지 하나만 남아 있어서 계속 그것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쥐새끼, 내가 죽여버린다··· 죽여버린다···”



**녕안현 임시혁신의회**


다음 날 아침, 한 남자가 시골 마을을 땀을 뻘뻘 흘리며 뛰고 있었다. 그가 마침내 도착한 곳은 낡디 낡은 혁신의회 건물이었다.


마침 건물에서 나오던 김동삼 혁신의회장이 뛰어오는 남자를 붙잡으며 물었다.


“지정천 장군, 어딜 그리 뛰어가시오!”


“혹시 백야 장군님, 자리에 계십니까?”


“벌써 새벽에 이미 출발하셨죠. 무단장에서 30분쯤 후면 기차를 타실 겁니다.”


“의장님, 큰일입니다. 관동군 대련 본청에서 세 개 대대 병력이 통화시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단장은 바로 사무실로 뛰어가 수화기를 집었다.


“안녕하십니까. 김동삼 단장입니다. 지금 당장 기차역으로 가서 백야 장군의 출발을 막으시게.”




[독립운동가 인물평전]


김동삼 (金東三, 1878~1937)


신민회, 대한광복회, 의열단, 한국독립당 등 주요 독립운동 단체에 참여한 독립운동가. 안동에서 태어나 유학을 공부하다가 국권 상실 후 항일운동에 투신. 1919년 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했고, 1920년대에는 혁신의회 조직과 무장투쟁에 앞장섰으며, 한국독립당의 주도 세력으로 활동. 1931년 체포되어 6년간 복역하던 중 1937년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출처 :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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