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44화 - 기차역

by 팬터피


**녕안현 임시혁신의회**


“의장님, 큰일입니다. 관동군 대련 본청에서 세 개 대대 병력이 통화시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단장은 바로 사무실로 뛰어가 수화기를 집었다.


“안녕하십니까. 김동삼 단장입니다.”


**무단장시 임시혁신의회**


“네, 안녕하십니까. 이광명입니다.”


녕안현과 가까운 도시의 작은 사무실에서 한 남자가 단장이 건 전화를 받았다.


“급히 미안하네만, 지금 당장 기차역으로 가서 백야 장군의 출발을 막으시게.”


“네, 혹시 무슨 일이실까요?”


“장군님이 곧 통화시행 기차를 타실 건데, 그곳에 지금 관동군이 떼거지로 몰려들 거라는 소식을 들었네. 빨리 가서 그가 떠나는 걸 막아주게.”


광명은 수화기를 제대로 내려놓지도 않고 건물 밖으로 나가 바로 자전거를 탔다.


**무단장 기차역**


역 안에서 혁신의회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 거나 또는 둘이 같이 있었다. 일본 경찰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들을 지나다니면서 눈이 마주칠 때마다 눈짓으로 인사를 하며 서로가 별일이 없음을 알렸다.


김좌진 장군은 이범석 장군과 동행 중이었다. 둘은 청산리 대첩 승리의 주역인 북로군정서군 때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함께하고 있었다.


둘은 역사에 앉아 기차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 북만주도 일본군의 수가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장군님.”


이범석 장군이 삼엄한 경비에 경계하며 입을 뗐다.


“저 놈들의 세력은 자꾸만 커져 가는데, 우리는 조직들이 자꾸 와해되어 가서 큰일이군요.”


“저들의 핍박이 더 심해지니 상대적으로 저희가 설 곳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 맞서 싸워야 하는데···”


김좌진 장군은 큰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꿈꾸는 단 하나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음이 막연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장군님 같은 분들이 이렇게 계속 힘써주시니 곧 좋은 소식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고맙소. 그렇게 믿읍시다.”


“장군님은 나라를 되찾으시면 가장 처음 뭘 하고 싶으신가요?”


“음···”


“할 게 많으신가 봅니다. 단번에 답이 안 나오시는 걸 보면.”


“그런 게 아니오라···. 꼭 무언가를 해야 하나요? 나의 조국을 찾는 것, 그거 하나면 족하지요. 그냥 다시 찾은 내 나라에 다시 가서 그 땅을 밟는 것, 그게 가장 하고 싶소.”


백야 장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범석은 자신의 질문이 참으로 어리석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장군님 다운 답변이시군요. 하하.”


“허허. 그런가요? 이제 기차가 올 시간이 됐네요. 일어나시죠.”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차를 타러 이동했다.


**무단장 시내**


광명은 사람들로 붐비는 시내를 골목골목 꺾어 가며 가열차게 자전거를 굴렸다. 또다시 상인들과 각종 상품, 그리고 행인들로 가득 찬 길에 다다르자 그는 이번에도 한산한 골목으로 급하게 틀어 가려했다.


그러나 바닥에 있던 기름기로 인해 자전거가 미끄러졌고 그는 바닥에 그대로 굴러 떨어졌다.


그는 바로 일어나 자전거를 일으켜 다시 페달을 굴려봤지만 바퀴가 헛돌았다. 자전거를 수리하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던 그는 그 자리에서 자전거를 버리고 냅다 뛰었다.


**무단장 기차역**


기차가 올 시간이 가까워지자 많은 인파가 승강장에 몰렸다. 그곳엔 떠나는 자들과 마중 나온 자들 및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기차가 오지 않자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무언가를 기다리는 건 언제나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오늘도 늦는군요.”


이범석 장군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백야 장군이 픽 하고 웃으며 말했다.


“얼마나 늦었다고 그러시오. 우리의 일이 기다리는 일이거늘.”


“맞는 말씀이십니다. 근데 너무 독립을 간절히 기다려서 그런지 저는 이런 다른 기다림들이 너무 싫더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아, 이제 오는 소리가 좀 들리네요.”


멀리서 기차 들어오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고, 승강장 사람들은 하나둘씩 작별 인사를 했다.


**무단장 시내**


뙤약볕 태양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골목 곳곳을 전력을 다해 뛰어온 광명은 다행히도 골목의 끝자락에 기차역이 보여 약간의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희망도 잠시, 이 도시를 향해 들어오는 기차 소리가 아주 멀리서 희미하게 들렸다.


‘아슬아슬하겠어. 그래도 안 쉬고 뛰면 내가 먼저 도착할 순 있을 듯해.’


땀이 비 오듯 흘러 시야를 가릴 정도였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내며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차역에 도달했다.


**기차역 승강장**


오랜 기다림 끝에 통화시로 향하는 기차가 도착했고,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렸다. 백야 장군은 사람들이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탑승을 준비했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장군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그가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았다.


“혹시···.”


장군은 상대와 눈이 마주쳤지만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 낯선 남자를 경계했고, 이는 옆에 있는 범석도 마찬가지였다.


“저 혹시···. 백야···”


이 남자가 장군을 아는 체하려 할 때, 그는 재빠르게 상황을 눈치챘다. 이 사람은 조선 사람이고, 자신의 무용담을 아는 사람이어서 반가움에 인사를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옆에 총검을 차고 제복을 입은 일본군이 지나갔다. 갑작스레 좋지 않은 상황에 직면한 장군은 이를 어찌할지 고민했다. 그리고는 바로 앞에 있는 사내를 격하게 안았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영민이 아버지 아니십니까? 잘 지내셨어요?”


“어? 전··· 아니···”


백야 장군은 사내가 무슨 말을 꺼내기 전에 재빨리 상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주위에 경찰들이 많습니다.”


사내가 이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자 실제로 주변 몇몇 일본군, 경찰들이 그들이 인사하는 것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이고, 맞구만요? 백··· 백합마을 구 선생님. 맞죠? 잘 지내시죠? 이게 몇 년 만인지···?”


남자는 두리번거리며 어색하게 말을 했다.


“거의 2년 만인가요? 이렇게 다 보게 되네요.”


이때, 기차 승무원이 소리쳤다.


“열차 출발합니다! 빨리 타세요!”


이 말을 들은 범석이 백야 장군에게 눈짓을 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의 사내를 또다시 끌어안아 등을 토닥이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잘 대응해 줘서 고맙소. 독립 이후 우리의 나라에서 또다시 만납시다.”


**기차역 밖**


한편, 광명 역시 승강장에 들어섰다. 기차는 이미 도착해 있었고, 쏟아져 나오는 인파들로 인해 좀처럼 기차 쪽으로 가까이 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야 장군이나 혁신의회 사람들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열차 출발합니다! 빨리 타세요!”


이 말을 들은 광명은 조급해졌다. 차를 타는 사람들 뒤를 따라 겨우 기차 앞에 다다랐지만 기차는 서서히 출발했다.


이때, 창문에 백야 장군이 보였다. 광명은 반가운 마음에 창문을 두드렸다. 창문 너머 범석과 김좌진 장군은 그 소리를 듣고 동시에 밖을 바라봤다.


그러나 하필 자신의 앞쪽에 이곳을 순찰하는 일본군이 보였다. 차 안의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 안에 있는 이 조직의 모든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에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우선 기차를 타야겠단 생각에 문 쪽으로 따라 걸어갔다. 그러나 탑승문 쪽 남자 승무원이 바로 그를 제지했다.


“탑승하실 건가요?”


“네. 네.”


“표 좀 보여주세요.”


“아··· 제가 급히 타느라 표를 못 사서요. 지금 돈으로 낼게요.”


“규정상 그건 안 됩니다.”


“아니 그럼 돈을 더 드릴 테니···”


“안 됩니다. 차에서 떨어지세요.”


욱하는 마음에 우선 냅다 올라타 승무원과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주변의 역무원 둘이 따라와 그를 말렸다. 결국 광명은 격렬히 저항하였으나, 기차에서 떨어져 역무원들에게 결박을 당한 채, 기차가 떠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얼마 뒤 역무원들은 그를 놔줬다. 그러나 이미 기차가 떠나 광명은 멀리서 기차가 가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기차 안**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김좌진 장군은 밖을 봤을 바라봤고, 동명의 소란스러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저기···광명 동지 아니오? 무슨 일이 있길래 저기에···”


“그러게요. 온다는 말을 못 들었는데···”


“다행히 다시 풀어주는군요.”


“그러네요. 별 일은 아닌 듯합니다. 음···그런데 말입니다, 장군님.”


“네.”


“아닙니다.”


“뭘 망설이시죠? 말씀해 보세요.”


범석은 한참을 우물쭈물하다 다시 말을 시작했다.


“음··· 아까 하던 이야기에서요. 그냥 혹시 나요. 상상은 자유니까 말이죠. 우리가 일본을 지배하게 된다면 혹시 어떻게 지배하고 싶으세요? 지금 일본이 우리나라에 하는 것처럼? 혹시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신가요?”


“허허··· 이건 진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뭐라 해야 할지···”


“아··· 그러시죠? 그냥 한 번 여쭤봤습니다. 먼 길 가셔야 하는데, 장군님, 눈 좀 붙이세요.”


백야 장군은 편히 앉아 눈을 감았다. 그러다 갑자기 눈을 감은 상태로 말을 꺼냈다.


“흠··· 만약 우리가 일본을 지배한다면, 음···.”


백야 장군이 예상치 않게 이 내용에 답을 하려고 하자, 이범석 장군은 감았던 눈을 뜨고 그를 바라봤다.



[독립운동가 인물평전]



이광명 (李光明, 1893~?)


장기초, 김소하란 이름으로도 활동했던 인물로, 평안북도 강계 출신의 무장 독립운동가이다. 1920년 청년단을 조직해 자금을 마련한 뒤 만주로 건너가 서로군정서의 이재위원으로 활동했다. 1921년엔 친일 단체 조선민단 간부와 주재소를 공격해 경찰 1명을 사살했고, 이후 참의부 창설에 참여, 선전·경리·행정 분야에서 활동하였다. 사이토 총독 암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였고, 1929년 체포되어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1941년 출옥했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2009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출처 :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나무위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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