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45화 - 취조

by 팬터피


**달수의 집 주변**


경감 하나가 전날 발생한 살인사건 관련 조사를 하기 위해 현장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며칠 전 켄타와 같이 작별 인사를 나누며 저녁을 같이한 그의 친구, 신이치 경감이었다.


그는 우선 처음 신고했던 집을 방문하기로 하고 문을 두드렸고, 한 중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바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어제 살인사건 조사차 나왔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무얼 도와드릴까요?”


“그냥 어제 보고 들으신 거 자세히 이야기해 주세요.”


상대는 기억을 더듬으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총소리 두 방이 울려서 바로 밖을 보는데, 잠깐 있다가 어떤 사람이 그 집으로 담장을 넘어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총성이 그 집이겠구나 했어요. 아니면 짐작도 못 했을 거예요. 워낙 조용히 살던 사람이라서요.”


“총소리가 나고 그 사람이 담장을 넘었다고요? 담장 넘는 걸 보고 총소리가 난 게 아니라?”


“네, 분명 총소리가 나고 밖을 봤고, 그 자가 좀 있다가 담을 넘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잡혀가던데, 공범인 거죠?”


“네? 그 잡혀간 놈이 지금 말하는 나중에 들어간 그 놈이라고요? 제대로 보신 거 맞나요?”


신이치는 뭔가 사건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다른 집들을 좀 더 둘러봐야겠다 생각했다.



**통화시 행 기차**


범석은 한참을 우물쭈물하다 다시 말을 시작했다.


“음··· 아까 하던 이야기에서요. 그냥 혹시 나요. 상상은 자유니까 말이죠. 우리가 일본을 지배하게 된다면 혹시 어떻게 지배하고 싶으세요? 지금 일본이 우리나라에 하는 것처럼? 혹시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신가요?”


“허허··· 이건 진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뭐라 해야 할지···”


“아··· 그러시죠? 그냥 한번 여쭤봤습니다. 먼 길 가셔야 하는데, 장군님, 눈 좀 붙이세요.”


백야 장군은 편히 앉아 눈을 감았다. 그러다 갑자기 눈을 감은 상태로 말을 꺼냈다.


“흠··· 만약 우리가 일본을 지배한다면, 음···.”


백야 장군이 예상치 않게 이 내용에 답을 하려고 하자, 이범석 장군은 감았던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나도 사람인데 어찌 복수의 마음이 없겠소. 단, 그런 의지가 있다 한들 누구에게 할 수 있겠소이까. 전쟁에서 내 자식 같은 부대원들을 총으로 쏜 놈들 하나씩 찾아가서 목을 조를까요? 아니면 십여 년 전 상진 형님을 잔인하게 고문해 죽음에 이르게 한 놈을 잡아 똑같이 끔찍하게 고문할까요?”


“그래도 부모, 자식을 잃은 이들부터 제암리나 간도 참변까지 한 많은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절망적이고 안타까운 일들이 많죠···. 그렇지만··· 복수를 한다고 그들의 마음이 다시 평온해질까요?”


범석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렇진 않겠죠···”


“그리고 일본을 지배한다라··· 그냥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지만,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일까 싶네요. 우리가 이렇게 독립운동을 하는 것도, 빼앗긴 내 나라를 되찾으려는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행위잖소. 근데 굳이 억지로 누구에게 상처를 줘가면서까지 순리에 어긋나는 것을 해야 하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가네요.”


“하하. 그냥 뭐 막연히 상상만 해본 겁니다.”


“네네. 그런 의미에서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서로 힘을 합쳐 잘 살아봐야죠.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으니까요.”


“그렇죠. 무릇 사람이며 나라며 다 평등한 것인데··· 왜 이렇게 기를 쓰고 위아래를 나누려고 전쟁하고, 억누르고 하는지···. 안타깝네요. 아무튼 얼른 쉬십쇼 장군님, 일찍부터 오시느라 피곤하실 텐데.”


그렇게 두 장군과 혁명의회 조직원들은 앞으로 통화시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꿈에도 모른 채 그곳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고 있었다.



**통화시 경찰서**


“야! 나와!”


한 순사가 유치장의 문을 열고 형원을 불렀다. 순사의 안내에 따라 터벅터벅 걸어 따라간 곳 맞은편에는 신이치 경감이 책상에 앉아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앉지.”


형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담배를 문 채 서류를 보던 그는 형원이 앞에 앉았음에도 계속 서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게 하나 있는데 말이지. 아니지, 몇 개쯤 되는 거 같아.”


그는 자리에 있는 차를 홀짝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우선, 너 거기 들어간 목적이 뭐야? 김달수는 네가 죽인 거지?”


“아닙니다. 전 죽이지 않았습니다.”


“거짓말로 대충 때울 생각 마라. 넌 현장에서 잡힌 거니까.”


“저는 총소리를 듣고 들어갔습니다. 사람을 살리려고요.”


신이치는 서류에 ‘총성이 들린 후 담장을 넘음’이라고 적힌 부분에 펜으로 동그라미를 여러 번 그렸다.


“그럼 들어갔을 때 상황은 어땠는데?”


“그 나쁜 놈이 총을 겨누고 있었고, 죽은 그 사람이 살려달라고 빌고 있었어요. 제가 달려들었지만 그때 이미 총을 쏴서 막지 못한 거죠. 저도 그놈한테 맞아서 기절하고.”


형원은 만두집 사장이 범인인 사실을 알릴 생각이 없었다. 혹시나 경찰에 잡히게 되면 자신이 직접 복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 경찰에게 총을 받아 왔다는 건 그들과 내통하고 있다는 건데, 굳이 그가 범인인 것을 밝혀봤자 의미가 없다. 자신만 더 피곤해질 뿐이라 생각한 그는 용의자 관련해서는 알리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상대는 왜 너를 쏘지 않은 거지? 살인 행위를 목격한 사람인데?”


형원은 이 말을 듣고 자신도 이 점이 궁금했다. 왜 죽이지 않았을까? 어제 집에도 찾아가고 여러 가지로 찝찝했을 텐데······


“절 죽이려 했는데 총알이 없었고, 그때 마침 경찰 분들 오시는 소리가 들려서 놈이 급히 도망쳤습니다.”


“음···.. 그럼 용의자에 대해 좀 자세히 설명해 주게. 아는 사람인가? 나이는?”


“그게, 어두워서 잘 보지 못했습니다. 아는 사람은 절대 아니고요.”


여러 가지 정황상 앞에 앉은 이 놈은 범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신이치는 뭔가 구린 게 있다는 느낌이 왔다.


용의자 관련된 내용을 공유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과 그 자리에 있었던 것 등 수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그는 담배를 하나 더 물어 불을 붙였다.


“음···. 아무래도 수상한데 말이지···”


“억울합니다. 전 진짜 살인자가 아닙니다.”


이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츠즈키였다.


‘혹시나 저 놈이 만두가게 사장을 불어버리면 꽤나 귀찮아질 텐데···..’


큰 문제는 아닐 수 있겠지만, 혹여나 저 인력거꾼이 만두집 사장을 범인으로 지목하면 자신이 살인을 지시한 게 밝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 다 테러집단 소속이라 하면 자신은 어찌저찌해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꽤나 공들인 정보원을 잃게 되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은 일이었다.


또한, 내일 대목을 앞두고, 본청에서도 꽤 많은 병력이 오고 있는데, 번거롭게 이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저 놈을 살인자로 하고 조사를 끝내는 게 편할까? 아니면 그냥 풀어주는 게 속 시원할까?’


지금 잡혀온 저 놈을 누명 씌우면 끝날 일이지만, 저 놈이 분명 사장과 대면했을 텐데··· 혹시나 그를 특정 지어버리면 골치 아플 일이었다. 그래서 츠즈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이치 쪽으로 다가갔다.


“신이치 경감, 나 좀 잠깐 볼 수 있을까?”


“어? 무슨 일이야?”


“사건 관련해서 들은 내용이 있어서 조용히 알려줄까 하고.”


둘은 같이 밖으로 나갔고, 이를 보고 있던 형원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저 놈··· 또 뭔 짓을 꾸미는 거지···’



**경찰서 앞 공터**


“지금 잡혀온 놈을 살인자로 하고 빨리 끝내라고? 왜?”


“어차피 조선인 하나 죽은 거잖나. 겨우 조선인 하나 누명 쓰는 거고. 누구도 신경 안 쓴다고. 아무튼 이번만 그렇게 처리해 줘. 부탁할게.”


동기지만, 소위 잘 나가는 츠즈키의 난감한 부탁을 신이치는 쉽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말도 못 한 채 그냥 고개만 끄덕이며 담배만 물고 있을 뿐이었다.




[독립운동가 인물평전]


박상진 (朴尙鎭, 1884~1921)


대한광복회 총사령관으로서 항일 무장투쟁을 주도한 독립운동가며 김좌진 장군과 사이가 각별해 그를 만주로 파견한 걸로 알려져 있다.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대한협회와 신민회 활동을 거쳐 1913년 대한광복회 결성에 참여, 총사령에 선임되었다. 군자금 모집과 친일파 처단을 지시하며 의열 활동을 전개했고, 만주와 연해주에 무장 부대를 조직해 무력 독립운동 기반을 마련하려 했다. 1918년 일제에 체포돼 혹독한 고문 끝에 1921년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하였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출처 :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박상진 평전』(조광,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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