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 작전
**경찰서**
“안녕하시오, 일전에 인사드렸죠. 나 본청 헌병대장이올시다.”
헌병대장은 서장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였다. 서장도 다급히 손을 내밀어 공손히 그 손을 맞잡았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누추한 곳까지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우리 총독님께 폭탄 던진 놈과 타케루 중위에게 몹 쓸 짓 한 놈들은 찾았소?”
그 말을 듣자마자 신이치 앞에서 조사를 받고 있던 형원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두 사건 모두 자신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너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는 순간 형원은 또다시 당황했다. 대련에서 폭탄을 던질 때 마주쳤던, 초대장을 검사하던 군인이 바로 옆에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시죠. 여기 츠즈키 경감이 내용 설명해 드릴 겁니다.”
헌병대장은 서장과 츠즈키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자신의 대장의 움직임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고, 형원을 노려보던 헌병은 그 시선을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지? 그때 날 본 걸 기억하고 있는 건가?’
형원은 따가운 상대의 시선이 느껴져 표정 관리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 헌병이 자신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지 너무도 확인하고 싶었으나 눈이 마주칠까 걱정되어 그리 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그가 형원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젠장... 들켰나?'
형원의 옷깃 사이로 식은땀이 흘렀고,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를 때리는 듯 울렸다.
형원을 빤히 쳐다보던 헌병은 그가 어딘가 낯이 익었다. 그런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에게 그에 대해 묻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질문을 하기 위해 신이치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신이치 동기이자 친구인 켄타가 찾아왔다.
“이 놈은 또 뭐야?”
“어, 왔나? 어제 살인사건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체포되었거든. 근데 알고 보니 피해자 도와주러 들어갔다가 같이 공격당해서 기절했던 거더라고.”
“불쌍한 놈이구만.”
“어찌 보면 멍청하고 착한 놈이지.”
이 말을 옆에서 들은 대련에서 온 헌병은 의심을 거두고 그들의 대열 쪽에 같이 서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그가 자신에 대한 의심을 거두자 형원은 그제야 안심했다.
“아무튼 잘 지내시게. 마지막 인사하려고 잠깐 들렀어.”
“그래. 내일이지? 내가 가서 짐 나르는 거 도와줄게.”
“아냐 뭘 그렇게까지. 혼자 알아서 잘 가겠네.”
“내가 아쉬워서 그러지. 암튼 내일 봅시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켄타가 되물었다.
“너희 내일 바쁘다던데?”
“응? 난 들은 게 없는데?”
“내일 김···. 아··· 기밀사항이라 말 못 하겠다. 아무튼 잘 살게. 나중에 기회 되면 꼭 한번 고조에 들르게.”
“내일 간다니까. 암튼 마무리 잘하고. 낼 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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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장실에서는 츠즈키가 내일 작전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내일 저희는 두 개 조로 기동대를 나눠 기습공격을 감행할 계획입니다. 한 개 조는 잠깐이지만 저의 친구였던 타케루 중위를 암살한 놈들을 몰살할 것입니다. 그들은 다물단이란 반정부 단체로 근처 류허현이란 작은 마을에 약 서른 놈들이 모여 사는 걸로 파악했습니다.”
“왜 두 개 조인지?”
“다른 한 조는 다른 독립군 놈들 조직을 기습할 계획입니다. 내일 이 도시에 김좌진이 올 거라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일본군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는 그 이름을 듣고 헌병대장은 눈이 커졌다.
“누구요? 그 청산리에서 쥐새끼처럼 우리를 농락한 그 김좌진?”
“네, 맞습니다. 내일 근처 식당에서 11시 반에 조직 간의 회동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였습니다. 저희는 미리 근처에 잠복해서 탈출로를 차단한 뒤 식당을 급습할 계획입니다.”
“그래, 몇 놈들이나 모일 거라 예상되나요?”
“이쪽도 이, 삼십 명 내외로 모일 듯합니다.”
헌병대장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한참을 물끄러미 츠즈키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옆에 있는 중위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서장과 츠즈키는 둘이 뭐라 하는지 걱정되어 긴장하기 시작했고, 서로를 힐끗 바라봤다.
‘왜 아무 말도 없지... 괴물 녀석 수사 지원을 안 해줘서 혼자 싸우다 죽은 거 걸린 건가···’
헌병대장과 중위는 몇 번을 더 조용히 귓속말로 속닥였다. 츠즈키는 초조해서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마른기침을 한 번 뱉었다.
둘의 은밀한 대화가 끝난 뒤, 헌병대장이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처음 서에 들어왔을 때 모습에서는 상상도 안 될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좋네. 아주 큰 판이 되겠구만. 잘 준비했네.”
그러곤 같이 온 본청 헌병대 중위에게 말했다.
“나가서 방금 말한 대로 준비시키게.”
“네, 알겠습니다.”
중위가 경례를 하고 나갔고, 그때까지도 영문을 몰라 서장과 츠즈키는 어리둥절해했다.
“내가 여기 세 개 대대를 끌고 왔습니다. 한 개 대대는 반란군 놈들 거주지 습격에, 그리고 나머지 두 개 대대는 시내 급습 작전에 투입할까 하는데 어떻소?”
자신들이 원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자 서장은 다시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대장에게 다가가 그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저희야 너무 감사하죠! 대장님 덕에 내일은 관동군 역사상 오래 기억될 하루가 될 것입니다!”
마침내 고민거리가 해결되어 홀가분해진 츠즈키는 서장실 밖으로 나가 경찰서 안의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안내했다.
“현 시간부로 작업하는 거 다 멈추고 내일 아침에 바로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 바란다. 개인 화기 등 장비 점검 꼼꼼히 하고, 내일 본청에서 오신 헌병대와 조 나눠서 같이 출동하니 예외 없이 전원 참석한다!”
“네, 알겠습니다!”
본청과 합동작전이라는 츠즈키의 공지에 안에 있는 모두가 긴장했고, 기합이 바짝 들었다.
“며칠 전 헌병대 중위님을 살해한 내용에 대한 작전이고, 자세한 사항은 기밀이라 내일 아침 출동 전에 안내하겠다.”
“네!”
조사를 받다 이 말을 들은 형원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 헌병을 죽인 건 지금 여기 안에 이렇게 있는데, 과연 뭘 하려고 이 난리를 치는 건지 궁금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어이, 무슨 생각하나?”
“아, 아닙니다.”
“미안하지만 갑자기 비상이 떠서··· 오늘, 내일은 정리가 좀 힘들 듯싶네.”
“네? 그건 안 되는···.”
“미안하네. 근데 뭐 나도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가 없어서. 우선 유치장에서 좀 대기하게.”
대련 놈들이 여기 있는 거며, 지금 이 소란이며, 지금 이곳에 남아 있는 게 너무나 불편한 그였다. 그러나 가장 빨리 나가고 싶은 이유는 바로, 하루라도 빨리 진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
**주택가의 어느 집**
만두집 사장과 친분이 있는 시내 병원의 의사가 어둑어둑한 시간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의 아내는 대문이 열리자 정원으로 나와 그를 맞이했다.
“밥은요?”
“별생각이 없소. 그냥 이따 알아서 내가 챙겨 먹으면 될 것 같아요.”
대화가 끝나고 그 의사는 작은 방으로 가 문을 열었다. 거기엔 손, 발이 꽁꽁 묶이고 입에 재갈을 물린 채 누워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진이었다.
[독립운동가 인물 평전]
오광선 정현숙 부부
오광선은 경기도 용인 출신으로, 1915년 중국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교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대한독립군단·한국독립군 중대장으로 활약하며 무장투쟁을 전개했고, 광복 후에는 광복군 국내지대장 등을 역임했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정현숙은 남편을 따라 만주로 망명해 독립군 지원에 헌신하며 ‘만주의 어머니’로 불렸다. 한국혁명여성동맹과 한국독립당 등에서 활동하며 임시정부를 도왔으며, 정부는 그녀의 공훈을 기려 199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출처 :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