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50화 - 디데이

by 팬터피

**만두집 사장 집 앞**




경찰서에서 석방되고 바로 사장의 집으로 칼을 들고 달려온 형원은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담장을 넘어 안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나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 안 곳곳을 둘러봤으나 사장은 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집 안에는 사람이 사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깔끔히 정리가 되어 있었다.




‘뭐지? 설마 사람 죽이고 잡혀갈까 봐 도망이라도 친 건가?’




혹시 어디로 갔을지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장롱 등을 뒤지던 중 그의 주머니에서 종이봉투와 그 안에 있던 지폐 더미가 툭 떨어졌다.




이는 아까 경찰서에서 나오기 전 신이치에게 받은 봉투였다. 그는 이를 주섬주섬 모아 다시 봉투 안에 넣으려다가 그중에 쪽지가 있는 걸 발견하고 무심코 이를 열었다.




내용을 보니 신이치가 켄타에게 쓴 편지였다. 길지 않은 글엔 고마움과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타지 생활 고생 많았네.




내가 가서 정리도 돕고, 마지막 인사도 하려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겼네. 미안하네.




저번 달에 나 결혼할 때, 자네가 이것저것 많이 챙겨줘서 덕분에 큰 도움 됐네. 그래서 나도 오늘 돕고 싶었는데 아쉽구먼.




조심히 잘 가고. 언제 한번 들르겠네. 자리 잡으면 연락 주게.]




그는 아까 경찰서에서 경감이 했던 말이 불현듯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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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회상)**




“이건 오늘 일 처리 잘해 달란 의미로 주는 거니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잘 좀 부탁하네. 총소리를 듣고 사람 구하러 들어갈 정도면 이 정도는 믿어도 되는 사람이겠지?”




“아··· 감사합니다.”




“아참, 안에 쪽지 하나 넣어놨는데, 그 친구에게 꼭 좀 전해 주게나. 이만 가보게. 잘 부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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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집 사장의 집 (현재)**




쪽지를 읽고 형원은 고민했다. 아까는 복수에만 눈이 멀어 그의 부탁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으나, 이를 보면서 마음이 약해진 것이었다.




“아··· 젠장. 어차피 쥐새끼 놈은 지금 찾을 수도 없으니, 이놈 부탁이나 먼저 들어줘야겠다.”




**경찰서**


7월 25일 아침 6시




통화시의 모든 경찰들 앞에서 츠즈키는 오늘의 작전에 대해 설명했다.




“현시점부로 어떤 외부와의 연락도 전부 차단합니다. 작전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고자 함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이곳에는 경찰뿐 아니라 기동대와 본청 헌병대 일부 지휘관도 참석해 그의 설명을 집중해서 듣고 있었기에 츠즈키의 뿌듯함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1, 3본부는 네 시간 후인 11시 반 시내의 챠샤오빠오를 급습할 것입니다. 1본부는 내부를 습격할 것이고, 3본부는 주요 골목에 대기하여 혹시 모를 탈주에 대비하겠습니다.”




지도에 미리 표시해 둔 곳을 짚으며 인원 배치를 지시한 그는 준비한 서류 일부를 나눠주며 말을 이었다.




“이 지역은 테러 집단들의 거주지입니다. 2본부는 지원받은 기동대 및 본청 헌병대와 같이 지금 출발하셔서 잠복해 있다가 시내 작전과 동시에 작전을 진행하겠습니다. 혹시 이해 안 가는 점 있을까요?”




“없습니다!”




“그럼 기밀 잘 유지해 주시고,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반역자 놈들에게 우리 관동군의 무자비함을 보여줍시다!”




**의사의 집**


7월 25일 아침 8시




진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여전히 손발이 묶여 있었다.




‘형원이는 내가 죽은 줄 알고 있으려나···’




그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주 답답하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제일 걱정이 되는 건 형원이 어찌하고 다닐지였다. 급한 성격과 막무가내인 녀석이 혹시나 자기가 죽었거나 잘못되었다 생각하고 만두집 사장에게 복수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장과 달수 중 누가 밀정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형원이 섣불리 행동하지 않길 바랐다.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배신자고 한 명은 독립군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격투로 진은 뭔가 느낌이 왔다.




사장이 자신을 왜 살려둔 건지, 그리고 왜 굳이 이렇게 꽁꽁 묶어둔 건지 따로 다른 설명을 듣지 않아 의문이긴 했다. 과연 그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그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확실한 건 그게 자신이 대련에서 저지른 일 때문은 아니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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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샤오빠오 (회상)**




사장은 칼로 진의 목을 노리며 말했다.




“다 끝났다. 죽기 전에 가엾게 간 그 애에게 용서라도 빌고 가라.”




“아이씨, 끝까지 뭔 개소리냐. 이 배신자 쥐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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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집 (현재)**




그날 싸우면서 했던 대화를 돌이켜보면 예진을 죽인 범인으로 오해해서 자신에게 죽자 살자 덤빈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가 오해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목숨을 살려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맞다면 여러 정황상 사장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예진을 아끼는 마음이 거짓이었다면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렇게 안간힘을 썼을 리가 만무하다.




‘그렇다면 결국 달수가 밀정이었던 것인가?’




여기까지 생각에 달했을 때 갑자기 두통이 느껴졌다. 아직 음식에 들었던 약의 성분이 가시지 않은 느낌이었다.




으으읍!




비명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불현듯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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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의 형원과 진 숙소 전화실 (회상)**




달수와 통화 중인 형원은 진의 재촉에 못 이겨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러자 달수는 유선상임에도 혹시나 누가 들을까 염려하는 듯 조용하고 은밀하게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조만간 백야 김좌진 장군님께서 이곳을 방문 예정이십니다. 그때 백야 장군님이 오시는 걸 직접 눈앞에서 보시면 저를 믿으시겠죠? 그 후에 저희 모임에 바로 합류하시죠. 아시겠지만 장군님은 항상 전투의 최전선에 서 계신 분입니다. 이곳에서도 그분의 계획은 놀라울 겁니다.”




“백야 장군님께서요? 흠흠. 그럼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그런 사람이란 건 아닙니다. 백야 장군님은 대한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경하는 분이니까요.”




“네, 그럼요 그럼요. 7월 25일······. 11시 반 시내의 챠샤오빠오라는 식당입니다. 이날 저희는 회동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여기 사장 놈이 밀정입니다. 조심하십쇼. 그에게 속아 독립군 청년 두 명이 현지 경찰에게 잡혀간 듯합니다. 저희는 두 분이 그 빈자리를 채워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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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집 (현재)**




읍··· 으윽···.




누군가 머리를 으깨는 듯했다. 두통의 고통 속에서도 진은 지금 상황에 대해 정리하고자 했다. 식은땀이 나고 어지러웠지만 이를 참고 생각을 이어나갔다.




달수가 밀정이라면, 백야 장군님은 위험하실 수 있다. 진은 곰곰이 생각했다. 오늘이··· 여기 얼마나 누워 있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오늘이 그날 즈음인 듯했다. 그렇다면 어찌 됐든 이 사실을 알리든, 여기를 빠져나가든 해야 한다.




‘여기를 빠져나가려면 사장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하는데··· 사장을 완전히 믿을 수 없는데···. 이걸 말해도 되는 건가?’




그는 우선 있는 힘껏 벽을 두 발 뒤꿈치로 차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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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타의 집**


7월 25일 아침 10시




결국 형원은 신이치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인력거를 챙겨 왔다. 켄타에게 쪽지를 건넨 뒤, 별말 없이 짐 정리를 도왔다.




한참 짐을 정리하던 중 켄타가 그를 불렀다.




“이제 짐 정리는 얼추 다 되었으니 나머지 사람들에게 맡기고 나랑 아내를 역까지 좀 태워주게.”




그렇게 그는 켄타 내외를 인력거에 태우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목적지로 가던 중 시장길과 유흥가 양쪽 길에 나뉘어져 있었는데, 평소대로 형원은 번화가 쪽을 택했다.




낮에는 시장 쪽이 사람이 많고, 밤에는 번화가가 번잡하여, 주로 운행이 용이한,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다녔기 때문이다. 그때, 켄타의 아내가 말을 걸었다.




“저기, 미안하네만 이 길 말고 다른 길로 가주시면 안 될까?”




“네?”




“이 길 말고 시장길로 갔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가 영문을 몰라 잠깐 멈칫한 사이에 켄타가 그녀를 저지했다.




“음. 아니네. 그냥 이 길로 가지. 괜히 돌리고 뭐 하고 번잡스럽기만 하지.”




“아니 그래도 당신···.”




“괜찮소. 이제 다 끝났잖소. 걱정 마시오.”




영문을 몰라 형원은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실은 독립군에게 납치된 이후 켄타는 악몽에 시달리는 등 그 사건이 큰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에 유흥가 쪽을 오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그리고 입 잘못 놀리면 죽일 거란 협박까지 들었던 탓에 더욱 이곳을 지나가는 것이 무서웠다.




그러나 오늘은 이곳을 떠나는 길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더욱이 인력거를 끄는 조선 놈 앞에서 이 길로 가는 게 무서우니 다시 인력거를 돌려달란 말은 더욱 하기 싫었다.




‘쥐새끼 노인네를 어디서 찾아야 하지··· 만두가게를 가볼걸 그랬나···’




이 와중에 형원의 머릿속은 복수를 어찌할지에만 몰두해 있었다. 아까 집이 너무 휑한 것이 마치 도망간 느낌이라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갑자기 켄타가 초조하고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돌려 돌려! 빨리! 야! 인력거를 돌리란 말이다! 지금 당장! 바로 경찰서로 가자!”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에 형원은 인력거를 멈추고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독립운동가 인물 평전]




안규홍 (安奎洪, 1898~1975)




경상북도 상주 출신의 독립운동가로, 1919년 3·1운동에 참여하여 항일운동에 나섰다.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군무부에서 활동하며 군사 훈련과 무기 조달 등 군사적 지원을 담당하였다. 광복 후에는 한국광복군의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독립군의 재건과 조직 강화에 기여하였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였다.




*출처 :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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