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49화 - 부탁

by 팬터피

**챠샤오빠오 - 이틀 전**

만두집 사장과 진의 격렬했던 전투 후, 둘은 기절한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얼마가 흐른 뒤 사장이 막혔던 기도가 뚫린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헉! 헉!”




그는 우선 솥으로 다가가 독을 탄 음식들을 버렸다. 그리고 누워 있는 진에게 다가가 그가 죽었는지 어떤지 상태를 파악했다.




‘숨을 쉬지 않는 걸 보니 죽었구나···’




이후, 무릎을 꿇은 채로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사장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옆에 있는 칼을 집어 두 손으로 잡아 높이 올렸다. 그 칼끝은 진의 심장을 향해 있었다.




“이건 예진이의 복수다!”




칼이 상대방의 몸통에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그는 아까 싸울 때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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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다 끝났다. 죽기 전에 가엾게 간 그 애에게 용서라도 빌고 가라.”




“아이씨, 끝까지 뭔 개소리냐. 이 배신자 쥐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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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찝찝한 생각이 들어 진을 찌르려던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 곰곰이 다시 기억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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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사장님,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제가 누굴 죽였다는 건가요?”




“계속 그리 나오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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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죽자 살자 싸우는 순간까지 모른 척을 하는 것은 뭔가 조금 이상했다.




‘혹시 이놈이··· 범인이 아닌가?’




그때, 그는 죽은 줄 알았던 상대의 눈꺼풀이 꿈틀대는 것을 발견했다.




‘어? 뭐지?’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그를 업고 무작정 밖으로 뛰었다.




**시내의 한 병원 - 이틀 전**




진을 데리고 사장이 온 곳은 병원이었다. 의사가 둘을 보고 놀라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설명은 나중에 자세히 할 테니 우선 이 사람부터 좀 봐주게.”




**도쿄의 골목길 (1923년 9월 어느 날)**




어두컴컴한 밤, 한 남자가 열 살 남짓한 아이와 아내의 손을 잡고 골목골목을 다급히 뛰고 있었다. 누가 쫓아오는지 그들의 표정엔 두려움이 가득 묻어 있었고, 자꾸 뒤를 바라봤다.




“헉, 헉. 조금만 빨리.”




지쳐서 속도가 나지 않는 아이를 그는 지쳐가는 목소리로 자꾸 재촉했다. 그러다 아이가 어른들의 속도에 맞추지 못해 잡고 있던 아버지의 손을 놓치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아빠한테 업히거라. 어서!”




아이를 업은 채 뛰던 그들은 결국 점점 속도가 나지 않았고, 점점 횃불의 빛으로 인해 주변이 밝아지고 있었다. 결국 사람들의 웅성이는 소리가 가까이 들리자 남자는 아내에게 말했다.




“이러다 다 잡히겠어. 내가 시간을 끌어볼 테니 애랑 먼저 뛰어가슈.”




“무슨 말이에요. 당신만 두고 그럴 순 없어요.”




“애 생각은 안 할 거야! 정신 바짝 차리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엄마는 우는 아이를 남편의 등에서 내려 억지로 끌고 갔다. 아이가 가지 않으려 하자, 엄마는 그의 뺨을 힘껏 때렸다.




“엄마 말 안 들을래? 빨리 와!”




엄마의 눈물을 보자 아들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아버지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엄마의 손을 잡고 따라 뛰었다.




“저... 저... 저기”




골목 끝에 횃불과 몽둥이, 낫 등을 들고 따라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점점 아버지와 가까워졌고, 끝내 어둠이 아버지를 덮쳤다.




**의사의 집 - 현재**




진이 눈물을 펑펑 흘리며 꿈에서 깨어나 겨우겨우 눈을 떴다. 오랜만에 꾸는 꿈이었다. 슬픔에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슬픔도 잠시였다. 온몸으로 싸움의 후유증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안 쑤신 곳이 없었고, 특히나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는 갑자기 쓰러졌던 마지막을 떠올렸다. 갑자기 정신이 몽롱해진 것과 지금의 두통으로 보아 아마도 음식에 약을 탔으리라 짐작했다.




‘근데 여긴 어디지···?’




일어나려 힘을 줬지만 힘도 잘 들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팔, 다리가 다 묶여 있었고 입에 재갈도 물려 있어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뭐지? 납치된 건가?’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그렇게 죽이려고 안달이던 사장이 왜 결국엔 이렇게 자신을 살려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얼마 후, 방 밖에서 말소리가 작게 들렸다. 그리고 문이 스르륵 열리자 진은 자연스럽게 몸이 경직됐다. 그러다 낯익은 얼굴을 보고 약간 안심을 했다. 그는 며칠 전 봤던 인심 좋은 의사였기 때문이다.




“오! 드디어 깨어났군요. 음··· 입에 있는 걸 빼드릴 테니 절대 소리를 지르시면 안 됩니다.”




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의사는 그의 말대로 상대의 입에 있는 수건을 풀어줬다.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여기 왜 있는 건가요?”




“만두집 노인네가 자넬 병원에 데리고 왔네. 병원에 두면 문제가 될 듯하여 집으로 같이 데려온 거고.”




“사장님은 절 죽이려 하셨습니다. 근데 왜 굳이 병원까지 데려와 살리려 하신 건가요?”




“나도 자세한 내용을 들은 건 아니지만··· 알겠지만, 그 친구, 나쁜 사람은 아니어서, 이유가 있겠지··· 혼자 고군분투 중이거든.”




“네?”




의사는 말을 할까 말까 주저주저하다가 이어서 계속 말을 했다.




“말을 안 해 주니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경찰에 자네 죽음을 위장하려고 병원에서 죄 없는 시체에 손을 좀 댔네.”




“자세히는 말하기 힘들고, 어쨌든 자네가 깨어나도 며칠만 여기 좀 있게 해 달라 부탁하고 갔으니 미안하지만 좀 기다려주게.”




그때, 진의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고, 진은 민망해했다.




“기다리게. 먹을 것 좀 챙겨 옴세.”




의사가 방 문을 열고 나갔고, 진은 다시 고민에 잠겼다. 사장은 과연 어떤 상황에 빠졌길래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일까?




**경찰서**




**7월 25일 새벽 4시**




어둠이 지나고 아침이 다시 어스름하게 찾아오고 있었다. 어제 츠즈키가 공지한 비상으로 경찰서는 새벽부터 분주했다.




그 와중에 유치장에 있는 형원은 불안감과 분노에 휩싸여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던 중 갑자기 신이치 경감이 찾아왔다.




“혹시 인력거꾼이라 했지?”




“네, 맞습니다.”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겠나?”




“갑자기 무슨······”




느닷없이 찾아와 부탁을 하는 일본인 경찰에게 형원은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들었다.




“내 친구 하나가 오늘 이 도시를 떠나네. 내가 원래 가서 도우려 했는데··· 지금 비상이라 정신이 없어서 갈 수가 없으니 가서 역으로 짐 나르는 거며 좀 도와주게. 인력거로.”




“오늘요? 지금 이 꼴인데 제가 어찌···”




“해준다 하면 내가 바로 나갈 수 있게 처리해 줌세. 사례도 좀 하겠네.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어떤가?”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형원에게는 여기에서 시간 낭비하고 있느니 빨리 돕고 바로 만두집 사장에게 복수하러 가면 되니 영락없이 좋은 기회였다.




“네, 지금 바로 가면 될까요?”




“그래. 바로 준비해 주겠네. 우선 나오게.”




경감은 유치장 문을 바로 열었고,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한참을 망설이더니, 무언가 다짐한 듯 한숨을 크게 푹 쉰 뒤, 상대에게 이를 건넸다.




“이건 오늘 일 처리 잘 해달란 의미로 주는 거니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잘 좀 부탁하네. 총소리를 듣고 사람 구하러 들어갈 정도면 이 정도는 믿어도 되는 사람이겠지?”




“아··· 감사합니다.”




“아참, 안에 쪽지 하나 넣어놨는데, 그 친구에게 꼭 좀 전해주게나. 이만 가보게. 잘 부탁하네.”




형원은 넙죽 인사를 한 뒤, 빠르게 경찰서를 나왔다. 그리고 문밖을 나오며 다짐했다.




‘굳이 짐 나르러 갈 필요도 없지. 바로 가서 그 노망 난 늙은이부터 죽여버려야겠어.’




**만두집 사장 집 앞**




경찰서에서 석방되고 바로 사장의 집으로 칼을 들고 달려온 형원은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담장을 넘어 안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독립운동가 인물 평전]




윤세주 (尹世胄, 1900~1942)




경남 밀양 출신으로, 1919년 3·13 밀양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김원봉 등과 함께 의열단을 창립하여 항일 투쟁에 나섰다. 1920년 폭탄 반입을 시도하다 체포되어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출옥 후에는 신간회 밀양지회 총무간사로 활동했고, 1932년 중국으로 망명해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교관으로 활동하였다. 이후 조선의용대 훈련주임과 화북지대 정치위원으로서 항일 무장투쟁을 이끌다 1942년 태항산 전투 중 전사하였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8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였다.




*출처: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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