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지능 학생들이 대인관계 문제를 가져올 때 마음이 너무 어렵다.
친구를 사귀고 싶고, 그런데 지적장애 등급을 받은 학생들은 자기보다 못한 것 같이 느껴지고, 일반적인 인지기능을 가진 학생들은 자기랑 안 놀아주고. 인지기능이 약하다 보니 다른 학생들이라면 하지 않을 방식으로 친구에게 접근하고. (전혀 친분이 없는 사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의 문자를 계속 보낸다거나. 한 번도 같이 집에 간 적이 없는데 '오늘은 당연히 집에 같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거나....)
다른 학생들의 배려를 바라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그 학생들도 '학생' 이니까. 경계선 지능 학생들의 보호자가 아니니까. 너의 학교 생활 일부를 희생해서 이 학생의 친구가 되어 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 배려를 요구하지 않자니, 경계선 지능 학생들이 상처를 받는다.
발달장애가 다 그렇지만, 경계선 지능은 교육, 훈련 수준에 따라서 드러나는 양상이 개개인마다 어마어마하게 달라진다. 수치로 나타나는 IQ는 비슷하더라도 일상적인 수행 능력, 사회적인 말하기 능력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학생 너머에 있는 가족들을 본다. 이 학생이 오늘 일어나서 세수하고 옷 입는 기본적인 자조 행동을 하고, 길을 잃지 않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학교에 와서, 여기서 나에게, 친구들에게 이런 수준으로 자기표현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가족들의 지난하고 마음 졸이는 시간들이 얼마나 있었을지를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그런데 그 겹겹의 시간들이 학교에서 만나는 또래 학생들의 한 마디에 무너진다.
"저는 계속 친구가 없었어요. 애들이 저만 빼고 놀아요. 어떤 애가 저한테 말을 못 한다고 했어요. 애들이 저보고 바보래요. 특수반이래요. 제가 이해력이 좀 떨어져서요. 저는 실패작이에요."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리다 못해 쓰리다. '너 말을 좀 못 하는구나?'라고 했다는 학생을 찾아가 따지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너는, 얘가 이만큼 말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인내가 필요했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어? 그것도 당사자 면전에다 대고?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할 말 안 할 말 못 가리는 건 너 아니니?
이게 지독한 역전이라는 걸 안다. 나에게 지적장애를 가진 언니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감정적이게 반응하지는 않았겠지. 이런 역전이가 반복되면 인생이 매일매일 나의 인성을 시험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인생 : "너와 개인적으로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어. 그렇지만 감정적으로 반응해서는 안 돼. 여긴 네 가정사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니까. 그건 네가 알아서 해결하고, 지금 여기서 울지 말고 화내지 말고 학생이 하는 얘기를 들어. 학생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생각해. 너 말고."
뭔가 교훈이나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깨달음을 얻으며 마무리 짓고 싶은데, 떠오르는 말이라곤 '그만 시험해주세요....;;' 뿐. 시험은 적고 배려는 많은 세상이 되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