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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은 Nov 05. 2023

Day 7 : 고요했던 렌

Day 7


    아침부터 후다닥 준비해서 비행기를 타러 왔다. 하늘 사진 찍겠다고 일부러 창가 자리 달라고 까지 해놓고 카메라를 선반 위에 넣어버렸다. 그리고 일찍 일어났더니 너무 졸리다... 환승하는 마드리드 공항에서 감격의 아이스라떼를 마시고 렌으로 넘어왔다. 렌 공항은 정말 작고 시골이었다.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로..



    버스를 타고 시내로 왔다. 에어비앤비 체크인이 일곱 시라서 관광안내소에 가방을 맡기고 돌아다니기로 했다. 정말 예쁜 도시였고 대학도시답게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대학도시인줄 몰랐는데 도착해서 검색해 보니 그렇다고 하더라. 시장이 열린 것도 보고 멋진 시청 건물도 봤다. 세 시간쯤 걸어서 돌아다니니 조금 지치고 추워서 숙소에 가고 싶은데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다. 관광안내소는 6시에 닫기 때문에 캐리어를 끌고 한 시간 이상을 보내야 했다. 최악이었다... 

   

    배도 슬슬 고픈데 저녁마저 빵을 먹기는 싫었다. 그리고 프랑스 물가가 포르투갈에 비해 너무 비쌌다. 똑같은 빵인데 왜 이렇게 비싼 거야. 초밥집을 하나 발견했는데 6시 30분부터 오픈이었다. 프랑스 식당 대부분이 이런 식인 것 같다. 점심장사와 저녁장사가 다른. 이걸 여유롭다고 해야 하려나... 식당 오픈까지 시간이 뜨고 춥기도 하고 해서 지하철 역 안에 들어가 봤다. 


    구경도 하고, 나중에 타야 할 위치도 찾느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말을 걸었다. 혹시 길 잃었냐고,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한국어로! 학교에서 단체로 맞춘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외투에 적힌 한국어를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고 했다. 한국을 좋아한다고 한다. 시간도 남는 김에 잠깐 얘기를 나눴다. 서울 지하철 노선은 20개쯤 된다고 말해주자 깜짝 놀란다. 요즘 자기가 본다는 한국 드라마 얘기도 해줬는데 내가 TV를 안 봐서 뭔가 더 열심히 맞장구 쳐주지는 못했다. 한국에 오고 싶다고 애잔하게 말하길래 오면 되지 무슨 문제냐고 했더니 자기 아직 고등학생이고 여기서 졸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 나이를 가늠을 못해서 고등학생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고.. 20대인 줄 알았다. 아무튼, 계속 연락하고 싶대서 메일 주소를 줬다. 이 도시에서 한국인을 보기가 힘들어서 내가 너무 반갑다고 한다. 그러게 나도 오늘 한 명도 못 봤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불안해.


    아까 본 초밥집은 포장 전용 매장이라 식사가 안 돼서 다른 초밥집을 겨우 찾았다. 2만 5천 원이면 한국 초밥집에서 특선을 먹을 텐데.. 싶었지만 세끼를 전부 다 빵으로 먹으면 빵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다.

마트 마감 세일로 11,890원에 먹었다면 만족스러웠을지도 모를 초밥


    배터리는 다 돼가고 파리 숙소 입실 시간을 당겨달라는 요청이 오고 숙소 근처는 너무 조용하고 깜깜해서 불안이 극에 달할 즈음에 숙소에 도착했다. 크리스틴은 친절한 호스트였고 몽생미셸 갈 때 짐을 맡겨두는 것과 파리 숙소 입실시간까지 전부 해결됐다. 빨래도 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생각보다 잘 해결된다.




    한참 만에 여행기 기록 다시 시작..! 7일 차 기록을 쓰기 전에 6일 차 기록을 다시 읽어 봤는데 제법 재미있다. 기록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해서 하는 거구나 싶었다. 오늘의 기록도 언젠가의 내가 보고 웃어준다면 좋겠다.


    렌은 순전히 몽생미셸 때문에 들린 도시였다. 포르투갈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는 비행기와 몽생미셸로 직행하는 버스가 있는 곳 이어서. 도시 자체에 대한 정보나 기대는 전혀 없이 방문했었는데도, 당시 일기를 읽으니 고즈넉한 대학 도시의 풍경이 눈앞에 떠오른다. 조금은 쌀쌀했던 날씨와 왠지 불안했던 마음도 기억난다. 그리고 다음 날의 대형(?) 사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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