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이라도 다를 것 없어. 놀이와 그림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인 걸
영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6학년 담임교사라는 타이틀을 단 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지레 겁먹고 시작한 6학년 담임이었지만 3주차를 지내고 보니 내가 크게 오해한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6학년 아이들도 그저 칭찬에 약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나니 이 아이들과의 1년도 지난 3년의 생활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3년 째 같은 학교에서 4학년 1반을 내리 담임을 한 전력이 있는 지라 아직도 내 입에선 자연스레 반구호를 외칠 때 4학년 이라는 말이 먼저 입안에서 맴돌고, 컴퓨터 화면에 뜨는 비밀번호 입력창에 4학년 1반을 늘 먼저 쓰고 시작하지만 말이다.
6학년 담임이라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속으로 조금 걱정을 했던 부분이 있었다. 지난 3년간 4학년을 지도하며 내가 꾸준히 해왔던 그림책 활동, 아침 명언, 스트레칭과 심호흡, 주제글쓰기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까? 내가 처음 6학년 담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양 어색했던 것 처럼 6학년 아이들에게도 잘 통하는 활동일까? 라는 의문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러면서 올해 아이들에겐 정을 좀 덜줘야지. 6학년 아이들에 걸맞게 적당히 건조하게 가야지 라는 결심을 굳혔던 것 도 사실이다.
하지만 6학년 3반 아이들을 만나 3주간 함께 같은 교실에서 부대끼며 생활하다보니 느낀 사실이 하나 있다. 이 아이들 6학년이라는 타이틀만 달았지 연한 속살을 가진 순수한 아이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문득 지난 주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 기분좋게 머릿 속에 피어오른다. 유독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던 그날, 여느 때와 같이 점심을 먹고 교실로 발걸음을 재촉하려는 데 장난끼를 가득 머금은 우리 반 한 남자아이가 눈빛을 반짝이며 내게 말한다.
"선생님 우리 산책하고 들어가요"
6교시까지 단 10분이 남은 상황. 잠시 고민했지만 몇 아이들의 간절한 눈빛이 내 고민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그래 잠시 한 바퀴만 돌고 가자"
나의 제안에 아이들 얼굴엔 바깥 햇살보다 더 환한 미소가 가득 피어오른다. 등교한 지 5시간여만에 쐬는 콧바람, 살갗에 닿는 훈기품은 온풍에 나도 마음이 달떴다. 문득 작년 아이들과 점심시간에 간혹 하곤 했던 놀이가 머릿속에 번뜩였다.
“얘들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자”
그 말에 아이들은 1학년 아이들 마냥 신나서 방방 뛰었고 5분가량 신나게 땀을 내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에 푹 젖어들었다. 해맑게 놀이에 집중한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내심 미안해졌다.
내가 6학년 아이들을 너무 어른처럼 생각했구나. 무궁화 꽃이 놀이를 이렇게나 좋아하는 순수한 아이들일 뿐인데.
놀이를 끝내고 헉헉대며 교실로 돌아와서는 6교시 창체에 예정된 그림책 수업을 진행했다. 이 그림책 활동도 내가 3년 내내 4학년 아이들과 함께 해 온 활동. 6아이들에게 유치하지 않을까 걱정가득 품고 시작했지만 그림책을 읽는 내 목소리가 교실 밖으로 퍼져나가는 순간 온 아이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것을 보며 안도했다. 그날도 그랬다. 늘 수업시간 교과서도 뒤늦게 가져오고 자기만의 세계에 심취해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한 아이. 책을 읽어주다 문득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그림책에 집중하는 진지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고 순간 가슴 한 쪽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그날 금요일 6교시를 마치며 나는 순간적으로 이곳이 4학년 1반인가 싶은 착란이 일었다. 놀이를 하며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을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습. 내가 읽어주는 그림책에 폭 빠져들어 눈을 반짝이는 모습들. 아침마다 내가 써주는 명언을 공책에 받아쓰고 스트레칭과 심호흡을 한 명도 빠짐없이 따라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비로소 내 옷 앞 섶에 달린 명찰을 가만히 쓰다듬어본다. 이제 이 명찰이 진짜 내 것이구나. 여전히 자리를 못찾고 내내 겉만 돌던 6학년 담임이라는 타이틀이 내 몸과 마음에 자리를 잡아가는 구나. 싶어 마음이 뭉근해져 온다.
6학년으로 몸만 성장했을 뿐, 마음은 4학년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이 아이들.
나는 4년째 4학년 1반 담임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