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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Jun 05. 2024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특별하진 않지만

지나칠 수 없는 사소함을 글로 담으며 일상의 소중함 깨닫기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닙니다 라는 주제로 글을 쓴지 벌써 세달이 다 되어간다. 초반엔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며 생기는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스무명 남짓이던 독자가 차근차근 늘어 86명까지 왔다. 누군가에겐 적은 수라 느낄 지 모르지만 내겐 정말 소중한 독자수다.


 초반엔 브런치에서 인기순위 7위까지도 올라갔다. 생전 처음 넘어보는 하트수 50개. 그 숫자는 내게 단순히 50이상의 숫자를 의미했다. 예상치 못한 관심에 나는 신이나서 글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감이라는 것이 내 맘대로 되진 않는 법. 처음엔 아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며 생기는 일들을 훗날 추억하기 위해 가볍게 시작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연재가 예상치 못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자 한동안은 구름위를 둥실 떠다니는 느낌에 젖어 살았다. 그러는 동시에 무언의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글을 재밌게 특별하게 잘 써내야 한다는 중압감. 어느새부턴가 연재일인 수요일이 다가오면 아침출근길부터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유는 하나,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에피소드가 더 이상 없었기때문이다.


 학교라는 곳도 일상적인 공간이라 늘 즐겁거나 임팩트 있는 일이 생기진 않는다. 특히나 모두의 공감을 받고 이목을 끌만한 일은 가뭄에 콩나듯 일어나기에 나는 늘 글감찾기에 골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한 번 시작한 일 관두기는 싫었다.


 내 글 한편을 읽고 조용히 구독버튼을 눌러준 그 86개의 움직임들을 떠올리니 어떻게든 써야한다는 의지가 불끈 솟아올랐다. 전업 작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익이 나는 일도 아니지만,나는 연재 글쓰기가 주는 무언의 힘에 이끌려 수요일만 되면 퇴근 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한 손엔 노트북 가방을 들고 동네 카페나 도서관으로 향했다.

카페에서 쓰는 연재글


 하얀 화면을 마주하며 머릿속에 차곡차곡 저장해둔 지난 일주일의 학교생활을 하나씩 빈 허공에 내놓아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인상에 강렬하게 남거나 재미있는 일들이 없다. 그럴땐 하얀 화면이 내 눈 앞에서만 순식간에 잿빛으로 바뀌었다.

 일순 마음 속에서 그만 둘까?라는 나약함이 고개를 든다. 그렇게 키보드에 얹은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려는 순간,내글을 기다렸을 한 명의 독자를 상상하고 그가 실망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조용히 떠올려본다. 어떻게 늘어난 독자인데 속으로 생각하며 소중히 그러모으는 마음으로 애써 한줄을 써나간다.


  늘 마주하는 일상이 학교다보니 떠오르는 건 온통 아이들 이야기다. 일기검사, 수업시간 이야기, 아이들의 발표, 알림장 내용 등 마른 수건을 쥐어짜내는 심정으로 글감을 찾아서 써내려간다. 아이들의 대화내용, 나의 말 등으로 주저리 쓰다보면 어느새 한 페이지가 가득찬다. 역시 한 줄이 참 중요하다. 그 한 줄이 다음 줄을 줄줄이 소세지 처럼 엮어내려가게 하는 힘이 있다.


 누군가는 시시하게 느낄지 몰라도 학교 생활을 담은 일상기록은 내겐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 희귀한 경험이나 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이야기는 아니라도 아이들의 작은 속내를 드러낸 이야기들, 교실 속 펼쳐지는 훈훈한 아이들의 선행들에게서 어른인 나도 아이들에게 인생을 배울때가 많으니까.


  글이 써지지 않아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느낌이 들때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불러오는 문장이 있다.


 “글을 잘쓰려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라.”


 관심받는 누군가의 멋진 글을 보며 나는 한 때 과장하거나 없는 일을 만들어내며 써볼까 하는 유혹에 빠질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렇게 쓰는 글은 공갈빵 처럼 속이 텅비어 쓰고 나서도 마음 텅 빈 느낌이라는 걸 알기에 이내 생각을 접는다. 그리고 글을 쓰며 내 마음을 치유하려는 취지와도 맞지 않다.


 나의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학교라는 공간. 그 학교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은 어느 누구도 쓸 수 없다. 오직 아이들과 매일 마주하는 교육의 최전선에 있는 나만이 쓸 수 있는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조금은 관심 밖으로 물러난 학교이야기 연재에 대한 사명감이 불쑥 고개를 들어온다.


 글쓰기에서 중요한 글감은 어쩌면 인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서 즐겁거나 특별한 일들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대체로 평범하고 가끔은 즐겁고 어쩔땐 지루하고 그런 하루들의 반복이다. 그런 하루들에서 글감을 찾아내는 일. 교실 속에서 접하는 아이들의 사소하지만 감동적인 말 한마디, 종종 내 시선을 멈추게 하는 아이들의 일기장 글귀, 시키지 않아도 청소하는 예쁜 행동같은 것에서 글감을 얻고 그것을 기록해나가며 웃음짓는 일. 생각보다 꽤 근사한 일이다.


 수요일마다 일주일을 돌아보며 그냥 지나칠 법한 교실 속 이야기들을 연재글에 붙잡아두며 추억으로 남기며 나는 다시금 일상의 소중함과 그 속에서 감사함을 느낀다.


 브런치 계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요 근래에 반 아이들 몇몇이 “선생님 글 읽었어요” 하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을 보며 내심 뿌듯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양손에 더없이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두 명의 독자가 더 늘었으니 멈추지 말고 써나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특별하진 않지만 사소한 하루들을 기록하다보면 그 사소함이 모여 특별한 오늘을 만들 것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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