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하던 걸 마치지 않았는데, 새롭게 또 하나가 더해졌다: )
그래서 언니는 어떤 책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소파에 눕듯 기대어 앉은 지인이 물었다. 그래서 요즘 뭘 만들고 있느냐고. 현재 첫 번째 책 작업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지만, 다음 책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첫 번째 책을 만들 땐 이미 기획 단계와 원고 집필이 진행된 상태였고 이번 책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거라 시작부터 다른 느낌이다. 이번 책은 작가가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려놓은 글들을 모아서 에세이북으로 낼 예정이다.
가장 처음 한 일은 작가가 올려놓은 글들을 쭉 읽어보는 것이었다. 이번엔 최소한 어떤 순서로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하는 작업이라 막연하게 두렵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작가의 원고를 읽어 보면서 책의 방향이 감성 에세이 또는 교육 에세이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을 환기할 겸, 교보문고로 향했다. 매대 위에 놓인 에세이들을 훑어보니, 표지의 느낌이 두 가지로 크게 나뉘는 듯했다. 수채화 일러스트가 들어가서 책이 주는 느낌에 힘을 실은 것과 책 제목을 강조하고자 텍스트 자체에 힘을 준 것. 나 역시 표지의 방향을 주제의 방향에 맞게 레퍼런스들을 모아 기획안을 정리했다.
작가님과 책의 방향, 그리고 생각했던 책의 느낌을 공유하면서 나도 모르게 감성 에세이 쪽을 피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름의 이유를 들자면, 아직은 작가님의 독자층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작가님의 생각도 나와 다르지 않았고, 머잖아 책의 방향과 가제가 정해졌다. 이제 다시 원고를 읽으며 주제에 맞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목차도 분류하고 책 제목도 다시 뽑아내면 좋겠는데, '하아. 과연 한 번에 다 해낼 수 있을까?' 싶다. 고민을 길게 해봐야 답이 없으니까, 일단 한 번에 하나씩이라도 해내자고 생각해 본다.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체크하면서 '일반적으로 책 한 권을 낼 때 소요되는 시간이 어느 정도일까, 내가 유독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빠진다. 따로 선임이 없으니 그저 지금보다 다음 책에서 시간을 절약하고, 그다음에 더 절약해서 일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첫 번째 책은 작가님이 책의 방향과 목차, 심지어 표지 컨셉까지 원하는 느낌이 분명해서 나의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솔직하게는 편했던 것 같다. 작업을 하는데 충분한 힌트가 되었고, 고민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이번 책은 작가가 생각해 둔 방향이나 느낌이 있지만 좀 더 두루뭉술하달까. 그만큼 나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기회가 생겼고, 그에 비례하게 고민해야 할 내용이 많아졌다. 다른 것보다 비슷한 듯 다르게 느껴지는 일들을 하면서 '나'를 새롭게 알아가는 것이 재밌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땐 에세이를 가장 좋아하는데 책을 만들 때도 동일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또 준비된 원고들로 책을 만드는 것과 내가 직접 기획하고 그에 맞는 작가를 찾아 계약했을 때 더 재밌고 보람 있어 할지도 궁금하다.
최근에는 다른 이들의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훗날 내가 만들 나의 책을 상상해 보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스타트를 끊어낸 '나의 작업일지'를 꾸준하게 잘 써내고 싶다. 이왕이면 작업일지를 모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책으로 나올 수 있다면 가장 보람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