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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부자가 되는 법

by sung Oct 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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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은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로 스타 지식인이 되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한국 대중을 상대로 강연을 실시하며 유명세를 탔다. 우리 사회의 고민을 정면으로 다룬 책을 썼기에 그러했을리라. 하지만 "정의란 무엇인가?"는 그리 술술 읽히는 대중서는 아니다. 그 대신 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쉽게 읽으며 생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이 책 속에서 샌델은 여러 사례를 거론하며 같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이래도 되는 거야?" 돈 많으면 비행기에서 더 좋은 자리를 타도 되는가? 놀이동산에서 돈을 더 내면 줄 서지 않고 바로 타도 되는 거야? 죄수가 교도소에서 돈을 더 내면 좋은 방으로 업그레이드해  주어도 되는 거야? 생생하고 왠지 불편한 이야기들을 연이어 마주하다 보면 샌델의 주장이 머리에 스욱 자리 잡는다. '시장경제'는 괜찮지만 '시장사회'는 문제이다.


시장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다. 부자가 낸 돈으로 다른 이들이 이익을 보는 구조가 효율적이지 않은가? 누군가 10억을 내고 대학에 들어가면, 그 돈으로 지은 도서관은 모든 학생들의 공공재가 된다. 하지만 샌델은 그러한 효율성이 공동체를 파괴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래전 놀이공원에서 아이와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매직패스'를 써서 바로 탑승하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왜 저 사람들은 줄을 안 서?"라는 질문에 답을 못한 적이 있다. "응, 부자야"라고 말할 뻔했지만 참고 말았다. 상처 입은 아이를 데리고 동네 피부과에 갔다. 간단한 소독치료였는데 예약을 안된다고 해서 병원에서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며 차례를 기다렸 다. 그런데 그때 알게 되었다. 피부관리를 받는 이들은 미리 예약할 수 있다는 것을.


몇 해 전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불안감을 안고 작고 낡은 비행기에 몸을 맡긴 경험이 있다. 착륙을 무사히 마치자 승객 대다수가 박수를 쳤다. 나도 덩달아 박수부대에 합류하고 사람들을 보는데 그들의 눈빛과 웃음 속에서 연대를 떠올렸다. 군대에서 배운 말투와 용어 다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단,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은 다른 거 같다. 뭔가 하고 나면 수고하셨습니다를 기계적으로 외쳤지만 상대의 수고를 인정하는 그 말은 지금도 정겹다. (물론 누구는 반말로, 누구는 경어로 말하지만)


우리가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우리를 이웃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사라지는 시대가 바로 지금인가? 힘겨운 하루, 망막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과 동료에게 함께 수고하고 있다는 표현이 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한 인정과 격려가 가식이라면 문제겠지만. 어느 공항에서 큰 덩치의 직원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비록 1분도 안 되는 순간이지만 그의 환한 미소가 당시 나의 걱정스런 마음을 녹여 주었다. 내가 그런 미소를 짓고 살고 있는가? 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돈으로 살 수 있게  것인가? 대학 입학, 지하철 역명, 병원 치료 등 많은 이슈들이 쌓여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것이다. 가족의 생일 저녁은 매우 소중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10만 원 알바 제안에 응해서 자리를 비운다면, 그 가족과의 시간은 10만 원 이하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 반대로 누군가의 거액 제안에도 눈 깜짝 안 한다면 그 시간은 돈을 살 수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에게 그러한 것은 무언인가? 나에게 값을 길 수 없는 것을 적어본다면? 아마 그러한 것들이 많은 사람일수록 부자가 아닐까? 누구도 살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 우리 모두가 부자가 되길 바란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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