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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공정한?

인생의 출발지와 목적지

by sung Oct 21. 2023


모든 10대는 힘들다. 주변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몰랐던 부모의 직업과 자동차 메이커를 알게 되고, 또래의 자라난 키와 변하는 외모를 의식한다. 나도 스스로가 엄청 맘에 안 들었다. 평범한 회사원이 아닌 아빠 직업이 싫고, 곱슬인 머리와 점 많은 얼굴이 싫었다. 대학에 가니 공부, 연애, 운동  모두 두각을 나타내는 만능 종자를 바라보며 조용하지만 압도적인 좌절에 빠지곤 했다. 난 뭐지...


더러운 세상~


20대가 되면 불평등 구조에 부딪힌다. 누군가는 학비를 벌고자 여기저기 알바로 바쁘지만, 평생 버스를 타본적 없는 친구를 만났다. 군에 가보니 여태껏 피자를 먹어본 적 없는 20대 또래가 있었고, 어떤 친구의 결혼 소식은 중앙 일간지에 기사로 뜨며 세상의 축하를 요구했다. 그러고 보니 부모 찬스는 외모와 옷차림에 머물지 않고 취업과 유학까지 좌우하면서 지위의 대물림을 완성하곤 했다. 숨 막히는 자본주의에서 부모 쉼터를 누리는 이들과 그렇지 못해 헐떡이는 사람들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불공정 사회!


어느덧 30대가 지나가고 40대 중반에 이르러 주변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그 잘 나갔던 애들은 뭐 하나? 그때 힘들던 친구들은 괜찮은가? 전반전이 끝나고 작전타임을 가진 것이다. 흥미롭게도 나의 과거 부러움 순위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과거 인기만점 스타들이 남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일찍 자리 잡고 차를 샀던 친구들이 특별히 여유 있게 살지도 않았고, 힘겹고 무명의 시기를 벗어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안정 속에 사는 이들도 존재했다. 인생 순위가 10년마다 뒤집어진 느낌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유전과 부모의 영향이 줄어든 탓 같았다. 자기가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어 그들 앞에 놓인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은 받는 이들도 있지만, 관계의 고통 속에 인생의 쓴맛 혹은 공허와 싸우는 중년들이 있다. 난 부모의 사랑과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투정하긴에 너무 나이가 많은 그들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온기를 느껴 사람을 모으는 이들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어 영혼없는 관계를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링컨의 말대로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가 되버렸다. 나아가 주변인들의 얼굴마져도 책임을 져야 할 중년인 것이다.


누구도 인생의 출발지를 결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종착지는 자신의 몫이다.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도, 따뜻한 양지를 향해 멀리 떠날 수도, 시원하지만 한가로운 물가에 머물기로 정할 수 있다. 더불어 누구랑 걸어갈지도 결정할 수 있다. 누구를 벗삼아 어떤 대화로 여정을 채워갈까? 그렇게 걸어간 인생이 자신의 열매로 흥겨울 수도, 버거울 수도, 담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여행을 꿈꾸며 실행에 옮길까? 인생 후반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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