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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Sep 30. 2024

모래는 부드럽다

모래 여인이 담벼락에서 휜다

그대에게 밀려

고통 없이 쏟아지는 것이다    

 

영겁을 견뎌온 네가

사바를 떠난 네가

사르르 흐른 이별 위에 뜨면     


그대를 미워할 리 없다

여인은 가시에 찔린 흔적을 안고

절벽으로 떨어진다     


붙잡을 이유 없다

그녀는 쏟아지는 오일

매끄럽게 가시를 덮고

말랑히 바스러진 그대를 휘감아

유유히 담장을 넘는다     


그대의 말과

그대의 숨결과

쓸린 사랑이

모래알에 섞여 부드럽다     


콸콸 담벼락을 밀고

윤활유가 내린다

바닥을 치고 모래가 퉁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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