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도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나는 왜 쓰는가 中
어려운 책이었다. 간단한 문장을 읽을 때도 계속 생각해야 했다. 한 문장을 이해하는데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했다.
버마에서 5년 동안 경찰생활을 하며 인간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것에 심한 혐오감을 느낀 조지 오웰은 영국으로 돌아온 후, 파리와 런던의 빈민가에서 부랑자 생활을 하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1937년 스페인 내전에 참가했고, 1938년 <카탈로리아 찬가>를 썼다. 이 책은 당시 큰 이슈를 일으키며 조지 오웰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소설 <동물농장>과 <1984>는 작품 그 자체로 이해가 가능했지만(물론 조지오웰의 삶을 알고 나면 더 깊고 빠른 독서가 가능하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있어야 책이 읽힌다. 며칠 동안 공부하며 책을 읽었다.
스페인 내전
1873년:스페인 1 공화국 - 11개월 동안 대통령이 세 번 바뀜. 혼란스러운 상황 ▶군부가 정권 장악함
1874년 : 부르봉 왕조 부활
1876년 : 알폰소 12세가 세습입헌군주제 채택
(열강에서 낙오됨, 군부힘 막강함)
20세기 초 노동운동 활발해짐
무정부주의자들의 활동 왕성함
1902년 : 사라고사와 바르셀로나에서 노동자봉기.
1902~1903년 정권 33번 교체됨.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영향으로 노동운동 고조됨
1923년 : 군사독재 내각 수립함
1931년: 공화파가 지방 선거 승리 후 제2 공화국 수립. 혁명 위원회는 임시정부가 됨. 좌익계 공화파▶스페인을 '모든 노동자의 민주 공화국'으로 규정함.
1932년 : 부재지주의 토지몰수를 규정한 신농업법 공포. 카탈루니아 자치법 성립됨.
1933년 : 우익인 알렉한드로 레룩스가 정권잡음
1934년 : 우익정권에 반대하여 카탈루니아에서 무장봉기 일어남. 바르셀로나에 '스페인 연방공화국의 카탈루니아 국가' 선포됨▶유형 진압됨.
1936년 : 1월 선거를 통해 공화파, 공화좌파, 사회당, 공산당 등으로 이루어진 인민 전선 정부 수립됨▶우익 군부의 대항으로 소요가 끊이지 않음
1936년 :7월. 프랑코가 지휘하는 군이 파시스트 반란을 일으킴 ▶노동 계급이 강력한 저항에 나섬.
▶내전으로 돌입하게 됨.
프랑코의 반란군은 파시스트국가인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았다. 이에 반발하는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이 스페인으로 몰려든다. 조지 오웰은 1936년부터 1937년까지 통일 노동자당의 의용군으로 참전했다. 소련과 유럽의 지식인들은 반파시즘 전선에서 프랑코의 반란군과 맞섰다. 조지 오웰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꿈꾸며 전쟁에 참가했고, 전선에서 완벽한 자유와 평등을 경험한다.
전체적으로 사람들은 만족해했고 희망이 넘쳤다. 무엇보다도 혁명과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갑자기 평등과 자유의 시대로 들어섰다는 느낌이 있었다. 인간은 자본주의 기계의 톱니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이발소에 가면 이발사들이 이제 노예가 아니라고 엄숙히 천명하는 무정부주의자들의 벽보가 붙어 있었다. P.14
조지 오웰은 신문 기사를 쓸까 하는 생각으로 스페인에 갔다가 가자마자 의용군에 입대했다. 그 시기, 그 분위기에서는 그것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산업화와 기계화로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식민지에서 비인간적인 경험을 했던 조지 오웰에게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매혹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 기꺼이 전쟁이 뛰어들었다. 하지만 전쟁 초반에 가졌던 그의 긍정적인 생각은 전쟁을 치르면서 점점 실망과 좌절을 겪게 된다.
우리는 트로츠키주의자, 파시스트, 반역자, 살인자, 겁쟁이, 간첩 등등이었다. 솔직히 기분 나쁜 일이다. 특히 그런 일을 자행하는 자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들것에 실려 전선을 내려오며 모포 사이로 눈부신 듯 바깥을 내다보는 하얀 얼굴의 열다섯 살짜리 스페인 소년을 보면서, 이 소년이 위장한 파시스트임을 증명하는 팸플릿을 쓰고 있는 런던이나 파리의 말쑥한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전쟁의 가장 끔찍한 특징 중 하나는 모든 전쟁 유인물, 모든 악다구니와 거짓말과 증오가 언제나 싸우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P.97
혁명을 위해 모인 사람들은 그러나 권력 앞에서 분열되고, 공산주의자들은 보수 세력과 결탁한다. 혁명의 대의보다 중앙집권의 야욕이 앞선 공산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정부. 그리고 그런 정부에 기생하여 선동과 혐오를 일삼는 언론. 힘으로 혁명의 진전을 되돌리고 나아가 그들의 입장과 다른 좌익을 탄압하는 사태에 분노한 조지 오웰은 1938년 영국으로 돌아와 <카탈로니아 찬가>를 썼다.
그 후 군부 반란군이 승리하고 1939년 정부군의 지배하에 있던 마드리드와 발렌시아가 함락되자 프랑코는 내란 종결을 선언한다. 3년에 걸린 스페인 내전에 70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스페인 공화국은 사라지고 프랑코를 대통령으로 하는 파시즘 국가가 탄생한다. 프랑코의 독재는 오웰이 죽고 나서 25년 뒤인 1975년까지 이어졌다.
<동물농장>에서 가장 소름 끼쳤던 부분은 바로 칠 계 명의 변화였다. 글자를 쓰게 된 돼지 스노불이 처음에 동물들을 설득하고 교육하기 위해 작성한 칠 계명에서 7번째 항목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였다. 동물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았던 항목이었다. 인간들을 몰아내고 지배계층이 된 돼지들은 칠 계명을 없앤 후, 단 하나의 계명만을 남긴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욱 평등하다."
<1984>는 어떨까? 1984에서 주인공인 스미스는 역사를 새로 쓰는 인물이자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정부는 끊임없는 역사왜곡과 정보조작을 통해 정권을 유지한다. "대형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슬로건 아래 모든 것을 통제받는 사회. 의미도 형체도 없는 전쟁을 이유로 개인적 무조건적인 희생과 복종을 강요하는 세계가 생생하게 그려졌다.
소설 속 상황이 무섭고 두려웠다. 그래서 항상 궁금했다. 조지 조웰은 어떻게 <동물동장>이나 <1984>를 쓸 수 있었을까.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고 나니 조금 이해가 됐다.
조지 오웰은 행동하는 작가였다. 주어진 극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직접 중심을 향해 걸어가길 망설이지 않았다. 자신이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진실되게 쓰려고 노력했다. 불합리한 일에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 정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조지 오웰의 글에 힘이 있는 이유다. 작가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자신만의 눈으로 그려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조지 오웰의 글을 읽으며 생각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어려운 내용도 어렵지 않게 쓴다는 것도 알았다.
조지오웰의 가장 유명한 소설인 <동물농장>과 <1984>를 읽었다면, <코끼리를 쏘다>를 추천한다. <코끼리를 쏘다>는 조지 오웰의 어린 시절 체험과 작가가 되기까지 삶이 담긴 에세이다. 영국의 식민지 인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제국주의의 모순과 한계를 깨닫고, 빈부격차에 따르는 교사들의 차별과 학대, 그때 느꼈던 죄의식과 비겁한 행동들의 기억들이 생생한 묘사로 전개된다. 우월주의, 힘의 원리는 이데올로기를 떠나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다음에 <카탈로니아 찬가>와 <나는 왜 쓰는가>를 이어서 읽었다. 읽을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면 기분이 좋다. 제주도에 박혀 살며 몇 년에 한 번 비행기를 탈까 말까 하는 나는 책을 통해 세상을 본다. 내가 보는 건 언제나 푸른 제주바다지만, 느끼는 건 광활한 태평양이고 싶다.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는 하루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상상을 한다. 나는 하늘만 쳐다보고 사는 우물 안 개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