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3시1

by 레마누

어떤 사람이 매일 똑같은 꿈을 꾸었대. 모르는 할머니가 나와서 자꾸 바다로 데려가는 꿈인데 하도 생생해서 일어나서도 물속에 있는 것처럼 멍했다는 거야. 수영 못하는데 어쩌지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할머니는 손을 꼭 잡고 자꾸 물속으로 끌고 가고 힘은 또 얼마나 센지 뿌리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힘을 못 쓰니 또 낑낑거리는거야.


몇 번은 자고 있던 남편이 흔들어 깨웠어. 몸이 뻣뻣하게 굳고, 아무리 소릴 쳐도 목소리가 안 나와. 답답할 노릇이었지.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 않은 날이 계속 됐어. 잠을 못 자니 입맛이 없고, 밥을 안 먹으니 종일 쳐져서 만사가 귀찮아지는 거야. 몸은 처지고 머리는 멍한데 또 새끼들한테 밥 해 먹이고, 일도 해야 하니 이건 뭐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거야.


친정엄마가 하나밖에 없는 딸 이러다 죽을 것 같아 용하다는 보살 집에 데리고 갔다네. 눈빛이 파르스한 보살이 나무 상 위에 쌀을 몇 번 뿌려대더니, 대뜸 뭔가 보이면 꽉 잡으라고 말하는 거야. 같이 간 친정엄마는 무슨 소린지 몰라 눈만 말똥거리는데 그 사람은 알 것 같았어. 친정엄마가 주섬주섬 지갑을 뒤지는 사이 여자가 가방 안에서 흰 봉투를 꺼내 보살에게 건넸지. 경우가 바른 사람이었던 거야.


왜 그런 거 있잖아. 가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가고, 만나선 안 되는 사람인데 자꾸 생각나는 거. 호되게 당해야 정신을 차리는데 전에는 어떤 말도 귀에 안 들어와. 잠을 자면 꿈을 꾼다는 걸 알면서도 쏟아지는 잠에는 장사가 없었어. 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고? 뭐 어쨌거나 여자는 잠들었고, 할머니가 손을 잡고 또 바닷속으로 걸어갔대. 끌려가면서도 정신을 바짝 차렸는데, 정말로 바다 한 가운에 기다란 막대기가 있는 거야. 그게 왜 거기 있는지 생각하면 안 돼. 어차피 꿈속이고, 알다시피 꿈에서는 못 하는 것도 못 가는 곳도 없으니까. 여자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막대기가 가까워지길 기다렸다네.


할머니는 여전히 힘이 셌고, 바닷물은 점점 차오르는데 이번에는 겁이 안 나더래. 저것만 잡으면 된다 생각하니까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묘하게 신이 났다니까. 그나저나 꿈에서도 막대기가 갈색이었고, 바다는 시퍼렇게 출렁이는 것이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일이긴 해. 그 사람은 어떻게 됐냐고?


막대기를 잡았지. 아주 꽉 잡았어. 할머니가 가다 멈칫할 만큼 힘주어 잡고 버텼지. 이걸 놓으면 죽는다 생각하니까 없던 힘도 솟아났다네. 꿈꾸는 사람을 옆에서 보면 아주 가관이었을거야. 낑낑거리며 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는 게 이걸 깨워? 말아? 했겠지.


할머니도 이번에는 다르다는 걸 눈치챘나 봐. 아무리 용을 써도 꼼짝하지 않으니까. 똑같은 힘으로 잡아당기면 결국 집중력싸움이야. 약간의 틈만 보여도 삐긋하거든. 그런데 말야. 사람은 죽기 살기였고, 할머니는 너 아니어도 그만이었다는 거야. 할머니는 여자의 손을 툭 놓더니 혼자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갔어. 여자는 깊은 한숨을 쉬었고, 그 소리에 놀라 잠이 깼어.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뭐가 어떻게 돼.

그걸로 끝이야?

아니, 그 다음부터 꿈을 안 꿨어. 그런데

그런데?

보살이 얼마 후에 치매에 걸렸대.

정말?

근데 그 치매 걸린 보살이 툭하면 무릎 끓고 손을 싹싹 빌면서 내가 안 말했어요. 라고 말한다더라.

헐. 대박.

무섭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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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2월 29일 한가한 일요일 오전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종일 뉴스를 보며 어떡해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만 세상이 무서워졌고, 사람이 불쌍해졌습니다. 빨려들어갔다는 새들이 불쌍했고,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마음을 놓았다 참변을 당한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졌습니다. 여전히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아무리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내려앉고, 깊은 슬픔에 빠집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살아서 견딜 가족들이 너무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올리면서도 올리지 말까 고민하고 있는 지금입니다. 매일 연재해서 빨리 단편집을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싶습니다만 뭐라도 해야지 안 그러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 이른 아침 글을 올립니다. 언제나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는 작가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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