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찌가게
싫어. 아빠가 언니 시켰잖아.
고찌가자. 나 무서워.
나도 무서워
그러니까 고찌가야 안 무섭지.
시골은 밤이 빨리 찾아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솥에 물을 넣고 불을 때기 시작했다. 검은 무쇠솥에서 김이 펄펄 날 때쯤 부모님은 밭에서 돌아왔다. 데워놓은 물로 몸을 씻고, 엄마는 부지런히 저녁상을 차렸다. 아궁이불로 뜨끈해진 방바닥에 누워 있으면 안방에서 아빠가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아빠는 왜 저녁만 되면 담배가 떨어질까.
밭에서 오는 길에 연정이네 가게에 들러 담배를 사 와도 될 텐데 꼭 밤에 심부름을 시킨다. 우리 동네는 가로등도 띄엄띄엄 있고, 8시가 넘으면 차도 잘 다니지 않아서 무서운데 아빠는 매번 내 이름만 불렀다.
그럴 때 만만한 건 동생밖에 없다. 가지 싫다는 동생을 사탕하나로 꼬셔서 집을 나왔다.
커다란 후레시를 들고, 주머니에 손을 짚어넣어 돈을 확인하면서 연정이네 가게로 갔다.
아무도 없는 아스팔트 길 한가운데로 걸으며 우리는 후레시로 하늘을 비춰보기도 하고,
후레시빛이 어디까지 가나 멀리 밭이 보이나 안 보이나 내기도 하면서 깔깔거렸다.
시골의 밤은 깜깜하고, 겨울밤 하늘의 별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별을 보며 걸으면 목이 아팠다. 별만 보고 걷다 비틀거릴 때마다 동생이 잡아줬다.
-언니, 저기 봐봐.
하늘만 보는 언니가 불안했는지 동생이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저 멀리서 반딧불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별이 내려온 듯했다.
집이 가까워지면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달리기 시작한다.
비닐봉지 소리가 파닥거리며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