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몬트리올의 텐트촌

by 스노리

몬트리올 시내의 에어비앤비는 René Lévesque 르네 레베크 –퀘벡을 캐나다에서 독립시키려고 애썼던 퀘벡 주지사- 중심 도로에 있는 깨끗한 현대식 건물에 있는 숙소이다. McGill 맥길 대학교 주변이라 레스토랑과 술집이 즐비하고 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떠들썩하게 돌아다니는 곳이다.

언더 그라운드 시티 같은 대형 쇼핑몰도 있고 상점들도 몰려 있는 시내 중심가이다 보니 많은 사람이 왔다 갔다 하고 길거리에는 대마초 냄새가 항시 실려 온다.


20여 년 전 뉴욕에 살다가 혼자 캐나다를 여행하던 언니가 몬트리올에서 멋진 경험을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학가 주변에는 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과 신입생들로 축제 분위기였다고 한다. 학생들이 우르르 떼로 몰려다니며 노래 부르고 춤도 추는 퍼포먼스 아닌 퍼포먼스를 구경하는데, 갑자기 그들에 의해 번쩍 들어 올려져 같이 행진하고 놀았다며 잊지 못할 멋진 기억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카페에서 인터뷰하는 학생들과 북스토어에서 책과 의류를 사려는 학생들만 바글거릴 뿐, 떼 지어 몰려다니는 치기 어린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다. 높은 렌트비와 물가를 걱정하며 지금은 합법이 된 대마초를 피워 대고 휴대폰을 두드리는, 현실을 사는 학생들만 남았다.


시내에는 노숙자들이 즐비하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커플 노숙자들도 많다. 겨울이 오면 –30도까지 내려간다는데 길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궁금하다.

길을 건너는데 노숙자 아저씨가 전단지 같은 것을 들고 불어와 영어를 섞어 가며 떠들어 대고 있다. 우리가 지나가자 종이를 흔들며 너네 인종도 책임이 있다고 횡설수설하고 있다. 힐끗 보니 부동산 광고 전단지이다. 우리뿐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뭐라 하며 떠들고 다니는데 자신이 거리에서 살고 있는 이유에 대해 누군가를 비판하고 욕하는 내용인 것 같다.


St. Laurent 세인트 로랑의 차이나타운에서 올드 몬트리올 쪽으로 올라가기 바로 전 거리에는 노숙자들의 텐트촌이 있다. 수십 개의 텐트가 펼쳐져 있고 옷가지와 스티로폼 용기들이 사람들과 함께 널려 있다. 고개만 넘으면 관광객이 바글거리는, 고급 레스토랑과 샵이 즐비한 올드 몬트리올이고 길 아래는 차들이 쌩쌩 달리는 넓은 고속도로가 뻗어 있다.

복지 국가로 손꼽히는 나라 중 하나인 캐나다에서 이렇게 많은 노숙자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세계 어느 나라도 노숙자가 없는 나라는 보지 못했다. 프랑스는 최악이다. 역이고 벤치고 노숙자들이 진을 치고 있고 심지어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작년에 아들과 프랑스에 갔을 때, 파리의 전철역 근처에서 아들이 무심히 걸어가다가 길 위의 종이컵을 보지 못하고 차버렸다. 컵이 저 앞으로 날아가더니 동전 몇 개가 쨍그랑거리며 튀어나왔다. 옆을 보니 노숙자가 누워서 자고 있다. 노숙자의 구걸 통을 차버린 것이다.

아들이 갑자기 다다다다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나도 다다다다 같이 뛰기 시작했다. 역으로 헉헉거리며 들어와서 노숙자가 쫓아오지 않는지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냥 주워서 앞에다 갖다 놓으면 될 것을 왜 도망친 거야?”


“엄마가 도망갔잖아”


“네가 가니까 따라 도망간 거지”


사실은 누가 먼저 뛰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후부터는 길에 누워 있는 노숙인은 없는지, 굴러다니는 동전통은 없는지 조심해서 걸어 다녔다.


캐나다의 노숙자들은 위협적이진 않다. 멀쩡한 얼굴로 Change 동전? 하면서 갑자기 컵을 내밀기도 하지만 약에 취해 있는 듯 무기력하게 벤치에 누워 있거나 멍하니 앉아 있다. 범죄와 소동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약을 원하는 사람에게 그냥 내어 준다고 하는데 그 정책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는데 홈리스들도 있지만 멀쩡한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재활용품 쓰레기통에서 플라스틱병을 한가득 챙겨 간다. 보증금 반납 기계에 재활용품을 반납하고 돈을 받으려는 사람들이다.

슈퍼마켓의 자동 반납 기계를 보니 0.25 ₵라고 쓰여 있다. 꽤 많이 준다.

집에서 쓰던 재활용 제품을 분리 수거하라는 환경 친화 정책에서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이미 재활용된 쓰레기를 가져다가 몇 센트씩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가파르게 오른 집값과 주택 부족 현상, 마약과 정신질환 문제, 몬트리올의 난민 신청자 급증 등이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하는데 비단 몬트리올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텐트를 철거하기도 하고 관광지의 미관을 해친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쫓아내기도 하지만 명확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빛과 그림자처럼 같은 공간에 있는 그들을, 우리는 다른 차원에 사는 사람들로 치부하고 보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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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야경을 보기 위해 올드 몬트리올 거리에 나왔다. 노숙인의 텐트촌을 지나 올드 몬트리올의 반짝거리는 Jacques Cartier 자크 카르티에 언덕에 들어서면 카르티에 동상 뒤로 처절하게 아름다운 핏빛 노을이 집을 잃어버린 홈리스들의 텐트촌을 덮어 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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