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 어지럽게 흔들리는 교향곡

by 지음


빌딩 건물의 입구나, 유리 통창이 있는 가게에 흔한 대문.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문의 닫힘, 그 끝 궤적을 바라본 적이 있나요? 어떤 문은 천천히 닫히며 정중앙에 부드럽게 안착하고, 어떤 문은 앞뒤로 진동을 반복하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흔들림이 잦아들어요.


움직이는 방향대로 힘을 받는 물체가 가속 운동하며, 되돌아 올일 없는 궤적을 남기고 사라지는 것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되는 힘을 받는 물체는 언젠가 멈추고, 다시 돌아오는 진동 운동을 남깁니다. 물론 처음의 설명과 같은 대문의 움직임은 속도와 비례하는 반대 힘(저항력)을 가진 물체들에 한정해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미안해요. 일상 수필에선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내용인데 말이죠. 굳이 언급한 장황함을 용서해 줘요. 아무래도 본업의 문제니 까요 ㅎㅎ )


이 두 경우를 나누는 기준인 적당한 힘의 양을 설명하려면, 질량과 속도 힘과 가속에 대한 수식을 풀어야 하니 생략하죠. 그것이 오늘의 목표는 아니니까요. 글 읽으러 찾아온 분들께 미분방정식을 권하는 것이 실례임을 이젠 저도 조금 안답니다. 다만 적당한 힘보다 약한 힘이 작용하면 오래 진동하고, 과한 힘이 작용하면 아주 천천히 닫힌다는 정도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혹시 가게를 내고 문 설치를 하게 되면, 이 정도로도 돌아가는 상황을 대번에 이해할 수 있으니까. 여기서는, 대다수의 나뭇가지는 적당한 것보다 작은 저항력을 가지는 존재라는 것을. 무언가가 치고 지나가면 오래 진동하고 천천히 멈춘다는 것만 기억해 두기로 해요. 그래프와 사례도 첨부하는 게 좋을까요?.



늘 그렇듯, 창밖의 플라타너스가 잘 보이는 2층 카페에서 나는 좀 외로웠어요. 뒷자리에서 틱틱대는 펜 소리를 계속 내는 (많은 경우 이런 사람들은 보통 공부 하기보다 공부하는 척을 하는 것임이 곧 드러나요.) 인간에 대한 화가 넘치기 전에 서둘러 창밖에 마음을 내던진 참이었죠. 눈동자 보다 작은 것은 남아 있지 않은. 무럭 한 나뭇잎들을 헤아리며, 곧 찾아올 더위를 걱정할 때 바람이 불어왔어요. 이파리는 흔들리고. 처음엔 크게 흔들리다 점점 진폭을 줄여가며 작은 진동으로 변해요. 멈출까 싶은쯤엔 다시 바람이 불었어요. 흔들림은 다시 악센트 후 데크레센도를 반복해요.


한참 바라보고 있었죠. 그러다 문득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 거예요. 착각 같이. 바람이 불어와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이파리를 여남은 개씩 달고 있는 얇은 줄기들을 치고 지나간 그때. 각각의 가지도 바람을 만나고 나면 훅 움직였다 점점 진동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가지는 여기, 저기, 여러 갈래로 공간에 가득 뻗어 있으니까요.

제일 왼쪽의 플라타너스 줄기가 강하게 진동을 시작하여, 다시 잔잔히 잦아드는 와중에 좀 더 왼쪽의, 더 왼쪽의 녀석들이 진폭이 늘었다가 다시 줄어드는 흔들림의 파노라마를 보았어요. 아니 인지됐어요. 모두를 동시에 시각 정보로 감지한 것은 분명 아니에요. 보고 나면 일정한 시간을 유지하는 잔상과 지금 깨달은 이해. 지금의 눈앞의 장면이 혼합된 무언가를. 시간을 들여야만 받아들여지는 어떤 현상이 말이에요. 들려왔어요.


모든 이파리들이 각자의 타이밍과, 각자의 진폭으로 엇갈려 흔들리는 것. 나는 자연스레 역산을 해보며 바람의 형태와 모양을 가늠해보고 있었거든요. 별생각 없이 수식과 암산을 넘나들던 중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반복해 불어오는 바람이 위아래를 오가며 어떤 박자와 음정에 맞춘 지휘를 하는 듯 느껴진 거예요.

착각이 일고 나자 나뭇가지들과 그 위에 달린 여러 크기의 이파리들. 각각의 흔들림이 어떤 하나의 노래처럼, 합을 맞춘 공연처럼 느껴졌어요. 별안간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해요. 바람 소리 하나 새지 않는 단단한 유리창 벽 너머로 말이죠.


오케스트라의 서로 다른 악기들. 고유하게 울리는 각각의 음색처럼 선명하게 색색으로 다가오는 진동들. 무엇이라고, 단어로는 축약할 수 없는 다 차원의 서로 다른 함수임이 분명한. 두 현상이 연결됐어요. 망상처럼. 서로 다른 둘이 직접 전이되며 일으키는 착각의 한가운데에서. 내가 느끼는 것을 나는 무엇이라고 명명해야 할까?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수학의 힘을 빌려 겨우 스케치만 해두었어요. 그러곤 이 수식에 같이 울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있을까 하고 헤아리다가, 포옥 한숨을 내쉬고 만 것이었어요.


경기장의 파도타기 같은, 나뭇잎의 바람 타기. 일어섰다 앉아 버리면 끝나는 우리와는 다르게. 섬세하게 흔들리는 여울이 되어 진짜 파도를 타는 그들. 푸르게 여러 궤도로 흔들리는. 분리되어 기술되어야 할 함수들의 하모니 속에서, 어느덧 내 마음도 어떤 진동을 따라 조금씩 흔들렸어요.

틱틱대는 것들은 물러나고, 온전하고 다정한 흔들림으로 되살아 나지 뭐예요.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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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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