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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찬준 Sep 04. 2024

#4 세계를 이어주는 것

2019 포르투갈 리스본

동그란 교차로에 둘러싸인 호시우 광장에는 맥도널드가 있다. 포르투갈은 초록색이 어울리는 나라가 맞다. 맥도널드의 간판이 여느 나라와는 다르게 짙은 초록색이다. 세계 공용맛 같은 빅맥의 맛은 여전했고, 프렌치프라이를 달라고 모여드는 비둘기도 똑같았다. 세트 메뉴에 귀여운 종이컵에 담긴 에스프레소가 있다는 게 차이? 여기까지 와서 굳이 이런 걸 사 먹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꾸역꾸역 맛있게 먹었다.

숙소는 베이스캠프다. 나는 한 숙소에 오래 머무는 편이다. 아직까지 어떤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않았고, 그냥 '아 이쯤 오면, 돌아가는 게 제법 힘들 텐데'라는 생각이 들고도, 그보다 좀 더 골목들에 이끌려 걷는다. 숙소에 돌아와 자기 전에 구글맵을 보면서 '아, 거기가 유명한 데'였구나, '아, 거기는 뷰가 좋았지' 같은 혼잣말을 되뇌인다. 이상하게 커피를 평균 세 잔(아침에 집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돌아다니면서 에스프레소 두 잔) 정도 마시는데 불면증이 없다. 밤 10시면 뭔가 아쉬운 마음과 함께 주체할 수 없는 잠이 쏟아진다.


거리에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닫은 곳이 많았다. 오늘도 마이 프렌 하면서 지나가는 남자가 나에게 마리화나를 권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멈춰 서지는 않았다. 찾아보니 포르투갈은 마리화나의 음용이 법적으로 인정되는 나라였다. 신기한 것은 판매는 불법이지만, 개인의 음용은 가능하다. 논리적으로는 모순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너그럽다.

 어느 나라에나 노숙자들은 있겠지? 노숙자들의 수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목일테고... 높은 지대에서 낮은 지대로 이어지는 계단에 노파가 한 손에 동냥컵을 들고 박스를 깔고 앉아 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자그맣게 선술집이 있다. 나는 술집에 들어가 붉은 체리주 한 잔을 시켰다. 술잔은 소주잔 보다 약간 컸고, 술은 대략 20도쯤 될 것 같았다. 나는 겨울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여기가 포르투갈이라기보다는 동유럽이나 러시아쯤으로 느껴졌다. 술값을 내고 돌려받은 거스름돈을 노파의 컵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주물들, 문고리나 가로등이나 창살 같은 것들에 눈이 가고, 나무들이 또 아름답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문들.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주로 그런 것들이다. 카페에 들어갔는데 점원이 영어를 잘하고, 메뉴에 아메리카노 같은 게 있으면 왠지 조금 실망스러워진다. 아직 트램은 타보지 않았지만, 꼭 한 번은 타보리라.



어느 방송에서 세계를 이어주는 것은 인터넷도 인스타그램도 아니고, 음식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요리사를 봤었다. 당시에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포르투갈의 요리가 나와 아직은 낯선 포르투갈을 이어줄까? 식당에 많이 가보지는 못했다. 주로 빵과 커피로 끼니를 해결했다. 대로변을 지나다 레스토랑 바깥에 비치된 메뉴판을 슬쩍 보니, 메인 메뉴들은 제법 비싸다. 그리고, 주재료로 대구와 문어가 자주 보이는데, 둘 다 그렇게 내 구미를 당기는 재료는 아니다.


숙소 근처, 구글맵에서 평이 괜찮은(?), bistro gato pardo에 갔다. 셰프 스페셜(역시, 대구가 곁들여진 망고 리조또), 문어 펜네를 시켰다. 하우스 와인도 함께(레드와 그린, 그린 와인이라는 게 있다.). 잔 와인은 1.5유로-3유로 정도로 싸다고 느꼈다. 마트에서 한 병에 그 가격에 판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아무튼 거의 1인당 2만 원 정도의 식사인데, 맛의 포인트(?)를 잘 모르겠다. 그저 문어가 좀 부드럽고 연하게 삶아졌다거나 대체적으로 좀 짜네 같은 정도다. 맛있다는 느낌은 세계 어디서나 공통분모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아직, 맛있는 요리를 먹어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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