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영화는 꼭 지역 영화관에 없더라.
보고싶은 영화는 꼭 지역 영화관에 없어서.
나는 항상 영화 상영이 끝나고 결제해서 보거나 운이 좋으면 씨네큐브에서 봤는데.
이제는 결제해서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없어져서 OTT에 등장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강남까지 가야하는 일이 되었다.
영화를 기다리다가 잊어버릴 즈음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것이 기다림과 기대감 같은 것이 되어 내게 남았다.
요즘은 OTT를 통해 문화 생활을 할 수 있고, 빠르게 영상들을 접할 수가 있는데.
그것에서 한 템포 느려진 느낌을 받게 되어서 기대감이나 기다림이 되어 내게 오히려 좋은 감정을 준다.
이러다가 영영 못 보면 어쩌나 싶다가도, 기다리다 보면 선물처럼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대가 되어진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선물처럼 반갑게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럴 때면 꽤 즐겁다.
내게 뭔가를 판다거나, 이용하려는 목적이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물처럼 순간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는데.
오랜시간 알고 지냈어서 어색함이 하나도 없이, 즐거운 시간 안녕하고 인사할 수 있다.
반갑게 인사하고 또 기약할 수 없는 시간들로 떠날 안녕을 하는데.
그것도 꽤 좋은 감정이 든다.
나에게 기다림이 남는다는 것이, 무언가 살아갈 이유가 아직 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저 이도 날 만나 즐거웠다면, 여전히 자리에 남아야겠다 싶은 것이다.
그런 것을 일일이 따지고 보면 내 인간관계는 딱히 일반적이거나 평범하지 않은 것 같은데.
관계에는 평범이나 일반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저마다의 히스토리가 있고, 그 히스토리는 제각각이다.
사람도 마찬가지고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부족한 금전은 많은 관계를 멀게도 하지만 진짜 관계를 발견하게 하기도 한다.
부족한 대인관계 스킬은 많이 나를 어설프게 만들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을 남기기도 한다.
적은 관계 테두리는 작아 보이지만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면, 다른 모든 관계들 보다 더욱 무한하다. 그리고 기다림을 남긴다. 애가 타는 기다림이 아니라, 언젠가 만난다면 정말 기분이 좋아질 거야. 하는 기분 좋은 기다림을 남긴다.
누군가는 연락처가 몇 백개이고, 누구는 모임이 몇 십개이고가 중요하지는 않다.
누가 유명한 누군가와 친하단 것도 중요하지 않다.
내 세계는 그들보다 작지 않다.
깊이 영위할 수 있는 힘은 많은 사람을 만나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잠깐으로도 치유될 수 있는 만남은 유명인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그런 것들이 없다고 해도.
괜찮다.
내가 나의 친구가 되면 되는 것이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돌아오고 돌아오면 기분이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
이건 자기 위로가 아니다.
글을 쓰자.
일기를 쓰자.
'야, 너. 이 때는 이랬지? 괜찮아. 지금은 지나갔어.' 이런 말을 해줄 친구가 바로, 지금, 여기. 당신으로 있다.
나로 있다.
과거의 나에게 미래를 논하며 위로해 줄, 유일무이하고 언제나 있지만 언제나 있는 것처럼 느껴지진 않고 기다림 끝에 만나지만 그럼 기분이 좋아지고마는.
그런 존재가 지금, 바로, 여기 있다.
미래의 나에게도.
'나 지금 이런데. 너는 어때?' 답이 한참 걸릴지도 모르지만.
대답해 줄.
분명히.
누구보다 정확히.
대답해 줄 존재가 존재한다.
혼자인 사람은 이로써 없다.
지금의 나.
당장, 지금의 나에게 필요하다면.
가능하다.
글을 쓰자.
일기를 쓰자.
'나는 힘들어.' 이 다섯글자를 쓰면.
분명히 위로해 줄 존재가 미래에 있다는 것을 기다리면 된다.
기대하면 된다.
그 기다림이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이로써 지금도 혼자인 사람이 없다.
나도.
당신도.
기다림.
좋은 기다림을 기다리자.
남기자.
기다림을.
그리고 분명히 내 편이 되어줄.
분명히 내 친구일.
분명한 존재.
그 존재를 마음에 남겨주자.
잘 해 왔다.
잘 해 냈다.
누군가가 무엇이라고 하든.
누군가의 말일 뿐이라고.
너는 정말 잘 했다고.
분명히 말 할 존재.
기다리자.
그리고 기다렸다고 알려주자.
글을 쓰자.
일기를 쓰자.
그럼, 분명.
대답해 줄 것이고.
위로가 될 것이고.
즐거울 것이고.
반가울 것이고.
내 심중을 꿰뚫을 것이라.
힘이 날 것이다.
기다림을 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