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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 (*쿠키포함*)

함께 있음이 답이 되는 순간

by EveningDriver

그날은 오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휴가를 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불쑥 말했다.
“우리 점심에 같이 배달 해볼까?”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도 이미 배달파트너 앱을 설치해 두었지만,
몇 번의 도보 배달로는 콜을 잡아보지 못한 상태였다.
“콜이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배달하는 거야?
첫 배달 성공하면 프로모션도 있다던데.”
그 말에 우리는 함께 나가보기로 했다.

앱을 켜고 배달 모드를 도보에서 자동차로 바꾸자,
몇 분 지나지 않아 첫 콜이 들어왔다.
1인 세트로 보이는 중국집 배달이었다.
아내와 나는 같이 매장에 들어가
음식을 픽업하고 인근 아파트 단지에 무사히 전달했다.
첫 수수료가 찍히는 순간, 아내가 웃었다.
“오, 약간 게임 같고 재밌네.”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곧바로 다음 콜이 들어왔다.
금액이 아까의 거의 두 배였다.
아내의 얼굴이 다시 상기되었다.
“이렇게 금액이 다를 수도 있어?
그럼 거리가 두 배 먼 건가?”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매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상가 건물 2층에 있는 햄버거 가게였다.
주차하기 까다로운 위치라 나는 차를 이동시켜야 했고,
아내가 스스로 픽업하겠다고 나섰다.
잠시 뒤, 양손에 비닐봉지를 가득 들고 나타난 아내.
햄버거와 음료만 스무 개가 넘는 대형 주문이었다.
가게 직원이 “혼자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었다는데,
아내도 순간 움찔했다고 했다.
역시 이유 없는 높은 배달료는 없었다.

배달지는 대로변에 있는 대중목욕탕이었다.
아내는 이번에도 혼자 가보겠다며
묵직한 봉지를 안고 안쪽으로 걸어갔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돌아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목욕탕 입구에서 한동안 서 있었다고 했다.
입구에는 여탕과 남탕 간판만 크게 붙어 있고,
직원은 보이지 않아 누구에게 음식을 건네야 할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많은 양의 음식이라 더 조심스러웠고,
괜히 잘못 들어갔다간 곤란해질 것 같아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앱에서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옆 문으로 나온 사람이 무사히 받아갔다.
혼자 한 첫 배달 치고는 꽤나 큰 고비였지만
아내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이후로 세 건을 더 했다.
이번에는 무리 없이 순조로웠다.
아내는 마치 시티투어 버스를 탄 것처럼
창밖을 두리번거리며 이곳저곳을 눈에 담았다.

그중 한번은 소금빵으로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였다.
“오, 여기! 나 와보고 싶었는데.”
아내는 카페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근데, 우리가 커피랑 빵 먹는 돈이면
배달을 몇 번이나 해야 하는 거네.”

잠시 그런 말에 기운이 가라앉는 듯했지만
나는 서둘러 다른 얘기를 꺼냈다.
“사실 식당 하는 분들도 이익은 크지 않겠지.
자재비, 임대료, 인건비, 배달비, 세금까지 빼면
한 건 한 건으로는 남는 게 적을 거야.
그래도 그게 하루, 일주일, 한 달이 모이면
생계가 되고 삶이 굴러가는 거지.”

아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그렇네.
월급도 시간 단위로 쪼개보면 작은 돈 같아도
한 달을 버티게 해주잖아.”

그날 우리의 대화는
단순히 돈을 벌고 쓰는 문제를 넘어섰다.
“사치하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쪼들리진 말자.
그래야 길게 버틸 수 있을 거야.”
아내의 말에 나도 동의했다.

길 위에서 마주한 크고 작은 순간들이
결국 우리 삶의 모양을 바꾸어간다는 것을
아내와 나는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그날 함께한 몇 건의 배달은
작은 돈 이상의 무언가를 남겼다.
함께 나눈 대화,
그리고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걷는다는 실감.

앞으로 어떤 굽이진 길이 있더라도,
우리는 이미 함께라는 이름으로
더 멀리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쿠키 포함**)
연재글 뒤에 작은 소식을 살짝 전해드립니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쿠팡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몇 달 동안 공부하고 준비하다 보니
드디어 몇 가지 제품을 올리게 되었네요.
그중 하나는 샘플로 들여온 날부터
저희 집 필수템이 된 마사지 도구입니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와 누워 있기만 하면
목과 어깨, 등, 허리를 차례로 기대면서
시원하게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제품 상세페이지에는
강의를 들으며 배운 ‘마케팅 기법’ 덕분에
다소 과장된 표현도 조금 담겨 있습니다.
너른 마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이런 가성비 좋은 아이템을
찾고 계셨던 분이라면 부담 없이 써보셔도 좋겠습니다.
로켓배송이라 무료 반품도 가능하니
호기심으로 써보셔도 괜찮을 거예요.

광고 같지만 광고만은 아닌,
요즘 제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작은 소개였습니다.
늘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link.coupang.com/a/cOn7dP/?style=kakao_existing_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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