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이 스며든 순간
배달을 하다 보면 아이들을 마주칠 때가 있다.
음식을 전달 받을 때는 두 손으로 받으며
작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데,
그 모습이 괜스레 내 마음을 말랑하게 만든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길을 헤맬 때도 있다.
특히 신축 건물일수록 출입구 위치가 복잡한데,
몇 번은 지나가던 학생들에게 물어봤고,
또 몇 번은 학생들이 직접 그곳까지 안내해주었다.
작은 발걸음으로 먼저 앞장서는 뒷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먼저 도착해 기다려주고,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 손길은
어른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맑은 친절이 담겨 있다.
뉴스에서 일부 아이들의 무거운 일들을 접하다가도
이런 순간을 마주하면,
아이는 여전히 참 순수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는 조금 특별한 순간이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작은 아이가
갑자기 내게 또렷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다섯 살쯤 되어 보였는데
엄마 손을 잡고서 씩씩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저씨 쿠팡맨이에요?”
처음엔 살짝 당황했지만
나는 피식 웃으며 그렇다고 했더니
“치킨도 가져다주시고, 어제 엄마가 사준 장난감도
오늘 받아서 좋아요!” 라고 했다.
순간, 장난감은 내가 배달한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가도
괜히 망치고 싶지 않아 그냥 웃고 말았다.
그 아이의 눈빛 속 감사가 너무 진심 같아서
괜히 내가 더 쑥스러워졌다.
어른의 세계에서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말도,
아이의 입에서 나올 때는 작은 기적처럼 다가왔다.
그 목소리 하나가 무거운 하루를 밝혀주었고,
동시에, 우리가 믿고 기대어도 좋은 것들이
여전히 가까이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