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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걸 얻고 싶다면 - 2

때로는 대책 없는 자신감이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웃기는 일인데 십 대 때부터 이런 글을 책마다 적어 놓았다. ‘살아서 이루지 못하면 결코 죽지 않으리라’. 신도 아니면서 죽지 않겠다니 웃기는 말이다. 무엇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구체적인 생각도 없이 그냥 그랬다. 아마도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한 번은 국내 자동차 회사 중 한 회사에서 품질 문제로 신차 출시가 두 달이나 지연되고 있었다.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회사는 전문가들과 대학 교수들에게 요청하여 문제의 원인을 찾아보았으나 별다른 진척 없이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자 그 자동차 회사 사장이 내가 다니던 미국 본사의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2003년 일이다. 국내에서는 그 자동차 회사와는 거래가 없었고 문제가 의심되는 해당 제품도 취급하지 않았다. 거래도 없고 취급 제품도 아닌 다른 회사의 품질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난감했으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었던 것 같다. 어찌어찌하여 이 불가능한 미션이 나에게까지 흘러 왔고 나의 보스였던 한국 지사장이 말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미안한데 우리 고객도 아니고 우리 제품도 아니니 해결 못해도 전혀 상관없어, 그냥 갔다만 와줄 수 있겠냐?"  


거절해도 상관없었지만 알겠다고 내가 갔다 오겠다고 흔쾌히 답했고, 직접 부딪혀 보면 해결 방법이 생겨날 거란 막연한 확신이 있었다. 평소에 나는 남들이 모두 안된다고 하거나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특히 도전 의식이 발동될 때가 있었다.


48시간을 현장에서 꼬박 일하며 자동차 및 해당 부품 업체 담당자 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했다. 두 달간 전문가들과 대학 교수들이 알아내지 못한 문제의 원인을 단 이틀 만에 찾아냈다. 아무리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도 긍정적 확신으로 몰입하면 해결된다는 믿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젊은 날 나는 해외 출장을 꽤 많이 다녔다. 당시에 대부분의 품질 문제는 설계자가 원인과 해결 방법을 직접 찾아내야 했는데, 내가 자동차 회사에 다니던 시기에는 시험 중인 자동차가 화재로 불타는 일이 자주 있었고, 나는 잿더미로 변한 차량에서 화재 원인을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했다.


품질 문제로 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리워크(재작업) 작업도 했다. 일정은 항상 빡빡했고 며칠 밤을 또는 몇 주일 동안 밤낮없이, 때로는 공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때로는 눈보라 치는 부두가 야적장에서 손이 꽁꽁 언 채 리워크를 했다. 


부품 납품 일정을 못 맞춘 협력사에 가서 현장 작업자들에게 치킨을 사주며 함께 밤을 새워 직접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수도권에 있는 기술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지방에 있는 공장과 협력사에 수시로 출장을 다녔고 ktx 나 srt 가 없던 시절이라 항상 장거리 운전을 해야 했다. 


운전 중 구부러진 비탈길에서 눈 길에 미끄러지며 반대 차선에 있던 다른 차량과 충돌한 후 다시 반대쪽 낭떠러지 아래로 차가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견인 기사가 와서 하는 말 "아저씨, 천운이네요~ 여기가 상습 사고 지점인데 어젯밤에도 노 부부가 바로 여기서 절벽 아래로 떨어졌는데 그분들 차는 저수지로 빠져 두 분 다 목숨을 잃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살면서 사고가 꽤 여러 번 있었다. 다 적을 순 없지만 자전거를 타고 비탈길을 빠른 속도로 내려오다가 택시와 정면충돌을 하기도 했고, 갈비뼈 네 개가 부러지는 낙상 사고도 있었다. 목숨은 질기고 나는 아직 살아있다.


이러한 수많은 다양한 상황과 문제들을 겪으며 심리적 회복 탄력성이 커지고 문제 해결력에 대한 남다른 시각이 생겨났던 것 같다. 이때부터 나는 최상위의 복잡성과 난이도를 가진 문제 해결에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조금씩 자각하기 시작하였다. 


(출처: 픽사베이)


긍정적 자기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어렸을 때에 어머니는 수시로 이렇게 얘기하였다. "너는 나이 들면서 점점 더 잘 될 거야! 적어도 먹고살 걱정은 안 할 만큼!" 이 사소한 한마디 말이 어린 시절 내가 의식이란 단어를 알지 못할 때부터 나의 내면 깊숙한 곳 무의식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긍정적 자기 이미지를 만든 것으로  믿는다. 


무의식 속에 자신도 모르게 형성된 자신의 긍정적 미래에 대한 무의식적인 믿음, 설령 이것이 아무리 막연하고 아무 계획조차 없으며 현재의 상황으로는 전혀 가망성이 없는 무모한 이야기 같을지라도 언젠가는 자신의 노력이 보상받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믿음과 확신, 이것이 한 사람의 운명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기 이미지가 살면서 마주친 다양한 위기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발현되어 심리적 회복 탄력성을 키우고 위와 같은 문제들를 해결하게 했다. 다양한 문제들을 통해 삶은 계속 튜닝되었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도 아니고 의식적인 노력으로만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전 글 챕터 '15. 그래서 나는 나의 사주팔자를 파헤쳐 보았다'에 더 자세한 이야기가 쓰여있다. 점을 자주 보러 다닌 어머니는 나의 사주팔자가 아주 나쁘게 나오자 "너는 나이 들면서 점점 더 잘 될 거야! 적어도 먹고살 걱정은 안 할 만큼!" 이 한마디로 나의 미래를 바꾼 것이다. 


무의식 속 자기 이미지는 자신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삶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대책 없는 자신감도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무한의 내적 동력으로서 끊임없는 내적 동기 유발을 일으킨다. 동기는 외부로부터 부여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내부로부터 유발되게 하여야 한다. 외부로부터 부여되는 동기 부여는 파워도 약할뿐더러 오래 지속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레겐브르크 대성당(픽사베이)-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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