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잎
일층 누나랑 놀고 싶어서 집에도 안 오려는 막내를 꼬드겨 집 근처 공원에 왔다.
모래가 많고 큰 미끄럼틀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인데 더위를 핑계로 여름엔 거의 오지 않다가 오랜만에 온 것이다. 매일 아침 청소를 하는 곳이라 계단도 길도 말끔해서 몰랐던 건지 오늘따라 낙엽이 많이 떨어져서 그런 건지 공원의 잔디며 모래며 계단이며 온통 낙엽으로 가득했다. 겨울 함박눈이 떠오르는 풍경에 '함박잎이다'라고 했다가 눈처럼 조용하게 무엇이든 덮어주듯 천천히 내리는 것에는 온도를 넘어서는 온기 같은 힘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은 낙엽 덮인 모래에 앉아 엄마는 손님해, 우리는 요리할게, 하며 놀잇감에 모래를 담고 낙엽을 줍는다. 계절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모래를 보면 모으고 담느라 바쁘다. 매일 같은 놀이도 세상 첫 놀이처럼 빠져든다. 그러면 나는 또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처럼 낙엽을, 하늘을 보며 사진을 찍는다. 한낮의 해를 가리던 미끄럼틀의 그늘막이 아직 거치지 않았고 반팔 차림의 중학생들이 수돗가에서 물놀이하는 모습에 아직 여름이 남아있는 건가 싶고, 입동이 지났으니 이제 겨울이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물드는 건 가을이지 하면서 노랗고 붉게 떨어지는 느티나무를 본다.
아무 시름없이 낙엽 가운데 앉아 시간이나 먹으며, 이내 사라지겠지만 영원하듯 반짝이는 오늘의 순간을 담으니 나도 가을처럼 파랗게 파랗게 빨갛게 빨갛게 물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