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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Dec 14. 2023

이것까지 엄마를 닮았네

딸은 엄마 인생은 닮는다고? - 13

 "일하고 온 사람한테 어떻게 찬밥을 주니" 

엄마는 밥솥에 있는 따뜻한 밥도 방금 지은 밥이 아니면 다 찬밥이라 불렀다. 반찬도 밥상에 놓기 직전에 만들어야 하고 밥과 국은 내가 상 위에 수저를 놓을 때 그릇에 담기 시작한다. 

"먼저 먹고 있어. 따뜻할 때 먹어야지 식으면 맛없어. 이것만 만들어서 금방 가져갈게."

다들 밥을 먹기 시작했지만 엄마는 한없이 분주하다. 


나는 갓 지은 밥보다 같이 먹는 밥이 더 좋다.


반찬을 한 시간 전에 만들고 어제한 밥이라도  맛있다고,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편하게 다 같이 앉아서 밥을 먹자고, 몇 번이나 말을 했지만 "알았다"는 대답만 할 뿐 좀처럼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엄마의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은 명절과 제사에 더 도드라진다. 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모두 당신 손을 거쳐야 직정이 풀린다. 내가 만두, 송편, 전 부치는 건 도와 드리지만 그 외 다른 음식을 도와 드릴 수 없는 건 엄마가 내가 한 음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추 전은 바닥 부분이 더 얇아야 한다고 아직도 할 때마다 한소리 듣고 있다.

 

"제사 때, 손 수 다 만들지 말고 살 수 있는 건 사자. 무릎도 안 좋은데 계속 서서 요리하는 거 힘들잖아. "

"맞아, 요즘 다들 사서 한다고 그러더라. 근데 씨알꼽쟁이만큼 사서 누구 코에 붙여? 그 돈으로 내가 만들면 다들 푸짐하게 먹을 수 있잖아"

"오빠네랑 우리랑 싸 줄 생각은 하지 말고 그냥 한 끼 맛있게 먹고 끝내면 되지"

"야야 너네 엄마 손이 커서 그게 되냐?" 며 옆에 있던 아빠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이고 당신은 가만있어요" 엄마의 핀잔에 아빠는 재빨리 눈을 TV로 돌려 손에 있던 리모컨을 누르며 채널을 바꾸는 척한다. 


"요즘 제사 안 지내는 집이 많대, 나 아는 사람은 아들이 결혼하자마자 제사 안 지낸다고 하더라. 아들한테 물려주기 싫어서 그렇게 했다더라고"

"맞아. 그런다더라. 우리 집 제사가 오빠한테까지 안 넘어 가더라도 내가 시작한 거니까 내가 끝맺음을 해야지."

"참나- 제사를 왜 엄마가 시작한 거야? 시집왔으니 그냥 하게 된 거지."

"너 어릴 적에 김소례 할머니 기억나지? 니 증조할머니시잖아. 증조할머니 계실 때 증조할아버지 제사만 지냈어"

"아빠 3살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잖아. 아빠가 외아들인데 할아버지 제사를  안 지냈어?"

"응. 증조할머니가 자식 제사는 지내는 거 아니라면서 못 지내게 하시더라고. 그래서 증조할머니 돌아가시고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 제사 모시면서 할아버지  제사까지 지내기 시작한 거야.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남편 아버지니까. 시아버지니까 일 년에 한 번 밥 한 끼 해드리고 싶더라고."


할아버지 제사를 엄마가 시작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내가 시할머니 제사를 시작한 것처럼 엄마도 없던 제사를 끄집어내어 시작했으니 말이다. 

한 집에서 두 번 일어나기 힘은 일이 엄마와 나에게 동시에 일어나다니.. 평행이론처럼말이다. 이래서 딸은 엄마를 닮는다고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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