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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Dec 22. 2023

제사와 차례는 묶음인가요?

딸은 엄마 인생을 닮는다고? - 16

"제사를 지내는 집은 차례도 지내야 하나?"

"나야 모르지. 왜?"

"우리가 제사를 지내니까 차례도 같이 지내야 하는 건지 궁금해서"

 제주도 할머니 제사를 처음 시작 할 때는 이렇게까지 넓게 생각을 못 했는데  명절이 코 앞으로 다가오니 제사와 차례가 세트인지 궁금해졌다. 

햄버거를 먹을 때 감튀가 세트이듯, 짜장면을 먹을 때 탕수육이 세트이듯, 제사를 지내면 자연스레 차례를 지내야 하는 것인가?


차례를 지내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시댁에 간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연휴 첫날 시댁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댁은 우리가 제사를 지내고 있는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례를 못 지내겠구나. 할 수 없지' 하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아 맞다!" 하며 어떤 생각이 떠 올랐다.

몇 번 연휴 첫날 시댁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왔다가 다음날 아침에 다시 시댁에 간 적이 있었다. 이렇게 하면 지금 고민은 해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례를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난 왜 이렇게까지 제사와 차례를 지내고 싶어 할까?

이쯤 되니 내가 나의 전생이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고운 한복 꽤나 입고 다녔던 것일까? 아니라면 뭐가 있을까??


궁금했던 제사와 차례는 세트인가요? 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아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드물었고 제사와 차례를 꼭 지내야 하나요? 질문이 월등히 많았다. 


해답은 법률스님의 영상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제사와 차례는 문화라는 겁니다'로 시작한 스님의 자문자답이다.

Q: 안 하면 안 됩니까?

A: 안 해도 돼.

Q: 꼭 해야 합니까?

A :꼭 해야 한다고 할 순 읍써.

Q: 하면 좋습니까?

A: 네.

Q: 안 하면 벌 받습니까?

A: 아니오.

Q: 안 해도 되겠네요?

A: 그건 니 알아서 해라.


법률 스님의 결론은 그건 니 알아서 해라!


처음에 제사도 내가 알아서 시작한 것이기에 차례도 내가 알아서 하련다.


명절 연휴가 시작 되었다. 

평소 시댁에 가던 시간에 맞춰 가야하니까 일찍 일어나 차례상에 올릴 3가지 전과 제주도 전통 떡이라는 기름떡을 만들었다. 난 기름떡이라는 것을 먹어 본 적도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떡을 좋아하는 내가 안 먹어본 떡에 끌렸고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은 것 같아 바로 도전했다.

영상 속에서 이쁜 꽃모양으로 만들어진 기름떡은 내 손에서 호떡 모양으로 재탄생되었으나 맛은 너무 달콤하니 맛있었다. 이렇게 맛있는 걸 혼자 먹을 수 없어서 자는 애들을 깨웠다.

"얘들아 일어나 봐 이거 달달하고 너무 맛있어."

달달하다는 말에 눈을 번쩍 뜨고 나와서 이게 머냐고 물었다.

"기름떡이라고 하는 제주도 전통 떡 이래."

누룽지 같기도 하고 기름에 튀긴 공갈빵을 연상시키며 바삭 씹히고 달콤했다.

"어제 반죽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놓길 잘한 거 같아. 너무 맛있다. 그지?"

먹을수록 점점 속이 니글니글 해져오는 게 내가 너무 많이 먹은 탓인 것 같았다.

"다음 명절에 또 해 먹자"

"응 좋아"


새로운 걸 성공했다는 뿌듯함에 즐거운 아침이었다. 룰루랄라 내일 차례상에 올릴 음식들을 따로 담아 놓고 '제주도 전통 떡이니 아버님도 좋아하시겠지?' 하는 생각에 뚜껑있는 통을 하나 더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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