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창틈을 비집고 들어온 그는
젖은 몸을 털어내며 방 한 켠에 자리잡았다
축축한 옷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힘없이 흩어지며 각자의 죽음을 맞이했다
그가 거느린 한기는 방 안을 가득 메우며
뼛속 깊이 사무치니 나는 얇은 이불을 끌어안고
나의 걸음을 생각하며 슬픔을 토해냈다
망가진 생의 기둥을 잘게 부수어
흩어지는 방울 속에 하나씩 잡아 넣다가
형체도 없이 바스라진 꿈의 파편에
나는 조용히 깨져버렸다
아아 작디작은 조각을 끌어안고
목놓아 울며 나는 생의 명복을 빌었다
반짝이는 보석 하나를 가진 꿈을 꾸며
갑작스레 찾아온 그와 함께
나는 오래도록 까만 밤을 걸었다